메인화면으로
"부동산 거품 우려, 한국경제에 큰 위협"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부동산 거품 우려, 한국경제에 큰 위협"

실러 "아시아에 자산 버블 형성, 올해 시장 변동성 클 것" 경고

지난 5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시에서 열린 한미경제학회(KAEA) 연차총회의 주제는 '국제 금융위기 이후 한국경제 전망'이었다. 주목되는 것은 이날 토론에서 한국경제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부동산 시장의 불안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점이다.

강준오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 부원장은 2010년에만 30조 원에 육박하는 토지보상금이 한국의 부동산 시장을 불안하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으며, 김인준 한국경제학회장은 일본의 장기불황과 미국의 금융위기 모두 부동산 거품 붕괴에서 비롯된 점을 직시해야 한다면서 "한국도 부동산 시장의 버블이 우려되는 만큼 앞으로 4~5년내에 부동산시장을 잘 관리해 연착륙시키는 문제가 주요과제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 2010년에만 30조 원에 육박하는 토지보상금이 풀려 부동산 시장에 다시 몰릴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지난 3일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전미경제학회(AEA) 연례총회에서 "지난해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시장은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이 급등했다"며 "버블이 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버블 때문에 올해 세계 부동산시장과 주식시장은 다시 크게 출렁거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자산가격의 거품 여부를 과연 판단할 수 있느냐는 문제는 여전히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해말부터 일각에서는 부동산 거품 붕괴가 임박했다는 설이 다시 퍼지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의 '부동산 거품 붕괴 임박설'은 몇년 전부터 제기한 것과 근본적으로 같고, 이런 주장을 펴는 저자들은 예측한 시기가 빗나가면 "정부가 거품 붕괴를 지연시키는 정책을 폈기 때문"이라는 등 군색한 해명을 하고 있다.

실러 "현대 경제, 투기와 거품으로 움직인다"

사실 부동산 등 자산가격이 거품 수준인지 아닌지에 대해 판정할 기준은 확립돼 있지 않다. 자산가격의 본질적인 기준이라고 할 내재가치 자체가 미래가치까지 포함할 경우 유동적이기 때문이다.

실러 교수도 금융이 발달한 현대 경제는 '합리적 인간'을 전제하는 '효율적 시장 이론'보다는 인간의 심리적인 요인이 강하게 작용하는 투기와 거품으로 움직인다고 설명한다.

이런 경제에서 현재의 자산가격이 거품인지 아닌지, 거품이라면 '언젠가는 꺼진다'고 하지만 그 시기를 정확히 예측하기는 불가능하다. 다만 일반적으로 펀더멘털 등 특정 지표와의 대비로 거품 가능성을 제기할 수 있을 뿐이다.

미국 최고의 이코노미스트들이 포진해 있다는 연방준비제도(Fed)가 주택가격의 거품 가능성에 대한 수많은 경고를 무시해 온 것도 '특정 지표와의 대비' 등 일반적인 통계를 판단 근거로 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글로벌 경제위기를 초래한 미국발 부동산 거품조차 Fed가 사전에 판단하지 못한 것은 '거품 논쟁'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2004년 당시 Fed 의장이었던 앨런 그린스펀은 주택가격 상승이 논란이 되자 "우려할 만큼 올랐다고 판단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2005년 당시 백악관 경제자문회의(CEA) 의장이었던 벤 버냉키는 주택가격거품 우려가 제기되자 "매우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Fed 의장 취임 이후인 2007년 5월에도 버냉키는 "Fed 관료들은 서브프라임 시장의 문제가 다른 경제 영역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NYT> "미국의 주택거품은 Fed의 명백한 실패"

이런 자신감 있는 판단의 근거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뉴욕타임스>는 버냉키가 2005년 <CNBC> 방송에 출연해 "미국의 주택가격이 전국적인 수준에서 하락한 적이 없었다"고 말한 것을 거론하면서, Fed가 주택거품을 인식하지 못한 것은 '어떤 아집에 사로잡힌 심리적인 요인에 의한 인재'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 신문은 "요즘 금융규제 강화를 위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지만, Fed가 또다른 거품이 다가올 때 아집에 빠질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진지한 논의는 빠져있다"면서 이에 대한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또다시 거품이 다가올 때 Fed의 실책은 다시 반복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거품 붕괴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의 첫걸음은 의외로 간단하다고 <NYT>는 제시했다. 버냉키가 Fed가 왜 주택거품을 인식하지 못했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자기반성'부터 해야 한다는 것이다.

