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친서(personal letter)를 보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15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오바마 대통령이 8~10일 방북한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통해 이 서한을 전달했다는 사실을 백악관과 국무부의 관리들이 확인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들은 편지의 내용에 대해서는 설명하기를 거부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마이크 해머 대변인은 "개인적 외교 서한에 대해 코멘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문은 또 이 친서의 존재는 엄격히 비밀로 유지됐고, 오바마 행정부는 6자회담의 다른 참가국에 이 사실이 공개적으로 논의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보즈워스 대표는 지난 10일 방북을 마친 뒤 서울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친서를 북측에 전달했느냐'는 질문에 "나 자신이 바로 메시지"라는 모호한 답으로 피해나갔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친서 전달을 부인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 대통령이 북한 지도자에게 이렇게 임기 초반에 친서를 보내는 것은 비교적 드문 일"이라고 평가했다.
빌 클린턴과 조지 부시 등 전직 대통령들도 재임 중 김 위원장에게 편지를 보낸 적이 있지만 북한의 핵 야망을 꺾기 위한 집중적인 외교적 노력을 펼친 뒤에나 보냈다는 것이다.
부시의 경우 대통령 임기 말인 2007년 12월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정확히 신고할 경우 관계정상화가 가능하다는 서한을 김 위원장에게 보냈다. 클린턴의 경우 에너지 지원을 대가로 핵 프로그램을 동결한 (제네바) 합의 이후인 1994년 10월 김 위원장에게 편지를 보냈다.
신문은 이어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기를 약속하지는 않았지만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보즈워스 대표의 방북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도했다면서 이는 아마도 오바마 대통령이 보낸 친서의 영향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이 신문은 부시 행정부 초반에 김정일 위원장에게 '각하'(his excellency)라는 경칭을 사용할지 여부를 두고 상당한 논란이 있어서 서한 발송이 난항을 겪었다는 뒷얘기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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