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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전화

[한윤수의 '오랑캐꽃']<126>

고(故) 김대중 대통령의 고향인 전라남도 신안에 조그만 공장이 있다.
거기서 일하는 캄보디아인 챙룽 등 9명은 캄보디아 고향집에 전화하는 게 유일한 낙(樂)이다. 그런데 핸드폰 요금이 여간 비싸야지. 그들은 한 번도 마음 놓고 전화하지 못했다.

헌데 그들의 딱한 사정을 안, 근처 교회의 목사님이 기막힌 제안을 했다.
"기숙사에 인터넷 전화를 놓으면 아주 싸게 전화 걸 수 있는데!"
귀가 솔깃해진 그들이 물었다.
"분당 얼만데요?"
"글쎄 자세한 것은 알아봐야겠지만 아주 쌀 걸! 3분당 37원이라던가?"
핸드폰은 (캄보디아로 걸 때) 분당 858원이니까 3분당 2574원. 그렇다면 80분지 1 가격밖에 안된다. 그렇다면 엄청나게 싼 것 아닌가!

그들은 즉시 인터넷 전화를 놓았다. 물론 인터넷 전화를 설치해준 KT의 과장 겸 설치기사인 P씨는 특별히 주의해야 할 사항을 말해주지 않았다.
그들 9명은 돌아가며 8월 한 달 동안에 3629분을 통화했다. 이것은 아마도 세계최장시간 통화기록이 아닐까 싶다. 그래도 그들은 불안한 기색이 전혀 없었다. 3분당 37원이니까 끽해야 한 달 전화요금이 4만 5천원 밖에 더 나오겠나 싶었기 때문이다.
"한 사람 당 5천 원 정도만 물면 되니까 뭐!"

요금 청구서를 받아본 그들은 깜짝 놀랐다. 전화요금이 156만 원이 나왔고 이미 그 돈은 자동이체로 빠져나간 후였다. 경악한 그들은 목사님을 통해 P과장에게 따졌다. 그러나 P과장의 대답은 아주 사무적일 뿐이었다.

▲ 캄보디아인들이 꼼꼼이 기록한 8월의 통화내역ⓒ한윤수

"인터넷에서 인터넷으로 전화하면 3분당 37원이지만, 인터넷에서 일반 전화로 전화하면 캄보디아는 분당 603원이에요. 3분당은 1809원이구요."
"왜 이런 이야기를 안 해주셨죠?"
"목사님도 계시니까 다 아는 줄 알았죠 뭐. 그리고 우리가 설명 안 해주더라도 소비자도 물어볼 의무가 있다니까요."

한국말도 못하는 캄보디아인에게 물어보라니 말이 되는가?
그들은 너무나 억울해서 대표를 뽑아 상경(上京)시키기로 했다. 대표에 챙룽이 뽑혔다. 챙룽은 평택에 있는 캄보디아 친구들에게 전화했고, 평택 친구들은 무조건 올라오라고 했다. 토요일 밤 열차로 올라온 챙룽은 일요일 아침 평택역에서 친구들과 만나 발안까지 온 것이다.

챙룽은 한국말도 거의 못했다. 주로 평택 친구들이 그의 말을 영어와 한국어로 통역했다. 챙룽이 말했다.
"인터넷 전화가 왜 싸다고 했는지 모르겠어요."
내가 말했다.
"핸드폰보다는 싸잖아. 핸드폰을 그 정도 썼으면 200만원도 넘게 나올 걸 아마."
그들은 싸다는 것이 상대적인 개념이라는 걸 모른다. 3억짜리 벤츠가 10억짜리 포르쉐보다 훨씬 싼 것 아닌가! 그러므로 <싸다>는 것은 믿을 게 못되는데!

나는 일단 한국소비자원에 KT를 고발했다.
캄보디아로 전화 걸 걸 뻔히 알면서 분명한 요금 내역을 고지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건 고지 의무 위반 내지 근무태만 아닌가!
하지만 소비자원의 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더 두고 봐야 안다.

챙룽은 그렇게 나와 잠깐 만나고 전라도 신안으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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