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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중·러 vs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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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중·러 vs 한국

[한반도 브리핑] 다가오는 한반도 해빙, MB 정부 준비됐나요?

스티븐 보즈워스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 일정이 지난 10일 마무리되었다. 2002년 제임스 켈리 특사의 방북과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이며, 방북 결과 성명도 간단명료하다.

"2005년 9.19 공동성명 이행과 6자회담 재개에 공통의 인식에 도달했다"는 그의 성명은 이튿날 북한 외무성의 발표문에서도 그대로 반복되었다. 북한과 미국의 첫 대면치고는 괜찮은 성과다. 아니 이어지는 후속 보도를 보면, 겉으로 드러난 결과보다도 더 깊숙한 말과 향후 계획이 논의되었을 법도 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친서가 전달된 듯하다는 보도도 있었고, 지난 2000년 '북미 공동 코뮈니케'의 부활도 예견되고 있다. 이로써 오바마 행정부 등장 이후 북한의 핵실험과 인공위성 발사 그리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 등으로 이어지던 갈등 국면은 저만치 뒤로 물러선 듯하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지만, 앞으로 '비핵화와 평화'라는 양 축을 중심으로 다양한 양자간 회담과 다자간 회담(6자회담 포함)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앞으로의 논의 결과에 따라 약간의 조정은 있겠지만,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방북도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한반도는 과거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의 변화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남북관계에 커다란 도전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우리는 신발끈을 더욱 단단히 조여매야 할 시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 금강산의 주봉(主峰)인 비로봉에서 내려다보이는 주변 풍경. 금강산 관광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태도를 보면 한반도 정세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현대아산

움직이는 인사들의 면면을 보라

북미 대화의 진전에 따라 주변국들도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지난 8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 이후부터 시작되었지만 최근 들어 더욱 본격화되고 있다.

러시아의 상원의장이 이미 북한을 방문했고, 그 동안 거의 전쟁수준의 대립을 보여주었던 북한과 일본 사이에도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의 평양 방문이 거론될 정도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중국은 다이빙궈(戴秉國) 외교담당 국무위원의 방북에 이어,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와 량광례(梁光烈) 국방부장, 천즈리(陳至立) 전인대 부의장의 방북으로 북중간 협력관계를 과시하고 있다.

6자회담 참여국들의 북한을 둘러싼 움직임이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우리만 뒤처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제는 정말 진지하게 검토해보아야 한다. 남북을 이어주던 금강산관광과 개성관광이 닫혔고, 활발하게 전개되던 민간의 교류도 위축되었다. 여기에 최근 통일부가 민간의 교류에 대해서까지 선별적 허용과 제한을 가함으로써 민간 교류를 통한 정부 당국간 대화의 통로까지도 제한하고 있다.

북한의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 부위원장의 현대를 통한 금강산 관광 재개 회담 제의를 민간의 대화 정도로 평가한 통일부의 태도를 보면 이런 분위기가 가까운 시일 내에 바뀔 것 같지는 않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지난 11일 <노동신문>을 통해 '남조선 당국은 우리의 아량과 선의를 오판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한 경고는 심상치 않게 들린다. 올 하반기부터 시작된 북한의 대남 유화 국면이 당장에 바뀔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언제까지 무작정 지속될 것으로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뒤쫓을 것인가 앞장설 것인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주변국들의 동향은 단순한 실무자들의 접촉이 아니라 고위급 접촉과 대화가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북한을 둘러싼 한반도 문제가 이제는 더 이상 실무급의 협상으로 진전되기 어려운 상황임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의제가 단순히 '북한의 핵'으로만 그치지 않고 본질적인 쪽으로 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즉, 다양한 양자 및 다자 회담의 성격이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체제 문제 등 한반도 및 동북아시아의 구조 자체의 변화를 내포한 의제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우리로서도 평화체제 등과 관련한 대응체계를 세우고 남북 공동의 노력을 요구하는 사안이다.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이번 북미간 대화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문제에 대해 남·북·미·중의 4자 회담의 틀을 서로가 '양해'했다는 보도는 이런 점에서 우리에게 무거운 짐을 지우고 있다.

지금과 같은 남북관계가 지속된다,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4자회담은 사실상 북·중·미 3자의 대화가 될 것이며, 남한은 명목상의 참가국으로만 전락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역사적 경험을 보면, 남북관계는 조변석개(朝變夕改)와 같은 면을 지니고 있다. 어제의 적대적 대립이 오늘에 와서는 서로 만나 악수하고 화해와 협력의 관계로 바뀌기도 하고, 반대의 경우도 많았다. 따라서 지금의 남북관계를 절대적인 기준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2000년 이후 달라진 남북관계, 그리고 주변관계의 구조를 놓고 보면 남북관계의 현재는 시대적 흐름에도 뒤처질 뿐 아니라, 미래의 준비를 위해서도 대단히 우려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6자회담 출범 이후 납치자 문제를 빌미로 북한과 격렬하게 대립했던 일본이 정작 6자회담의 장에서 어떠한 위치에 놓이게 되었는지를 돌아보면 쉽게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남북관계는 일본과도 다르고, 미국과도 다르다. 따라서 남한이 일본과 같은 처지로 내몰릴 가능성을 쉽게 비교,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북·미를 축으로 한 대화와 협상의 공간이 확대되고, 비핵화와 평화의 의제 토론이 심화되어 간다면 우리의 처지는 비용 부담의 주체일 뿐, 의제 실현의 주체가 되지는 못할 것이다.

이미 주변국들은 자국의 이익 실현을 위한 프로젝트를 하나씩 합의하고 실행하고 있다. 특히, 북한을 둘러싸고 러시아와 중국은 이미 경제협력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있으며,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일본 민주당 간사장의 대규모 방중 및 북한과의 전향적인 관계 실현의 발언에서 보이듯 일본 역시 접근 속도를 높이고자 하고 있다.

이는 모두 앞으로의 사태 전개를 예견하면서 뒤처지지 않기 위한 정치적 판단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 과연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여전히 꽁꽁 닫혀있는 금강산과 북한에 대한 선(先) 핵 폐기 요구에 갇혀 정작 우리에게 주어진 기회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더 나아가서는 냉전의 승패 논리에 사로잡혀 승리에만 집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소위 '3차 서해교전'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승리에만 집착하여 정작 풀어야 할 숙제는 못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자칫하면 허겁지겁 뒤쫓아 가는 신세로 전락할지 모를 상황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비공식 접촉의 낙관에 갇혀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남북관계의 특성상, 비공식 혹은 비밀 접촉을 통한 관계 변화가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국민적 동의와 지지에 기반할 때만이 현실적인 힘이 된다는 것은 지난 10년 동안 지금의 여당이 '공개성과 투명성, 국민적 합의'라는 이름하에 줄곧 강조해왔던 것이 아니었던가.

더욱이 역사적 경험은 우리가 주체적으로 남북관계를 풀어가지 못했을 때 더욱 많은 비용을 부담하고, 협상에서도 결코 능동적인 역할을 하지 못했음을 증명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의 상황은 진지한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허겁지겁 쫓겨 비용 부담의 주체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앞장서서 비핵화와 평화의 두 개의 수레바퀴를 굴리는 주체가 될 것인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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