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규 한국방송(KBS) 사장 반대 총파업 투표가 부결된 이후, KBS 노동조합 집행부가 '총사퇴'를 거부해 반발이 커지고 있다. KBS 노조 집행부는 총사퇴 요구에 응하는 대신 "사측과 협상을 벌여 그 결과를 가지고 이달중 대의원대회에서 집행부 신임을 묻겠다"고 대응해 논란을 키우고 있다.
KBS 노조 "사측과 협상 이후 재신임 묻겠다"
KBS 노조는 4일 '대국민 사과문'을 내 "예상치 못한 결과로 대다수 국민들을 실망시킨 것에 사과드린다"면서 "그러나 정치 파업에 대한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는 공영 방송 구성원의 표심이 반영된 것이지 MB 특보를 사장으로 인정한 것은 아닌 점을 국민들에게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이들은 "당장 조합 지도부가 총사퇴해야 마땅하지만 시청자들의 소망에 보답하고자 지속적인 이명박 특보 김인규 퇴진 투쟁을 벌이기로 결정했다"며 "위원장의 단식 투쟁과 5000 조합원의 단결을 토대로 공영 방송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KBS 내에는 '집행부 총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KBS 노조가 3일 오후 2시부터 5시간 가량 진행한 비상대책위원회에서는 '집행부 총사퇴'를 두고 격론이 벌어졌다. 일부 비대위원들은 "총파업 찬반 투표 부결로 집행부는 조합원들로부터 불신임을 받은 것"이라며 '사퇴'를 요구했으나 KBS 노조는 사측과의 '협상' 이후 12월 중 대의원대회를 열어 대의원들에게 신임 여부를 묻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KBS 노조는 4일 특보에서 "대다수 비대위원들은 사측을 상대로 공영 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등을 쟁취해 낸 뒤, 이를 대의원에게 제시하고 신임을 묻는 것이 책임있는 조합의 자세라는데 의견을 모았다"면서 "이에 따라 조합은 권력으로부터 KBS를 지킬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 사측에 제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지난달 30일 김인규 사장 반대를 주장하며 단식 농성에 돌입한 강동구 위원장은 "총파업 부결을 사죄하고 조합원의 관심과 참여를 촉구하기 위해 무기한 단식 농성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식물 노조로 무엇할 수 있나", "김인규 인정 안 한다더니 협상 말되나"
그러나 KBS 내부에서는 노조의 집행부의 총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또 '사측과 협상 후 재신임'이라는 노조의 '수습책'을 두고도 비판이 적지 않다. '대국민 사과문'에서 총파업을 스스로 '정치 파업'이라고 규정한 것도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민일홍, 윤성도, 이진서, 성재호 등 KBS 노조 기자·PD 중앙위원 4명은 4일 성명을 내 "노조가 파업을 잃어버리고 할 수 있는 일은 사실상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이 때문에 비대위 총사퇴로 분위기를 일신하고 새 중심체를 구성해 새롭게 싸워나가야 한다는 것은 모든 노조의 불문율과 같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조합원들은 집행부, 비대위가 정말 KBS 노조를 위해 그러는지 아니면 자신들의 연명을 위해 얕은 수를 쓰고 있는지 안다"면서 "사측이 원하는 상황도 파업이라는 무기를 잃어버린 이른바 식물 집행부를 계속 끌고 나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노조위원장의 결단을 부탁한다. 비대위 총사퇴만이 KBS 노조의 사즉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도영 KBS 노조 감사도 이날 사내게시판(KOBIS)에 성명을 올려 "김인규를 사장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선언한 집행부가 파업이 부결된 상황에서 사측과 협상한다는 것은 천부당 만부당 하다"며 강동구 위원장의 무기한 단식 농성에 대해서도 "총파업이 부결된 마당에 위원장 단식으로 활로를 열겠다는 것은 사태를 지나치게 낙관하는 것"이라과 꼬집었다.
다른 조합원은 "사측이나 권력의 노조 공격 논리로 쓰일 법한 '정치 파업'이란 용어까지 동원하여 자리에 집착하려는 노조 집행부의 모습은 구차하다는 표현 외에 더 적절한 말이 없을 것 같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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