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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수출하면 살림살이 나아질까

크루그먼 "경제로 본 지난 10년은 '빅 제로'"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해외 수주라는 원자력 발전 플랜트 수출계약이 성사됐다고 한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가 기뻐해야할 일이라고 한다.

그런데 모두가 똑같이 기뻐할 일일까? 정부가 밝힌 수주액 400억 달러(약 47조 원)라는 돈을 받아오면 그 혜택이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가 살림살이가 나아진다는 보장이 있을까?

미국의 얘기이긴 하지만,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가 2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송년 칼럼은 정치권과 시장이 주도하는 '장밋빛 전망과 기대'가 시간이 지나고 보면 많은 사람들에게는 '빛좋은 개살구'에 불과할 수 있다는 경종을 울려준다.

'Big Zero'라는 제목의 이 칼럼(☞원문보기)에서 크루그먼 교수는 평균적인 미국인들의 살림살이로 볼 때 '도로아미타불이 된 지난 10년'에 대한 배신감을 토로하면서, 향후 10년에 대해서도 회의주의자의 시선을 떨치지 못했다.

1997년 IMF 사태 이후 또다시 IMF 때보다 더 심각하다는 경기침체를 겪는 한국도 미국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다음은 이 칼럼의 주요 내용이다.<편집자>
▲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 ⓒ로이터=뉴시스
"지난 10년은 'Big Zero'의 시기"

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지난 10년을 '빅 제로(Big Zero)'라고 부를 것을 제안한다. 좋은 일이라고는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고, 믿어달라던 낙관적인 일들이 실현된 것은 아무것도 없었던 10년이었기 때문이다.

우선 일자리 창출이 사실상 '제로'였던 10년이었다. 1999년 12월과 2009년 12월을 비교할 때 명목상 고용률 수치는 조금 높아졌다. 하지만 아주 조금 올랐을 뿐이고, 민간 부문의 고용률은 오히려 줄었다.

평균적인 미국의 가계를 기준으로 볼 때 경제적인 소득 증가도 '제로'였던 10년이었다. 이른바 '부시의 호황기'가 절정에 이르렀던 2007년조차 가계 중위 소득은 물가상승률을 감안할 때 1999년보다 감소했다.

게다가 주택 소유자들도 이득을 얻지 못한 10년이었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할 때 미국의 주택 가격은 10년 전 초반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특히 신중한 사람들마저 '현재의 주택가격은 거대한 거품이 낀 것'이라는 경고를 무시하던 2005년 전후에 집을 샀던 사람들은 고통에 빠져있다.

미국의 주택담보대출 중 25%, 특히 플로리다 주는 45%가 주택가격이 대출을 갚기에 모자란 수준으로 떨어져 있다.

10년전으로 돌아간 다우지수

주식시장은 또 어떤가. 인플레이션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원상복귀'한 10년이었다. 다우존스 지수가 처음으로 1만선을 돌파했을 때, 다우존스 지수가 3만6000선까지 갈 것이라고 전망한 <다우 36000>과 같은 베스트셀러들이 좋은 시절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을 때 얼마나 떠들석했었는지 기억하는가?

하지만 다우존스 지수는 1999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지난주 다우 지수는 10520으로 마감했다.

이처럼 경제적 향상이나 성공을 수치로 살펴보면 이뤄진 게 아무 것도 없다.그동안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되돌아보면 우습다.

지난 10년이 시작됐을 때 미국의 정치 및 경제 주류사회에서는 경제적 진보에 대한 자신감이 넘쳐났다. 세계 어느 나라, 누구보다 자신들은 제대로 알고 일하고 있다고 믿었다는 것이다.

현재 오바마 행정부의 최고 이코노미스트(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 로런스 서머스는 1999년 당시 재무부 차관으로 다음과 같은 연설을 했다. "미국의 금융시스템이 왜 성공적이냐고 묻는다면, 보편적으로 인정받는 회계원칙을 수립한 혁신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고 말할 수 있다. 즉, 투자자들은 비교 가능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고, 기업은 경영활동을 보고하고 점검하도록 규율이 확립됐다."

또한 그는 "미국의 자본시장이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며 작동하도록 만드는 프로세스도 가동되고 있다"고 큰소리쳤다.

미국이 자랑한 믿음들, 모두 헛소리였다

서머스를 비롯해 1999년 당시 정책결정자의 지위에 있는 거의 모든 사람들은 다음과 같이 믿었다. 미국은 정직한 기업회계를 갖고 있다. 그 덕분에 투자자들은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고, 경영진은 책임감 있게 행동하도록 규제받고 있다. 그 결과 미국은 안정되고 작동이 원활한 금융시스템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믿음들은 몇 퍼센트나 실제와 부합된 것으로 나타났는가? '제로'다. 하지만 지난 10년에서 정말 두드러진 느낌을 받는 것은, 실수에서 교훈을 얻으려하지 않는 미국이라는 나라의 태도다.

닷컴버블이 꺼졌을 때도 금융업체들과 투자자들은 곧바로 주택분야에서 새로운 거품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엔론과 월드콤처럼 대단한 기업으로 찬사를 받았던 업체들이 분식회계로 포장한 부실기업인 것으로 드러난 뒤에도, 애널리스트와 투자자들은 건전하다는 금융업체들의 주장을 믿어주고, 자신들도 이해하지 못하는 사기극 같은 투자상품을 사들였다.

금융업체들은 글로벌 경제위기가 터지고, 납세자의 돈으로 구제금융을 받아야할 처지에 놓인 뒤에도, 곧바로 막대한 보너스와 과도한 레버리지를 일삼는 관행으로 되돌아갔다.

정치인들도 마찬가지다. 오바마 대통령을 포함한 민주당 의원들 중 미국을 수렁에 빠트린 관행들에 대해 충분한 비판을 하는 이들을 보기 어렵다.

공화당 의원들은 또 어떤가. 그들이 관철시킨 감세와 규제완화 떄문에 경제적 난국이 초래됐는데도, 경제회복에 대한 그들의 처방은 여전히 감세와 규제완화다.

그러니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하고, 아무 것도 배우지 못한 지난 10년에 대해 씁쓸한 작별인사를 보내게 된다. 향후 10년은 더 나아질까? 지켜보자. 어쨌든 해피 뉴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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