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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니 "미국, 또다시 글로벌 자산거품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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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니 "미국, 또다시 글로벌 자산거품 키우고 있다"

"달러 캐리 트레이드는 지속 불가능"

현존 최고의 금융위기 예측가로 꼽히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현재 미국 등 주요 경제국들에 자산거품이 형성되고 있으며, 이 거품이 필연적으로 붕괴할 것이라고 거듭 경고하고 나섰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G20(주요 20개국)이 통화팽창 정책에 공조하고 있어 경제회복이 본격화되면 높은 인플레이션이 초래될 것이라는 일각의 경고에 대해 "지금은 디플레이션 위협이 더 크고, 인플레이션은 빨라야 3~4년 뒤의 일"이라고 일축했던 루비니 교수는 사실 인플레이션 위협이 현실화될 가능성보다는 '자산거품 붕괴'를 더욱 우려해 왔다.(☞관련 기사:루비니 "더 큰 위기 형성 중, 인플레 우려할 때 아니다")
▲ 누리엘 루비니 교수. ⓒ로이터=뉴시스
"글로벌 자산시장 랠리, 달러 캐리 트레이드 탓"

최근 루비니 교수는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에 기고한 '달러 캐리 트레이드는 불가피한 거품 붕괴 맞을 것(Mother of all carry trades faces an inevitable bust)'라는 글을 통해 그 이유를 더욱 구체적으로 풀어놓았다.

루비니 교수는 우선 "지난해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 급락했던 자산가격이 올해 들어 3월 이후 급등한 가장 큰 요인은 무엇인가"라며 화두를 던졌다.

"위험한 자산가격이 거시경제의 펀더멘털과 비교할 때 너무나 많이, 너무나 일찍, 너무나 빨리 올랐다"는 루비니 교수의 지적처럼, 지난해 9월 글로벌 경제위기로 급락했던 자산가격은 지난 3월 이후 돌연 상승세로 돌아섰다.

지난 3월9일 6547.05로 12년래 최저치 수준까지 떨어졌던 다우존스 지수가 지난 14일 1만선을 돌파한 것은 이런 흐름을 상징한다.

루비니 교수는 "이처럼 대대적인 상승세의 배후에는 무엇이 있는가?"라면서 화폐 가치가 하락 추세인 달러를 꼽았다.

루비니 교수의 글에 따르면, 달러 약세의 배경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제로금리에 가까운 저금리와 통화팽창 정책으로 막대한 달러 유동성을 공급한 측면도 있지만, 달러 약세를 더욱 부추기는 것은 '달러 캐리 트레이드'다.

캐리 트레이드는 저금리와 가치 하락 추세인 통화를 빌려 금리 차익과 환 차익을 확보하면서 다른 통화권 자산을 매입하는 투자 행태를 가리킨다.

Fed의 3박자 정책… 제로금리, 통화팽창, 부실채권 매입

제로금리에 가까운 저금리에 통화남발로 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달러는 캐리 트레이드에 딱 맞는 조건을 갖춘 화폐가 되면서 전통적인 캐리 트레이드 대상이었던 엔화를 제치고 투자자들의 각광을 받고 있다.

루비니 교수에 따르면, 달러 캐리 트레이드 투자자들은 달러를 매도하고 고수익 위험 자산을 매입하고 있지만, 저금리 정도가 아니라 사실상 연 10~20%에 달하는 마이너스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달러 약세는 달러를 매도 포지션으로 운용하기만 해도 막대한 환차익을 가져다 주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달러 캐리 트레이드에 의한 달러 매도는 달러 약세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투자자들이 마이너스 20% 금리의 자금을 동원해 매우 높은 레버리지로 위험한 글로벌 자산에 투자하고 있지만, 이 위험한 게임에 뛰어든 투자자들은 천재처럼 보인다. 거대한 거품에 올라탄 덕분에 지난 3월 이후 이들의 수익률은 50~70%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의 투자를 지속한다면 투자자 스스로도 원금 손실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느껴야 정상이다. 하지만 Fed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무려 1.8조 달러나 투입해 미국 국채, 주택저당채권(MBS) 등 부실 채권을 매입하는 정책을 쓰는 덕분에 투자자들은 투자처를 다양화할 필요도 느끼지 못하고 원금 손실 위험도 낮은 것으로 느끼고 있다는 것.

이런 정책들이 결합해 글로벌 자산 거품이 초래되고 있으며, 미국에서도 새로운 자산 거품이 형성되고 있다. 외국의 중앙은행들이 보유한 달러도 미국으로 대량 유입돼 미국의 자산 거품을 키우고 있다. 막대한 재정적자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주식 시장에 거품이 끼고 있는 배경이 이런 것이다.

미국 통화팽창 정책의 볼모가 된 다른 나라들

달러 약세를 초래하는 미국의 정책은 다른 나라들도 통화팽창 정책을 따르도록 강요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아시아와 라틴아메리카의 중앙은행들은 달러 약세를 우려해 통화 안정을 위한 공격적인 시장 개입을 하고 있다. 이들 나라에서 정책금리를 바람직한 수준 이하로 유지하는 것도 이때문이다.

그 결과 이들 나라에서도 자산 거품이 초래되고 있다. 전세계에 걸쳐 온갖 자산 가격이 동시에 부풀어 오르고 있는 것이다. 루비니 교수는 "하지만 언젠가 이 거품은 붕괴될 것"이라면서 "그것도 사상 유례없는 규모로 글로벌 자산 거품이 동시에 꺼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달러 가치의 추세 전환은 시간 문제

이런 때가 오는 조건은 무엇인가. 달러가 다시 강세로 돌아서며 달러 회수가 시작되는 것이다. 루비니 교수는 이 과정이 불가피하게 일어날 것으로 예측한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달러 가치가 완전히 없어질 수 없기 때문에 어느 순간 안정화될 것이고, 이때가 되면 달러 조달 비용이 마이너스에 돌연 제로로 바뀐다. 또한 달러 가치의 추세 전환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달러 회수에 들어가게 된다.

Fed가 부실 채권을 매입해주는 프로그램도 내년 봄이면 끝나면서 금융시장의 안전성도 흔들린다. 미국의 경제성장이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시장 예측보다 높은 플러스를 이어가면 시장에서는 Fed가 조만간 통화긴축정책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예측이 대두될 것이다.

또한 더블딥 양상의 경기침체 또는 미국, 이스라엘과 이란의 군사적 대결 같은 지정학적리스크 등에 대한 우려로 위험자산에서의 탈출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지난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때도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미 국채를 선호하면서 달러 가치가 급등한 것처럼, 막대한 규모의 달러 매도 포지션이 종료되는 시점에서 달러 가치의 추세전환 가능성은 달러 가치 급등을 촉발할 수 있다.

달러 캐리 트레이드 현상이 상당기간 지속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럴 수록 자산거품이 커지고 그 붕괴 규모가 커질 뿐이다.

루비니 교수는 "Fed를 비롯한 미국의 정책결정자들은 자신들이 괴물같은 거품을 만들어내고 있는지 의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면서 "그들의 눈이 멀어있을 수록 시장의 붕괴는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강력하게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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