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전문가인 이웅현 박사는 14일 중앙아시아학회가 '아프가니스탄 : 문명사적 의의와 전망'을 주제로 개최한 국제학술대회에서 이같이 말하고 "다양한 정치세력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아프가니스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포괄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웅현 박사는 "(아프가니스탄 남부 도시) 칸다하르에서만 7만3000명의 탈레반 병력이 훈련, 양성되고 있으며 향후 20년 동안 매년 1만 명의 희생자를 내더라도 병력을 유지하면서 교전에 임할 것"이라며 이런 탈레반은 "미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렇다고 패배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탈레반은 또한 거의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파키스탄 쪽 국경을 넘나들고 있으며 파키스탄 탈레반과 연대를 모색하고 있다. 또한 탈레반은 주축이 되고 있는 파슈툰족을 중심으로 '신세대 탈레반'을 양성하고 있다는 게 이 박사의 설명이다.
그는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이나 나토 연합군은 "창문을 열어 놓고 에어콘을 가동하는 식의 전쟁을 계속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탈레반의 최종 목표에 대해 그는 "아프가니스탄(정부)으로의 정치적 복귀에서 이미 벗어나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양쪽에 거주하는 파슈툰의 정치적 통합을 목표로 하는 '민족해방전쟁'으로 전선이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그는 "근본적으로 탈레반은 파슈툰족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민족분쟁과 강대국들의 제국주의 전쟁이 투영된 전형적인 근대적 투쟁"이라며 "종교적 충돌보다는 다인종 국가의 민족분쟁과 근대화 투쟁의 측면이 더 강한 '탈레반 문제'는 아프가니스탄과 파슈툰족에 대한 포괄적 접근을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투병 증파 논란에 대해 그는 "군사적인 관점에서 보면 탈레반 반군과의 교전과 아프간의 안정에 필요한 연합군 병력은 더욱 증가되어야 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정치적인 관점에서 보면 주둔군 증강은 결국 카불 정권과 아프가니스탄 국민 사이의 심리적 거리감을 더욱 넓히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아프가니스탄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이 박사는 "외국 군대가 전면 철수하고 민주주의 국가 아프가니스탄의 재생을 아프간인들의 손에 맡겨 두면 탈레반을 비롯한 세력이 무력으로 정권을 장악하거나 내란에 빠질 위험성이 있다"며, 반대로 "지속적인 개입을 통해 카불 정권의 보안 능력을 강화하려 하면 외세를 혐오하는 아프간인들의 반발에 지속적으로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전면적인 개입과 전면적인 철수 양자 사이의 회색지대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은 '끝이 없는 소모전'과 '점증하는 출혈'뿐"이라며 "한국을 비롯해 어떠한 방식으로든 아프가니스탄에 커미트먼트(관여, 기여)를 가지고 있는 세계의 국가들은 딜레마에 빠져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교도통신> 기자 출신인 다나카 사카이(田中宇)가 쓴 <탈레반과 아프가니스탄>은 2001년 일본에서 출판되어 11만부가 넘게 팔리며 탈레반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켰다. 탈레반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현장감 있게 추적하고 있는 이 책은 1994년 탈레반 등장 이후 2007년까지 탈레반의 궤적을 추적한 르포르타주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또한 은둔의 땅 아프가니스탄의 둘러싼 탈레반과 알카에다, 사우디아라비아, 파키스탄, 미국의 충돌과 새로운 '그레이트 게임' 시대의 전개를 짧은 시간 내에 바라볼 수 있게 하는 흥미로운 '이야기책'이기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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