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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적(朝鮮籍) 재일동포는 또 가슴이 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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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조선적(朝鮮籍) 재일동포는 또 가슴이 시리다

[기고] '기민정책'으로 회귀하려는 이명박 정부에 묻는다

오는 31일 서울 행정법원에서는 지난 8월 주일 오사카 한국총영사관에 의해 한국으로의 임시여행증명서 발급을 거부당한 조선적 재일동포 정모 씨가 제기한 행정소송에 관한 판결 선고가 있다.

재외동포 문제에 천착하는 시민단체 '지구촌동포연대' 배덕호 대표는 이번 소송의 의미와 쟁점을 밝히는 긴급 기고문을 <프레시안>에 보내 왔다.


배 대표는 이 글에서 국적을 '조선(朝鮮)'으로 쓰는 재일동포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기민정책(棄民政策. 백성을 버리는 정책)이라고 비난하며 사법부의 현명한 판결을 호소했다. <편집자>

지난 10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조선적(朝鮮籍) 재일동포의 국적취득 강요에 의한 인권침해에 관한 진정 건(2009.07.15)'에 대해 외교통상부 장관 및 주일 오사카 한국영사관 총영사에게 다음과 같이 '시정권고조치' 결정을 내렸다.

1. 외교통상부 장관에게 재외공관에서 조선국적의 재일조선인에 대한 여행증명서를 발급할 때 국적 전환을 강요, 종용하거나 이를 조건으로 하는 관행을 시정하고 이에 부합하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할 것을 권고한다.

2. 주일 오사카 한국영사관 총영사에게 향후 유사한 인권침해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피진정인에 대한 자체 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한다.

국가인권위는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근거를 이렇게 밝혔다.

"피해자가 한국 국적을 취득하지 않는다는 사유로 조선적(朝鮮籍) 재일조선인(무국적자)인 피해자에게 여행증명서 발급을 거부하거나 한국의 국적을 취득할 것을 조건으로 여행증명서를 발급하는 행위는「남북교류협력법」및「여권법」등의 문언과 취지에 부합되지 않는 처분으로서「헌법」제10조, 제14조, 제19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기본적 인권을 침해했다고 판단된다.

위와 같은 인권침해에 대한 구제조치로는 재외공관에서 조선적(朝鮮籍) 재일조선인에 대한 여행증명서를 발급할 때 국적전환을 강요·종용하거나 이를 조건으로 하는 관행을 시정하고 이에 부합하도록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며, 피진정인에 대해서는 향후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자체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필자가 아는 한 이번 시정권고조치는 2001년 국가인권위 설립 이래 한국 국적자가 아닌 국외거주 재외동포 문제에 대한 이 위원회 차원의 최초의 결정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지난 2002년 11월 필자는 같은 사안으로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고, 2004년 3월 국가인권위는 피해를 입증할 '증거부족'을 들어 진정 건을 기각한 바 있다.

그간 2002년, 그리고 올해 진정 건에 대해 외교부와 일본 현지 담당영사들은 국가인권위에 낸 답변서에서 '오해이고 (선의로) 국적변경절차에 대한 안내를 했을 뿐'이라며 인권침해 사실을 부인하거나, '임시여행증명서 발급은 외교통상부 장관의 재량권'임을 거듭 강조해왔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의 이번 공식 결정으로,그간 조선적 재일동포의 국내 입국 시 주일 한국영사관에서의 한국 국적 전환 요구가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이번 결정으로 그간 관련 법률로 엄격히 제한받아야 하는 소위 '재량행위'를 남용해 임시여행증명서 발급을 무슨 선심 쓰듯 하나씩 던져주는 것쯤으로 여기는 정부의 케케묵은 관행에 쐐기를 박은 셈이다.

국가인권위의 이번 결정에 대해 향후 외교부가 수용 여부를 포함 어떻게 대응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돌변한 정부의 입장

이참에 필자는 정부 정책의 일관성, 조선적 재일동포에 대한 정부 인식을 문제 삼지 않을 수 없다.

지난 2002년 같은 내용의 진정 건에 대해 정부(외교부)가 국가인권위에 보낸 답변서(2004년 3월)에는 이렇게 되어 있다.

"(…) 모든 조선적(朝鮮籍) 동포에게 여행증명서 신청 문호가 개방되어 있으며, 신원상 특이사항이 없으면 발급하여 주고 있으며 일반적으로 1주 이내에 발급하며 횟수의 제한은 없다. (…) 현재 신원특이자가 아닌 경우 조선적 재일동포의 입국을 대부분 허용하고 있다.(…) 지난 5년간 여행증명서 발급실적은 1만1819건이며 그 동안 총 4건의 거부 사례가 있었고 거부한 사유는 간첩사건 연루, 친북활동 등이었다."

