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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사봉공' 주은래에서 중화권 최고 가수 떵리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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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사봉공' 주은래에서 중화권 최고 가수 떵리쥔까지

[키워드 가이드를 만나다] '중국 근·현대 인물' 한인희 교수

중국 전문가인 한인희 대진대 교수(중국학과)는 최근 '중국의 근·현대 인물'을 발굴하고 소개하는데 열정을 쏟고 있다. 다른 매체에 이미 30여 명의 인물을 소개하는 칼럼을 썼고, 최근에는 키워드 가이드로 나서 지난 11일부터 '인물로 본 중국 근현대사'라고 할 수 있는 인물평을 7편째 썼다.

중국 근·현대 인물 하면 떠오르는 얼굴들이 수없이 많다. 그러나 한인희 교수는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이지만 중국의 진면목을 보여줄 수 있는 인물을 골라 소개하는데 관심이 많다. 정치인을 가급적 배제하고 문화와 예술, 학문 분야에서 활약했던 사람들을 고르는 것도 그 때문이다.

왜 중국의 인물을 소개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을까? 우선 중국인에 대한 한국 사람의 편견을 바로잡기 위해서라고 한 교수는 답했다. '좋다' '나쁘다' 혹은 이데올로기로만 사람을 재단해 버리는 한국의 풍토에 문제를 제기하고 싶기도 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지만 다양한 각도에서 삶을 조망하는 방법을 배운다면, 결국 인간을 보는 우리의 시각도 확장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대진대 공자아카데미 원장이기도 한 한인희 교수는 지난 2008년 8월부터 <프레시안> '중국 탐구'의 대표 간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다양한 분야의 중국 전문가들을 모아 '중국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일에 그 누구보다 앞장서고 있다. 그가 말하는 중국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 한인희 대진대 중국학과 교수. ⓒ프레시안(사진=최형락)

프레시안 : 중국의 근·현대 인물 중 가장 주목하고 존경하는 사람은?

한인희 : 저우언라이(周恩來)를 꼽고 싶다. 그는 28년간 총리를 했고 그 중에서 8년간 외교부장을 겸임했다. 그런데도 통장 하나 남기지 않고 마지막까지 국민들을 위해 일하다 세상을 떠났다. 그런 멸사봉공 태도는 우리 권력자들과 공직자들이 반드시 귀감으로 삼아야 한다.

저우언라이가 외교 활동을 하면서 모로코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모로코 정부는 중국의 총리가 온다니까 짐을 실을 트럭을 경호원과 함께 보냈는데, 주 총리의 여행 가방이 1개 밖에 없었다고 한다. 가방 안에는 빨래 몇 가지, 헤진 잠옷 같은 것만 있었다고 한다. 중국이 아무리 어려웠다고 하지만 총리가 그렇게 살았다는 사실은 굉장히 감동적이다.

프레시안 : 왜 중국 인물 소개에 관심을 갖게 됐나?

한인희 : 한국 사람들은 중국인들에 대한 편견이 있다. 가짜나 만들고, 사기나 치고, 더럽고 등등. 그러나 중국 5000년 역사에는 훌륭한 사람이 굉장히 많다. 우리는 중국보다 짧은 시간 조금 더 잘 살았다고 해서 중국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나는 중국의 인물들을, 주로 재미있는 얘기가 되는 사람들을 소개함으로써 중국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다른 눈으로 중국을 볼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현재 키워드가이드에 4명의 인물에 대한 글을 7회에 걸쳐 올렸는데, 다른 매체에서도 약 30명 정도의 중국 사람들에 관한 글을 써왔다. 그런 것들을 모아서 나중에 중국 인물론 책을 낼 계획이다.

프레시안 : 인물을 평가하는 특별한 기준이 있다면?

한인희 : 누구나 완벽한 사람은 없다. 따라서 '좋다' '나쁘다' 이분법을 넘어서 누군가가 삶을 얼마나 진지하게, 치열하게 살았고,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주목하는 인물평을 쓰려고 한다. 정치 인물은 저우언라이를 빼고는 쓰지 않았다. 또한 살아 있는 인물들에 대해서도 잘 쓰지 않는다. 가급적 죽은 사람 중에서 돈 벌어서 잘 됐던 사람들, 과학자들, 역사학자들, 사상가들, 예술가들 같은 인물들에 관한 이야기를 소개하려고 한다.

프레시안 : 예를 들어 어떤 인물들이 있나?

한인희 :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사람 중에 장바이리(蔣百里)라는 장군이 있다. 일본의 육사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나중에 바오딩군관학교(保定軍官學校)의 교장을 지냈다. 일본 여자랑 결혼했는데, 얼마 전 세상을 뜬 중국 미사일의 대부 첸쉐썬(錢學森)의 부인이 바로 장바이리의 딸이다.

군관학교 교장 당시 어느 날 새벽 5시에 생도들을 다 집합시켜 놓고 '내가 제군들을 잘못 가르친 책임을 지겠다'면서 자기 심장에 총을 쐈다. 다행이 죽지는 않았지만,, 약속과 모범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일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인물들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들어 보면 우리가 살아가는데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사이진화라는 분도 재미있다. 14살부터 소주에서 기생을 했는데 우연히 장원급제를 한 남자를 만나 그의 첩이 된다. 그런데 그 남편이 청나라의 외교관이 되어 해외에 파견되면서 그를 따라 외국으로 갔다. 그러면서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 러시아의 표트르 대제, 독일 비스마르크 등을 다 만나고 독일어도 배우면서 진정한 외교관의 부인이 됐다.

