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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자라트남 쇼크'… 헤지펀드의 '신통한 투자기법'은 내부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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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자라트남 쇼크'… 헤지펀드의 '신통한 투자기법'은 내부거래?

SEC "그는 시장을 잘 아는 게 아니라 내부정보망 구축에 뛰어났을 뿐"

지난 10년간 미국의 신흥부자가 탄생하게 된 이유를 조사한 설문에서 1위를 차지한 항목은 사업성공이나 상속이 아닌 헤지펀드 투자였다고 한다. 그 비결에 대해 시장에서는 헤지펀드들은 주식시장이 상승장이건 하락장이건 언제나 남다른 수익을 올리는 '초절기법'을 구사하기 때문이라고 감탄했다.

하지만 최근 미국 연방 검찰에 의해 헤지펀드가 포함된 사상 최대의 내부자 거래 사건이 적발되면서 헤지펀드의 은밀한 수법들이 일부 드러났다.(☞관련 기사:'칠면조 같은 월가', 이번엔 대규모 내부자 거래 적발)
▲ 증권거래 사기 혐의 등으로 체포된 갤리온그룹 호장 라즈 라자라트남. ⓒ로이터=뉴시스

법원의 허가를 받아 시행한 도청이 결정적 증거가 됐다는 연방 검찰의 발표에 따르면, 헤지펀드업체 갤리온 그룹의 설립자이자 회장인 라즈 라자라트남은 뛰어난 투자기법으로 신흥부자가 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실은 내부거래를 일상적으로 저지르며 막대한 수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라자라트남의 사업에서는 내부거래가 일상적 수법"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갤리온의 내부거래 사건이 은밀한 헤지펀드들을 엿보게 한다(Galleon Insider-Trading Case Opens Window on Secret Hedge Funds)'라는 기사에서 라자라트남이 구사해온 수법을 보다 자세하게 전했다.

이 통신은 "이번 사건은 20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린 특정 사안에 한정됐지만, 라자라트남이 구축한 정보원과 주식중개인의 네트워크를 들여다보게 해준다"면서 "도청 녹취록을 보면, 라자라트남의 사업에서 내부 정보에 의한 거래는 일상적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과 현지 언론들의 보도에 따르면, 라자라트남과 공모한 자들은 매킨지의 컨설턴트, 인텔의 재무담당 임원, 베어스턴스의 베테랑 직원 등 유명 기업 출신들이 망라됐다.

라자라트남은 이들을 포함한 다수의 관계자들의 내부 정보 제공에 힘입어 한때 70억 달러의 자산을 운용하는 헤지펀드를 키워냈다. 이에 대해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는 "이러한 성공은 천재적 기법에 의한 것이라기보다 간계에 더 힘입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검찰의 형사 기소 절차와 별도로 2500만 달러 이상의 민사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힌 SEC 고위 관계자는 "라자라트남은 기업의 펀더멘털이나 시장 동향에 정통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실과 달랐다"면서 "그는 시장을 잘 아는 사람이 아니라 공모자를 끌어들이는 능력이 뛰어났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입사지원자에게 "내부정보 입수 가능한 기업들 말해보라" 질문

라자라트남이 얼마나 내부거래 정보망 구축에 혈안이 되어있는지는 도청 녹취록이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지난 2005년 라자라트남은 한 입사지원자를 면접하면서 "내부정보 입수가 가능한 기업들을 말해보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 지원자는 당시 친구가 있는 폴리콤이라는 기업에서 분기별 수익 자료를 미리 빼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 지원자는 갤리온에 채용되는 대신 각종 기업들의 내부정보를 수집하는 임무를 맡게 됐다. 갤리온이 블랙스톤 그룹이 힐튼호텔을 200억 달러에 인수한다는 정보를 발표 전날 알아내 4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린 것도 그의 정보 제공에 힘입었다. 하지만 그는 현재 라자라트남을 곤경에 빠트린 핵심 제보자가 되었다.

라자라트남과 함께 도청 녹취록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대니얼 치시가 공범자들과 대화한 통화 내용은 더욱 적나라하다. 지난 2008년 8월22일 뉴캐슬파트너스라는 헤지펀드에서 일하던 치시는 마크 컬랜드라는 동료로부터 조언을 듣는다.

컬랜드는 치시에게 분석업무를 그만두고 내부정보 수집에 집중하라는 조언을 한다. 컬랜드는 "마이크로칩, 아카마이 같은 업체들과 보다 밀접한 관계를 맺어봐. 정보 수집에 신경을 써야지"라고 말했다. (마이크로칩은 캘리포니아 서니베일에 소재한 반도체제조업체 어드밴스트 마이크로디바이스를 가리킨다. 아카마이는 세계적인 인터넷관련 서비스업체. 편집자)

2008년 9월9일의 통화 내용을 보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으로 내부정보들이 교환되는 장면도 나온다. 아카마이에 있는 임원으로부터 정보를 제공받은 치시는 이 임원에게 "이달 말 이전에 AMD 주식을 사는 게 좋을 거야. 다음주까지는 별일 없지만, 그 다음주에 내가 큰 건을 할 거야"라고 말했다. 아카마이의 임원은 이 정보를 듣고 "알았어. 알았어. 좋아. 정말 고마워"라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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