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KBS)에 또다시 보복성 인사 발령 논란이 일고 있다. KBS는 지난 31일 김현석 시사보도팀 기자를 춘천방송국으로, 김경래 탐사보도팀 기자를 네트워크팀으로 돌연 발령을 내 '좌천성' 전보 조치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1년 전 '파면-정직' 조치 당했던 기자, 올해엔 지방 발령?
김현석 기자는 KBS기자협회장,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 행동 공동대표를 맡는 등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에 앞장서 왔다. 이병순 사장 시절인 지난해 1월 15일에는 정연주 전 사장 해임을 결의한 KBS 이사회를 막으려 했다는 이유로 양승동 공동대표와 함께 '파면' 조치를 당했다 '제작 거부' 등 KBS 기자·PD들의 반발로 정직 4개월 조치를 받았다.
김경래 기자는 간부를 하지는 않았으나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에 항상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왔고 KBS 보도 프로그램의 문제 등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김 기자의 경우 경제팀에 있다 지난 10월 탐사보도팀으로 발령이 났고 3개월도 안되어 또다시 네트워크 팀으로 발령이 났다.
김현석 기자는 1월 초 인사 처분 취소 가처분 신청을 낼 계획이다. 김 기자는 "나를 본보기로 다른 기자들에게 경고를 주려고 하는 것 아니냐"면서 "이후에 누가 또 이런 일을 당할지 모르기 때문에 소송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번 인사는 절차적으로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KBS기자협회는 "지난 9월 사측이 내놓은 '직종별 순환 전보 기준'을 보면 기자 직종의 경우 입사 후 7년 이내에 지역 근무 경험이 없는 자만 본사에서 지역으로 보낼 수 있도록 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1994년 입사한 김현석 기자는 이미 춘천에서 1년 동안 지역 순환 근무를 했기 때문에 전보 기준을 위반했다는 지적이다.
"MB 특보가 본색을 드러냈다" …"제작 거부 나서자" 호소도
김인규 사장이 취임한 지 한 달이 조금 넘은 시점에 벌어진 보복성 인사 조치인 셈. 인사 발령 소식이 알려지자 KBS 내부에서는 비판 성명이 잇따르는 등 반발이 커지고 있다.
30기 이하 기자 94명은 실명으로 '제작 거부 호소문'을 내 "우리는 김현석 기자에 대한 보복 인사를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하며 이를 위한 제작 거부에 돌입할 것을 호소한다"고 밝혔다. 또 21기 기자 22명은 "KBS기자협회는 이번 인사에 관련된 보도본부 간부들을 즉각 협회에서 제명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KBS기자협회는 성명을 내 "MB특보 김인규 사장이 성공적으로 안착했으니 그동안 눈에 거슬렸던 바른말 잘하는 기자들에게 뜨거운 맛을 보여주겠다는 것인가"라며 "이번 인사는 다만 두 기자의 신변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모든 기자들의 양심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준)도 "이번 인사 조치는 회사 내 비판 세력에 대한 보복과 공포심 조장을 위한 것이고 또한 새 노조 결성에 대한 회사 측의 조직적인 방해"라며 "이것이 공영방송 KBS를 위해 하나가 되자고 말한 '김인규식 리더십'인가"라고 비판했다.
KBS 사내 게시판에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김현석 기자가 올린 "제대로 인사도 못드리고 떠납니다"는 글에 한 조합원은 "회사 참 잘 돌아간다. 인사 학살 뒤에 무슨 크나큰 축하할 일 있다고 시무식에 가무를 부르지 않나, '그분'은 뭔가 다르다고 강조하더니 다른 게 한 술 더 뜨는 거였다"라고 꼬집었다.
다른 조합원은 "권력에 빌붙어 더러운 칼자루를 손에 쥐었다과 시시덕거리며 등 뒤에서 비열한 칼질이나 저지르는 천박한 사람들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느냐"며 "미친 굿판에서는 정신 멀쩡한 이가 매질당하는 법"이라고 씁쓸해 했다.
또 다른 조합원은 "MB 특보한테 무엇을 기대하겠는가. 그나마 위선의 탈을 일찍 벗어버려서 다행"이라고 꼬집었고 한 조합원은 "수신료를 받는 KBS는 무엇을 해야하는가. 이리 해서는 납부자들의 동의를 얻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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