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협회(회장 이병순)가 21일 전국언론노조와 시민사회단체가 제작한 '언론악법 원천 무효' TV 광고에 '심의 보류' 결정을 내렸다.
방송협회는 이날 4시부터 심의위원회를 열고 미디어행동이 지난 20일 신청한 언론법 비판 TV 광고에 대한 심의를 진행했다. 이들은 미디어 행동이 제출한 광고 2편 모두에 대해 공정성(방송심의 규정 5조), 개인 또는 단체의 동의 (11조) 위반 등을 이유로 심의 보류 결정을 내렸다. (☞ 관련기사 : "언론은 정부가 연주하는 피아노"?)
'4대강 비판 광고'도 '미디어법 비판 광고'도 안된다?
이들이 문제제기한 부분은 언론 관련법이 강행 처리된 지난 22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윤성 부의장이 의사봉을 두드리는 모습이 담긴 장면과 "미디어법 10월 29일 결정, 국민 여러분들이 판단해주십시오"라는 광고 문구. 광고 집회장면 중 '미디어법 원천무효'라는 손팻말이 노출된 것도 같은 이유를 들어 수정을 요구했다.
방송협회는 "소송 등 재판에 계류 중인 사건 또는 국가기관에 의한 분쟁의 조정이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한 일방적 주장이나 설명을 다뤄선 안된다는 방송심의규정 제5조 2을 위반했다"는 주장했다.
또 최근 한국방송(KBS) 2TV <스타골든벨>에서 갑작스럽게 하차해 논란이 된 방송인 김제동 씨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노제에서 사회를 보는 모습이 담긴 장면. 미디어행동 등이 김제동 시의 동의를 구했는지가 확실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방송협회는 지난달 29일에도 환경운동연합이 만든 '4대강 사업 비판' 라디오 광고를 "진실성이 부족하고 소비자가 오인할 소지가 있다"며 심의를 보류해 논란을 일으켰다. 방송협회가 거듭 '시민 공익 광고'에 '방송 보류' 결정을 내리면서 방송협회의 광고 심의가 사실상 정부 비판을 봉쇄하는 '사전 검열'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 방송협회가 심의 보류 사유로 지적한 부분들은 지난 7월 언론 관련법이 강행 통과된 이후 이를 홍보하는 문화체육관광부의 광고는 방송된 것에 비해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이에 협회 측은 "정부의 언론법 홍보 광고는 각 방송사들이 비상업적 정부 광고로 자체적으로 판단해 방송을 한 것이고 방송협회 심의와는 무관하다"고 해명하고 있다.
"재심의 요청할 것"…방송 여부는 불투명
한편 언론노조와 미디어행동은 방송협회가 지적한 부분들을 수졍해 재심의를 받는다는 계획이지만 일정상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상재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결국 방송협회의 논리는 '광고가 헌법재판소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인데 그렇게 따지면 길거리 서명운동, 신문 방송의 기사가 모두 불법"이라며 "이윤성 부의장의 얼굴에 모자이크를 하든 대책을 세워 다시 심의 요청을 해보고 방송협회가 어떻게 결정을 내리나 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심의 일정상 헌법재판소의 최종 결정이 나오는 이달 29일 이전에 '언론악법 원천 무효' 광고가 상영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일반 광고는 심의 접수 후 하루만에 방송협회 실무진에서 방송 가능 여부를 결정하지만 정치적 입장 등이 담긴 의견 광고는 매주 수요일마다 열리는 심의위에서 방송 가능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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