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원자재, 특히 원유시장에서 중동 산유국들이 달러 사용을 중단하고 현재 세계 최대의 원유 수입국인 중국 등과 함께 새로운 결제 통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비밀회의를 여러 차례 가졌다는 보도(☞관련 기사: <인디펜던트> "아랍, 원유 결제 달러 사용 중단 계획")가 나왔다.
▲ 국제교역의 결제수단으로서 달러의 독점적 지위는 무너질 것인가. ⓒ로이터=뉴시스 |
이 보도가 사실인지, 그리고 그런 시스템이 언제 현실화될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미 너무나 남발된 달러는 언젠가 종말을 맞이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인 가운데, 이번 보도는 일대사건이라고 할 만하다.
영국의 <인디펜던트>라는 권위지에 중동문제 전문기자로 이름을 날려온 로버트 피스크가 "중국과 중동의 금융권 소식통에 의해 확인된 사실"이라며 터뜨린 특종 형식의 보도라는 점에서, 그 파괴적 영향력은 되돌리기 힘들 정도다.
'달러의 종말' 보도 직후 금값 1온스당 20달러 넘게 폭등
이 보도가 나온 직후 국제시장에서의 거래되는 금값이 1온스(약 30g) 당 무려 20달러 넘게 치솟고, 장중가는 물론 종가로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은 이 보도의 충격을 그대로 보여준다.
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물 금가격은 장중 온스당 1045.00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는 종전 최고치인 지난 2008년 3월의 1033.90 달러 기록을 무려 11달러 이상 상회한 것이다. 또한 12월물 금값은 전날 종가보다 21.90달러(2.2%) 오른 1039.70에 거래를 마쳤다. 이 또한 종가 기준으로 최고치다.
이날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의 가치 역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달러는 유로화에 대해 1.4712달러에 거래돼 전날보다 0.4% 평가 절하됐고, 6개국 주요 통화에 대한 달러 인덱스 역시 76.29를 기록해 전날에 비해 0.45% 하락했다.
달러 가치 하락은 원자재로 투기자금이 이동하는 움직임을 부추긴다. 이를 보여주듯 이날 12월물 은가격도 5%가 뛰어 올라 온스당 17.35 달러를 기록했고, 산업현장에서 많이 쓰이는 구리 역시 2% 오른 파운드 당 2.78달러를 기록했다,.
백금도 23.40 달러(1.8%) 오른 온스당 1318달러를 기록했고, 팰라디움 역시 2.2% 상승해 온스당 310달러에 거래됐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1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도 전날 종가보다 2% 가량 오른 배럴당 71.80 달러에 거래됐다.
이처럼 달러 가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금본위제로의 회귀, 또는 금이 새로운 결제수단이 될 가능성까지 거론되자 외환위기에 시달려온 우리나라에서도 갑자기 금 보유 현황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의 보잘 것 없는 금 보유량
세계금위원회(WGC)가 최근 공개한 세계 103개 국가의 금 보유 현황(6월 말 기준)에 따르면, 한국은 14.3t을 보유해 세계 56위 수준이다. 금 보유량에서도 단연 1위인 미국(8133.5t), 2위 독일(3412.6t)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8위 일본(765.2t)은 물론,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서도 금 보유량에서 한국은 크게 밀리고 있다. 대만은 423.6t, 필리핀은 154t, 싱가포르는 127.4t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외환보유액 대비 금 보유 비중에서도 한국은 0.2%(1월 말 금값 기준)로 보잘 것이 없다. 전 세계 평균(10.1%)의 50분의 1 수준이다.
금융계 일각에서 달러가 붕괴해도 미국의 통화 헤게모니는 지속될 수 있다는 분석도 이런 이유에서 나온다. 언젠가 금본위제로 국제통화시스템을 전환하자는 국제여론이 조성돼도 최대의 금 보유국인 미국은 가장 유리한 입장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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