외교부 답변대로라면, 1999년에서 2004년 초까지 1만2000여 명에 달하는 조선적(朝鮮籍) 재일동포는 1990년 제정된「남북교류협력법」에 의해 제한 없이 고국을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올 9월 주일대사관 영사부가 국회 모 의원실에 제출한 '최근 5년간 일본내 조선적(朝鮮籍) 재일동포의 입국 신청현황' 관련 자료에 따르면, 신청 건수는 2005년 1146건, 2006년 1101건, 2007년 865건, 2008년 774건, 2009년 8월까지 456건에 불과하고, 또한 신청자 중 거부 사례에 대한 기본 통계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또한 최근 지난 8월 24일 주일 오사카 한국총영사관에서 입국시 필요한 임시여행증명서 발급을 거부당한 조선적 재일동포 정모 씨가 제기한 행정소송(사건번호: 2009구합34891, 서울행정법원 제14행정부<나>배정) 과정에서, 정부(오사카 총영사관 총영사)를 대리해 정부법무공단이 재판부에 제출한 준비서면(2009.11.24. 재판 과정에서 오가는 서류)의 내용을 보면 참으로 기가 막힌다.

준비서면에서 오사카 총영사관 총영사는 이렇게 밝히고 있다.

"(조선적 재일동포인) 원고는 대한민국에서 출국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에 '입국하려는' 조선적 무국적자로서 여행증명서 발급대상자 중 어디에 속하지 않을 뿐 아니라 (…) 설령 관련 법령 등에 따른 여행증명서 발급대상자에 '명백히' 해당한다 하더라도 여행증명서 발급 여부는 '전적으로' 피고의 재량인(…) 해당자의 신원 및 성향, 기타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할 수 있는 것"

즉 임시여행증명서를 발급할 대상자가 아니며, 만약 대상자라 하더라도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으므로 막을 수 있다는 논리다. 그렇다면 99년부터 2004년까지 무려 1만2000여 건에 달하는 조선적 재일동포에 대한 임시여행증명서 발급은 어찌된 건가?

현재까지도 많은 오해를 낳는 조선적 재일동포의 외국인등록증의 '국적'란에 표기된 '조선(朝鮮)'이라는 표기(기호)는, '남북한에 각기 정부가 수립되기 전 한반도의 국호인 조선'을 가리키는 용어로, 쉽게 말하자면 '조선왕조'의 조선, '조선일보'의 조선, 광주 '조선대학교'의 조선 바로 그 의미인 것이다.

6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일본은 1945년 8월부터 국제법적으로 전쟁상태가 종결된 1952년 4월까지 약 7년 간 연합국의 점령하에 있었고 GHQ(연합국총사령부)의 지배를 받게 되었다.

당시 일본에 남은 약 60여 만 명의 조선인들은 GHQ에 의해 '해방인민'(liberated people)으로 '일본인'(Japanese)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과거 일본국민(Japanese subjects)이었으므로 '적국민'(enemy nationals)이라는 이중의 취급을 당하게 된다. 말하자면, 1947년 5월 GHQ와 일본 정부에 의해 공포·시행된 칙령(외국인등록령)에 의해 일본에 남겨진 모든 조선인들은 외국인등록증에 일률적으로 '조선'(朝鮮)이라는 기호를 표기해야만 했던 것이다.

지난 노무현 정부까지는 소위 '총련계 재일동포'를 포함한 조선적 재일동포의 이 같은 역사적 정체성과 특수성을 적극적으로 고려, 「남북교류협력법」등 제도를 통해 이들의 자유왕래를 실현시켜왔다.

하물며 일본 정부조차도 비록 눈엣가시 같지만 '조선적 재일동포가 과거 한반도로부터 도래한 특별한 이유있는 정주 집단'임을 인정해 이들에 대해 특별영주권을 부여하고 재입국허가서 발급을 통해 일본 내 출입국을 보장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지난 7월 진정을 제기해 이번 국가인권위 결정문을 받아낸 조선적 재일동포 정모 씨는 국내 대학 박사과정에 합격하고도 임시여행증명서를 발급받지 못해 결국 꿈 많던 고국에서의 학문의 길을 중도에 포기하고 취업에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한다.

올 해 마지막 날인 31일 오후 2시에는 주일 오사카 한국총영사관을 피고로 하는 '임시여행증명서 발급거부처분 취소 소송' 판결 선고가 있다. 담당 재판부는 선고 예정일이었던 지난 10일 갑자기 판결 선고 기일을 31일로 연기했다고 한다.

재판을 아는 사람의 말을 들어보면 그만큼 담당 재판부도 고민을 하고 있다는 얘기란다. 일제식민 시기와 남북 분단으로 인해 인권의 사각지대로 내몰린 지난 60년, 일본 정부의 극심한 배제와 차별정책에도 모자라 현 한국 정부의 냉대에 가슴시린 조선적 재일동포들이다. 서울행정법원 제14행정부(나)는 과연 뭐라 판단할건가

끝으로 외교부에 묻는다. 당신들이 그렇게 자나 깨나 강조하는 안보 문제를 굳이 따진다면 다음 재외동포 중 안보에 위협이 되는 순서대로 1,2,3,4,5를 정하시오.

( ) 재중동포
( ) 재CIS동포(구소련지역동포)
( )〔일본국적〕재일동포
( )〔한국국적〕재일동포
( ) 조선적(朝鮮籍) 재일동포

* 조선적 재일동포는 거의 대부분 남한(경상도, 전라도, 제주도)이 고향이며 (과거는 물론이고 지금까지) 한국 국적으로도 일본 국적으로도 얼마든지 국적을 취득해 한국을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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