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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토야마 총리에 칼 겨눈 도쿄지검 특수부… 미국의 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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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토야마 총리에 칼 겨눈 도쿄지검 특수부… 미국의 손보기?

취임 한 달도 못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사법처리 가능성 대두

도쿄지검 특수부가 취임 한 달도 안된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일본 총리에게 칼날을 겨누고 있다. 정치헌금자 명단을 허위기재했다는 혐의와 관련된 것이다.

4일 <마이니치 신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본 검찰은 하토야마 총리에게 기부한 사람 중 94명이 사망자 또는 실제 기부하지 않은 사람의 이름으로 위장기재된 2177만8000엔(약 2억8000만 원)의 자금과 관련해 수사에 착수했다.

도쿄지검 특수부는 이미 지난 3일 하토야마 총리의 정치자금관리단체인 '우애정경간화회(友愛政經懇話會)' 관계자와 기부자들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 지난 9월23일 미국 뉴욕에서 첫 대면한 하토야마 총리와 오바마 대통령. 둘 다 표정이 밝지 않다. ⓒ연합뉴스

8.30 총선 이전인 지난 6월 이 사건이 처음 불거진 후 당시 하토야마 민주당 대표는 우애정경간화회에 맡긴 자신의 자금을 비서가 독단적으로 정치자금수지보고서에 기재했다고 해명하면서 비서를 해임했다. 또한 사망한 사람이나 가공의 인물로 드러난 기부자들을 명단에서 삭제했다.

하토야마에게 불리한 증언들 잇따라

하지만 <마이니치신문>은 "헌금 기부가 허위기재됐다며 명단에서 삭제한 90여명 중 10명은 실제로 헌금을 한 것으로 증언했다"고 전했다. 이들 중에는 하토야마 총리가 처음 중의원에 당선된 이후 해마다 정치자금을 기부한 사람도 있어 이들의 명단이 삭제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또한 한 기업 중역은 "하토야마 총리와는 아무런 관계나 인연이 없는데 정치 헌금 장부에 이름을 도용당했다"고 증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토야마 총리 측이 정치헌금 기부자 명단에 이미 사망한 사람의 이름까지 도용한 것은 정치인이 자신의 정치자금관리단체에 기부할 수 있는 한도가 연간 1000만 엔으로 돼 있는 현행법의 제한을 피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의혹은 정치자금법상 기부자의 이름을 기재할 필요가 없는 5만엔 이하의 헌금으로 번지고 있다. 하토야마 총리에 대한 5만 엔 이하 기부액은 2005년부터 2008년까지 모두 1억3099만 엔에 달한다. 이는 아소 다로(麻生太郞) 전 총리의 95만엔이나 오자와 간사장의 461만 엔에 비해 상당한 액수다.

이에 따라 현지 언론은 5만엔 이하 기부액에도 허위.가공의 인물이 동원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자민당, "총리 스스로 책임있는 설명 필요" 공세

이처럼 의혹이 커지자 야당이 된 자민당도 검찰 수사와 별도로 국회 차원에서 공세를 펴나간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 자민당 총재는 "총리 스스로가 책임있게 설명해야 한다"며 오는 26일 소집되는 임시국회에서 이 문제를 쟁점화할 것임을 밝혔다.

오시마 다다모리 간사장도 "기부자의 명단 공개가 의무화되어있지 않은 5만 엔 이하의 개인 정치헌금도 상당한 규모"라면서 이 부분의 의혹 규명을 위한 기부자 명단공개를 요구할 방침을 시사했다.

반면 민주당은 검찰 수사결과 하토야마 총리에 법적 책임이 있는 것으로 드러날 경우 정치생명에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만약 하토야마 총리가 우애정경간화회에 세금부담을 피하면서 1000만 엔 이상의 자금을 기부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기부자 명단을 조작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사법처리가 불가피할 만큼 치명적이다.

<요미우리신문>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치헌금자 허위기재에 대한 하토야마 총리의 해명은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69%에 달했다.

도쿄지검 특수부의 전격적인 수사 착수 배경에 대해서도 여러 관측들이 나돌고 있다. 정권을 잃은 자민당 등 기득권 세력의 반격이 아니냐는 '국내 정치적 해석'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도쿄지검 특수부의 수사 착수 배경에 대해 1976년 '록히드 사건'을 떠올리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록히드 사건'이란 당시 총리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막후 최고 실력자였던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가 뇌물수수 혐의로 도쿄지검 특수부에 의해 기소된 사건이다.

이 사건은 세계적인 군수업체 록히드사가 일본 정관계에 광범위한 뇌물을 뿌렸다는 증언을 미국 의회가 이끌어내 도쿄지검 특수부가 움직였다는 점에서 국제정치적 갈등의 산물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실제로 다나카는 총리 시절 제1차 오일쇼크가 발생하자 중동정책을 이스라엘 지지에서 아랍측 지지로 전환하고, 중동 이외의 지역에서 에너지를 직접 확보하려고 노력해 미국을 자극했다. 이때문에 다나카 진영에서는 '록히드 사건'은 다나카의 정책 전환으로 타격을 받게 된 미국의 석유 자본과 관련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대등한 미일 외교관계 구축' 천명한 대가?

하토야마 총리도 취임 전후 '미국과 대등한 외교관계 구축'을 천명하면서 미국 정부를 당혹케 했다. 특히 하토야마 총리는 미군의 핵탑재 함정의 일본 통과와 기항을 묵인해 온 미-일'핵밀약'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여 그 결과를 국민에게 공표하겠다고 밝혔으며, 미일 지위협정의 개정, 일본 주둔 미군의 재편, 오키나와 기지 이전 문제 재검토 등을 내세웠다.

하토야마 총리는 이미 미국 등 아프가니스탄 파병국들이 요구하고 있는 인도양 급유문제에 대해서는 중단 방침을 분명히 했다. 하토야마 총리는 지난달 23일 뉴욕에서 가진 첫 미일정상회담에서는 민감한 안보문제에 대해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았으나, 외교가에서는 11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일본을 방한해 가질 차기 정상회담으로 미뤄둔 것일뿐이라는 관측이 무성했다.

아무리 '성역 없는 거악(巨惡) 척결'을 모토로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도쿄지검 특수부일지라도 하토야마 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수사에 착수한 시점이 예사롭지 않다는 지적도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이른바 '미국의 손보기'가 개입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민주당 대표로 50여년에 걸친 자민당의 장기독주를 끝낸 정권교체의 주역, 그것도 국민의 압도적 지지 속에 총선 압승을 거두며 총리에 오른 하토야마 총리는 '절정의 권력 실세'로서의 위용을 과시하기는커녕 취임 한달도 못돼 '지속적 디플레이션 진입' 경고장을 받은 경제문제와 함께 비리정치인으로 낙마할 위기에 직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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