귀국 후 남편이 죽자 다시 기생이 되어 북경에서 기생집을 열었다. 그 와중에 소위 '8국 연합'이 북경을 공격했는데, 독일군 사령관과 관계를 맺으면서 '8국 연합'이 중국을 비교적 온건하게 다루도록 하는 역할을 했다. 그에 대해 비난하는 사람도 있지만, 애국적인 인물로 평가하는 사람도 많다. 그렇게 한국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파란만장한 삶은 살았던 수많은 중국 사람들의 이야기를 키워드가이드에서 들려주고 싶다.

프레시안 : 개인 말고 일가(一家)가 파란만장한 경우도 있을 텐데

한인희 : 롱이런(榮毅仁)이란 부자가 있다. 롱 씨 집안은 선대에서부터 돈만 벌었다. 특히 근대에 방직공장, 제분공장을 해서 돈을 모았다. 중국 사람의 절반이 롱 씨 집안이 만든 걸 먹고 산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롱이런은 그 집안의 3대손이었는데 중국에 공산주의가 들어와도 다른 나라로 가지 않고 남아서 붉은 자본가가 된다. 나중에는 국가 부주석까지 지냈다.

덩샤오핑(鄧小平)이 개혁·개방을 추진하면서 롱이런의 자문을 받아 투자신탁회사를 만들었고, 롱이런이 직접 운영하면서 외국에서 돈을 끌어 온다. 그렇게 해서 개혁·개방을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런데 그의 아들 롱즈젠(榮智健)은 어릴 때부터 '사치의 대왕'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화려하게 살았다. 그러다가 올 봄에 금융위기가 왔을 때 해외 투자를 잘못 해서 결국 몰락했다. 롱 씨 집안의 4대손이었는데 부자 3년 못 간다는 말이 그 집안에도 맞아 떨어졌다.

반면 홍콩의 대부호 리카싱(李嘉誠)은 아들들이 미국에서 공부할 때도 직접 돈을 벌어서 학비를 마련하도록 했다. 그렇게 해서 성공하지 못하면 자기 회사에 들어올 수 없다는 게 리카싱의 전략이었다. 그러다 보니 후계자들이 비교적 잘 버티고 있다. 이렇게 잘 나가는 집안도 천년만년 그렇지는 않다는 것, 또 자기 관리를 잘 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중국의 많은 인물들을 탐구하면서 깨닫게 된다.

▲ ⓒ프레시안(사진=최형락)
프레시안 : 중국에서 유명한 인물들의 특징이라면 무엇을 꼽을 수 있나

한인희 : 중국 학자중에 리중티엔이란 사람이 인물을 평가한 책이 하나 있다. 한국에도 번역이 돼있는데, 실패한 중국 인물 5명을 꼽았었다. 항우, 조조, 측천무후, 명나라 때의 해서, 옹정제가 그들이다. 왜 실패했느냐? 남들 앞에 나서려고 하거나 튀는 인물이었기 때문이었다. 중국의 문화가 그렇다. 중국에서는 본인은 굉장히 우수하더라도 사람들 사이의 조화를 깨는 인물을 싫어한다.

성공한 사람들은 좋고 싫음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겨우 미소나 한 번 짓고 손이나 한 번 흔들어주는 정도지 대중적인 선동을 하지 않는다. 한국에 잘 알려진 지도자들도 그런 모습이 있다.

예를 들어 문화대혁명 시절 마오쩌뚱은 천안문 광장에 홍위병 100만 명이 모여 있는데 나가서도 전혀 웃지 않았다. 표정 변화 없이 박수만 쳤다. 덩샤오핑이 복권될 때도 북경의 커다란 운동장에 축구 구경을 갔는데, 관중들이 그를 보고 박수를 막 쳐도 그냥 같이 박수만 딱 치고 앉는 장면이 있다. 중국은 여론을 중심으로 하는 정치를 하는 게 아니라 위로부터 지배하는 정치를 하다 보니 지도자들이 자기 관리에 철저하다.

프레시안 : 인물 탐구에서 가장 강조하는 점은?

한인희 : 중국에서는 전기문학, 전기학이라고 하는 것이 아주 오래되고 중요한 학문 중 하나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게 별로 없다. 그러다 보니 누구건 극단적으로 '좋다' 혹은 '나쁘다'는 식으로 평가해 버린다. 따라서 중국의 인물을 평가하는 글들을 보면서 한국 사회에서도 인물을 평가하는 새로운 기준을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이념적인 잣대보다는 사회적인 기여 같은 걸 기준으로 인물평이 이뤄져야 한다.

또, 동양 사회에서는 위대한 인물이라고 하면 태어날 때부터 신비하고 훌륭한 사람으로 그려진다. 그러나 서양에서는 미국 초대 대통령이 조지 워싱턴의 사례에서 보듯 어릴 때는 나무를 잘 못 베어서 야단도 맞고 그런다. 인간사는 그렇게 굴곡이 있고 시련도 있고, 그걸 견뎌내는 사람이 성공하는 건데, 중국의 여러 인물 군상들을 그런 각도에서 파헤침으로써 우리 자신을 보는 눈도 새로워지리라 생각한다.

프레시안 :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한인희 : 키워드 가이드에 내가 인물평을 해 놓은 각 글 밑에 보면 대진대 공자아카데미 홈페이지가 링크되어 있다. 인물평 작업을 계속 하면서 데이터베이스를 만드는 작업을 하려고 한다. 또한 단순히 인물평에서만 그치지 않고 영화든 뭐든 중국에 대한 다양한 키워드를 발굴해서 소개하는 작업을 할 계획이다.

☞ 키워드 가이드 바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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