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취재 원본 제출 요구에 응하란 말입니다"
"그럼 검찰은 왜 용산 참사 수사기록 3000쪽 안 내놓습니까"
7일 문화방송(MBC) <PD수첩> 공판에서 검찰은 <PD수첩> 측의 동영상 증거 자료 제출에 시종일관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PD수첩> 측이 이날 아레사 빈슨의 어머니인 로빈 빈슨과의 미공개 인터뷰 내용을 공개하자 이에 반발한 것.
<PD수첩>은 이날 로빈 빈슨이 인터뷰에서 "(아레사 빈슨은) MRI를 통해 'a variant of CJD'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고 말하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PD수첩> 제작에 관여했던 정지민 씨가 줄곧 "빈슨의 어머니는 'MRI상 진단으로 CJD만을이야기했다"고 주장해온 것에 반박 자료를 내놓은 것.
이 부분은 제작 당시 정 씨가 직접 번역한 부분인데 정 씨는 이를 'vCJD(인간광우병)'가 아닌 '크로이츠펠트-야코브병(CJD)'으로 번역했다. 김형태 변호사는 정 씨에게 왜 "CJD라고 번역했느냐"고 따졌고, 이에 '번역 논란'이 벌어졌다.
정 씨는 "'a variant of'라는 표현을 쓴 것으로 보아 이는 CJD의 한 종류라고 말한 것이지 '변종'이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이 표현을 'vCJD'로 특정해 번역할 수는 없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영어에서 'a'와 'the'는 다르며 'of'가 있는 이상 'vCJD'라고 쓸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김 변호사는 "그렇다 해도 CJD의 한 종류라면 'vCJD'도 포함된 것인데 'CJD의 한 종류'가 아니라 'CJD'로 번역한 것은 정 씨 역시 의역을 한 것"이라며 "<PD수첩>에 오역 논란을 제기하는 증인이 이 부분에서는 더 심각한 의역을 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정 씨는 "진의를 전달하기 위한 번역일 뿐"이라고 맞섰다.
이날 증인으로 나온 번역 업무를 담당하는 오모 씨는 "'a variant of CJD'는 흔히 쓰지 않는 특이한 표현으로 'CJD의 한 변종'이라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이에 변호인이 "'vCJD'를 말하는 것이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나 <PD수첩> 측이 오 씨의 의견을 묻자 검찰은 "차라리 번역 전문가를 검증 증인으로 신청하라"고 제지했다.
한편, <PD수첩> 측의 동영상 공개는 <PD수첩> 취재 원본 제출을 둔 검사와 변호사 간 치열한 공방으로 이어졌다. 검찰은 정 씨를 상대로 재심문에 앞서 "검찰이 전체 취재 원본에 대한 자료 제출을 요구했음에도 (변호인 측은) 응하지 않다가 선별적으로 공개한다"고 불쾌감을 표현했다.
검사가 "그러니 증거 제출 요구에 응하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김형태 변호사는 "그럼 검찰은 왜 용산 참사 수사기록 3000쪽을 제출하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김 변호사의 지적에 양쪽의 공방을 숨죽이고 지켜보던 방청석에서는 웃음이 터졌다. 검사는 "지금 그 이야기가 여기서 왜 나오느냐"고 강하게 반발했다.
판사는 양측의 언성이 높아지자 "증인 심문 다음에 별도로 이야기하기로 하자"고 상황을 정리했다. 판사는 증인 신문 이후 "검찰이 요청서를 보내면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서 증거 제출 명령을 낼 수 있을지 변호인의 의견을 들어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