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를 돕는데 변호사나 노무사 자격증이 꼭 필요할까? 물론 있으면 좋겠지만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외국인 노동자를 돕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뿐더러, 자격증보다는 애정과 현장 경험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장님은 불황을 이유로 5개월 동안 노동자들의 월급을 깎았다. 억울하게 감봉을 당한 노동자들은 퇴직 후 수원 노동부에 진정했다
궁지에 몰린 사장님이 수원 노동부로 미지의 사나이를 데려왔다. 40대 초반쯤 되었을까? 그가 노무사라는 것을 아는 데는 10초도 걸리지 않았다. 그가 우리 센터 N간사를 향하여 이렇게 물었으니까.
"<노무사> 자격증 있습니까?"
N간사는 황당해 하면서도 간결하게 대답했다.
"없습니다."
"그럼 변호사 있으세요?"
"예. 도와주시는 변호사님은 있습니다만."
"그런 거 말고 본인이 변호사 자격증을 갖고 있냐구요?"
N간사가 항의했다.
"저희는 비영리단체인데 무슨 이익을 창출한다고 변호사를 고용합니까? 현실을 모르시네요."
"자격증이 있으면 좋잖아요."
"아니, 노무사나 변호사가 아니어서 일처리를 못합니까? 왜 이 자리에서 자격증 유무가 화두가 되어야 하나요? 기선 제압 하시려구요? 저하고 싸우러 오셨어요?"
"그건 아닌데요."
자격증 시비는 그걸로 끝났다.
노무사는 현장 경험이 많지 않은 것 같았다. 왜냐하면 사장님이 노동자에게 보낸 편지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으니까. 그 편지에는 한 달만 월급을 깎고 그 다음 달부터는 전액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물론 사장님은 약속을 어기고 다섯 달 동안 월급을 계속 깎았지만.
노무사가 사장님에게 짜증을 냈다.
"편지가 있으면 진작에 알려주셨어야죠."
N간사가 반격을 시작했다.
"이런! 쯧쯧. 자료도 없이 오는 바보 같은 노무사도 있네요!"
노무사의 얼굴이 붉어졌다.
"바보라니요?"
*필리핀 통역이 바보라는 말을 알아듣고 폭소를 터뜨렸다. 하필이면 이때 노무사가 통역에게 물었다. 정말 바보처럼!
"바보란 말 알아요?"
통역이 더 깔깔거렸다.
노무사가 분위기를 바꾸려는 듯 정색하고 말했다.
"저는 오늘 의뢰 받아서 오늘 왔기 때문에 그 편지 모릅니다."
N간사가 결정적인 한 방을 먹였다.
"아니, 이런 일 한 두 번 하십니까? 자료가 있는지도 모르다니! 노무사님 초짜죠? 저는 십년 했습니다. 노무사가 뭐 대단한 자리라고 어깨에 힘주시고 그러십니까? 어깨 좀 푸세요."
노무사가 겸연쩍게 말했다.
"나도 십년 했어요."
노무사는 바보라는 말에 충격을 받은 게 틀림없었다. N간사의 명함에다 <바보>라고 끄적거리고 있었으니까.
협상에 들어가자 노무사가 물었다.
"노동자들이 첫 달 감봉에 싸인한 것은 사실이잖아요?"
N간사가 대답했다.
"그건 맞아요. 하지만 2월부터는 삭감 안하기로 해놓고 왜 삭감한 거죠?"
노무사가 이상한 논리를 펴기 시작했다.
"첫 달에 한 번 삭감하면 계속 삭감하기로 되어 있습니다."
N간사가 발끈했다.
"계속 삭감하다니요. 그 서류에는 기간도 명시한 게 없는데 삭감을 계속 해요? 영원히? 그런 법이 어디 있습니까?"
언성이 높아지자 감독관이 중재에 나섰다.
"기간이 명시된 게 없으면 그 달만 삭감에 동의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으로 게임은 끝났다. 노무사는 고분고분해졌고 노동자들도 양보하여 타협이 이루어졌다. 감봉한 금액의 70프로를 받는 선에서.
자, 내가 왜 이 이야기를 썼냐 하면 독자들께서 한 번 판단해 보시라는 것이다. 외국인을 돕는데 자격증이 꼭 필요한지?
나는 언제나 쉽게 생각한다.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는 데는 자격증이 필요 없다고!
*필리핀 통역 : 노동자 6명 중 5명은 우리 센터에 사건 처리를 위임하여 N간사가 그들과 동행했다, 하지만 나머지 1명은 다른 센터에 부탁했다. 그 센터에서는 필리핀에서 시집온 여성 통역이 노동자를 데리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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