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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리스본조약 비준, 왜 아일랜드에 주목하는가?

[기고] 10월 2일 제2차 국민투표 실시

다음 달 2일, 유럽연합(EU) 통합의 성패를 가늠하는 '리스본조약(Lisbon Treaty)'의 비준을 위한 제2차 국민투표가 아일랜드에서 실시될 예정이다. 작년 6월 13일, 아일랜드는 제1차 국민투표에서 53.4%의 반대로 이 조약을 부결시켰다. 투표일이 채 열흘 밖에 남지 않은 현재, 26개 다른 회원국 국민들의 눈길이 아일랜드를 향하고 있으며, EU당국도 아일랜드의 투표 결과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아일랜드는 인구 430만의 소국이다. 이는 27개 EU 전 회원국의 인구 대비 1%에도 미치지 않는다. 그럼에도 왜 유럽인들은 아일랜드에서의 투표 결과에 주목하고 있는 것일까?

2003년 10월, EU 회원국 정상들은 '유럽헌법조약(European Constitutional Treaty)'에 서명하였다. 그리하여 2006년 11월 1일자로 기존의 모든 기본조약을 대체하는 소위 '유럽헌법'이 발효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2005년 5월 29일과 6월 1일 각각 실시된 프랑스와 네덜란드에서의 국민투표에서 유럽헌법의 비준이 부결됨으로써 유럽헌법은 사실상 '빈사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사르코지 현 프랑스 대통령은 후보 시절, '빈사상태에 빠진 유럽헌법을 되살리자!'는 구호 아래 '미니조약' 형태의 '유럽헌법'의 제정을 주장하였다. 당시 유럽이사회 의장국이던 독일의 메르켈 수상이 이를 전격 수용함으로써 유럽헌법은 보다 단순화된 내용을 가진 현재의 '리스본조약'으로 재탄생할 수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재탄생한 리스본조약은 유럽헌법과는 달리 아일랜드를 제외한 26개 회원국의 국내의회에서의 표결 절차만으로 비준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었으므로 그 비준 절차는 무난히 진행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었다.

그러나 리스본조약은 현재 다른 모든 회원국들은 비준 절차를 마쳤으나 아일랜드는 제1차 국민투표에서 리스본조약의 비준을 부결시켰으므로 제2차 투표를 통한 비준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이다. 만일 제2차 투표에서도 리스본조약이 부결된다면, 유럽통합정책은 크나큰 난관에 봉착하게 될 것임은 물론, 그 궤도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다.

제1차 투표에서 아일랜드 국민들은 ① 노동자의 권리 침해 우려 ② 임신중절의 합법화 가능성 ③ 유럽위원회 위원의 수 감소 ④ 인구 대국에 비해 소국 의견의 EU 정책 미반영 ⑤ 군사적 중립성의 미보장 등의 이유로 리스본조약의 비준에 반대했다. 아일랜드국민들의 이와 같은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하여 코웬(Cowen) 총리는 국민투표 이후 EU당국과 교섭하여 상당한 성과를 이끌어 내었다.

지난 6월 18일~19일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이사회는 의장성명서에서 아일랜드에 관하여 ① 군사적 중립의 유지 ② 세재의 자립 ③ 아일랜드 출신 유럽위원회 위원의 유지를 보장하는 세 개의 부속서를 포함시켰다. 이와 아울러 EU당국은 아일랜드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통해 반대 민심을 돌리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유럽위원회 위원장 바로소(Barroso)는 이 달 19일 아일랜드 서부의 리머릭(Limerick)에 소재한 세계 2위 PC 생산 공장인 델(Dell)사를 공식 방문하여 해고된 노동자들의 직업전환훈련비로 14,8 Million 달러를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그리고 유럽중앙은행(ECB)도 이미 아일랜드에 120 Million 유로 이상을 지원했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지난 몇 달 동안 아일랜드 국민들의 여론은 반대에서 찬성으로 돌아서고 있다. Millward Brown 연구소에서 실시된 최근 여론 조사에 의하면, 조약의 비준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53%로서 지난 2달 동안 찬성 여론이 6% 상승하였다. 이 결과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아일랜드 국민들의 의식이 반대에서 찬성으로 점진적으로 바뀌고 있다.

또한 작년과는 다른 경제적 상황도 찬성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제1차 국민투표시에는 EU와 국내정부당국이 식료품 및 연료가격의 급등에 대해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했다는 반감이 상당히 작용했다. 그러나 작년 말 전세계를 강타한 금융위기로 인해 아일랜드의 국내 경제는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으며, 실업율과 물가는 치솟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아일랜드로서는 'EU의 우산' 속으로 들어가 경제적 보호를 받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로서는 "아일랜드는 유럽이 필요하다", "고용 찬성, 유럽 찬성"이라는 찬성 구호가 "유럽 반대"라는 반대 구호보다 더 설득력이 있는 듯이 보인다.

10월 2일!

유럽통합의 미래는 또다시 아일랜드 국민들의 손에 달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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