<NYT>는 "버냉키 등 규제당국자들은 지금까지도 왜 이번 거품을 인식하지 못했는지에 대해 설명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러한 사실은 더 많은 권한을 달라고 하는 Fed의 요구가 지니는 최대 약점"이라고 지적했다.

Fed 관료들이 앞으로는 거품을 인식할 것이라고 믿을 근거가 없는 상태에서 권한만 더 부여해서는 금융위기 예방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버냉키는 금융위기가 시작되자 과감하고 창의적인 정책을 시행했다는 평가를 받아 연임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Fed가 자기비판은 외면한다는 점이 의회의 반감을 사고 있다.

이때문에 의회는 Fed의 규제 권한 확대 요구에 탐탁치 않은 반응을 보이고 있고, 오히려 Fed의 금리 결정 권한을 통제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

의회에게 Fed의 금리 결정을 감사할 권한을 부여하자는 론 폴 공화당 하원의원의 제안은 당초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최근 하원을 통과하고 조만간 상원에서도 논의될 예정이다.

<NYT>에 따르면, 이코노미스트들은 Fed의 금리 결정에 대해 의회가 심의한다는 발상에 대해 크게 우려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의회가 금리결정에 개입하면 이 과정이 정치화될 가능성이 있으며, 정치화된 중앙은행은 통제불능의 인플레이션으로 가는 첫걸음이라는 것이다.

"Fed의 정책실패 재검토, 제도화돼야"

하지만 <NYT>는 "Fed에게 실패의 원인을 묻지도 않고 권한만 강화시켜준다면 그것도 의회가 저지르는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버냉키는 거품 인식을 하지 못한 Fed의 실책에 대해 추궁받으면 "거품을 인식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해왔다. 지난달 상원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도 그는 "자산가격이 적정한지 아닌지를 실시간으로 아는 것은 극히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NYT>는 "대체로 이런 주장은 타당하다"면서도 "하지만 이번에 터진 주택가격 거품은 예외"라고 비판했다. '세기적인 거품 붕괴'가 일어날 정도의 거대한 거품조차 판단하지 못한 것은 통상적인 '거품 인식의 어려움'을 핑계로 빠져나갈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미국의 주택가격이 지나치게 올랐던 것을 보여주는 지표로 이 신문은 중간 소득 대비 전미 주택가격 중간값의 비율을 꼽았다.

1960년대말~2000년 이 비율은 2.9에서 3.2에서 머물렀다. 하지만 2005년 무렵에는 이 비율이 4.5로 치솟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재 미국의 주택가격 중간값은 2005년 고점을 찍고 현재 30%나 하락한 상태다.

<NYT>는 "자산가격이 언제 하락세로 돌아설지 그리고 가격이 얼마나 많이 떨어질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당시 가격이 통제범위를 벗어난 것은 분명했다"면서 Fed가 금리를 결정할 때처럼 구체적인 데이터로 거품 여부를 판단할 것을 촉구했다.

Fed가 특정 경제분야의 경기가 과열되거나 침체된 것인지 판단하기 위해 구체적인 데이터를 사용해 금리를 결정하는 것처럼, Fed가 자산가격의 거품 여부를 구체적인 데이터를 근거로 판단하고, 거품을 잡겠다고 결정했다면 실질적인 영향을 행사할 수 있었다는 것이
다.

<NYT>는 Fed가 금융업체들을 규제하는 최고의 기관이며, 비교를 거부할 정도로 뛰어난 전문성을 지닌 인재들이 많이 있다는 것은 인정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그런 전문가들이 왜 세기적인 거대한 거품을 인식하는 데 실패했는지 설명을 들을 수 있다면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이 신문은 "이런 재검토 과정은 앞으로 금융위기에서도 기본적인 절차적 대응으로 정착할 수 있다"면서 "경제성장 이론의 대가인 스탠포드 대학의 폴 로머 교수는 저축대부조합 사태 이후에도 이러한 절차를 담당하는 기구가 있었다면, 유용한 기여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