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기영 문화방송(MBC) 사장과 본부장단이 일제히 사표를 제출했다.
MBC의 최대 주주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우룡)는 9일 "엄기영 사장은 7일 오전 엄 사장 본인과 MBC 이사 전원 및 감사의 재신임 여부를 묻기 위해 사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사표를 제출한 8인은 엄기영 사장과 감사, 기획실장, 보도본부장, 제작본부장, 편성본부장, 기술본부장, 경영본부장 등 본부장 6명이다.
방문진은 "오는 10일 예정된 이사회에서 이 안건을 상정해 재심임 여부를 공식 논의할 것"이라며 "MBC가 빠른 시일 내에 안정될 수 있도록 한층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MBC 내부는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지난 4일 엄기영 사장이 본부장 전원으로부터 사표를 받으면서 본부장들의 재신임은 미리 알려진 것이었으나, 엄 사장까지 사표를 낼 것은 미리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
MBC 관계자는 "본부장단이 일제히 사표를 제출할 것이라는 이야기는 지난주부터 이야기가 나왔다"면서 "하지만 엄 사장까지 사표를 제출할 것은 예상하지 못했고 내부에선 당황스러운 분위기"라고 말했다.
전국언론노조 MBC 본부(본부장 이근행)도 이날 "(본부장들의 일괄 사표 제출은) 김우룡 이사장이 자진 사퇴 압박 발언을 한 바로 그 주에 일어난 일"이라며 "김우룡은 MBC 직할 통치를 당장 중단하라"고 본부장 사표 제출을 반대하는 성명을 냈다.
MBC 관계자는 "본부장 사표 제출을 두고 MBC 내부에서는 엄 사장과 김 이사장 간 밀약을 통해 일부 본부장들을 갈아치우는 방식으로 엄기영 사장 재신임을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며 "엄 사장의 사표 제출은 이러한 의혹에 대항하기 위한 카드로 보인다"고 말했다.
엄 사장의 사표로 김 이사장의 자진 사퇴 압박 논란도 다시 불거지고 있다. 김 이사장은 지난달 30일 열린 방문진 이사회에서 엄 사장에게 "가시적 성과가 없다면 스스로 책임을 지겠다고 공언했다"면서 "엄 사장도 스스로 검토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김우룡 이사장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엄기영 사장의 사표에 대해 "최근 MBC 내부에서 회사가 표류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안 된 말이지만 특정 부서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고 하니까 엄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탄력을 받기 위해 재신임을 묻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자진 사퇴 압박 논란이나 엄 사장과의 '밀약설'에 대해서는 "엄 사장이나 본부장의 사표에 관련해 미리 듣거나 말한 것은 전혀 없다"며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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