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굴지의 자동차회사들에 플라스틱 도어록을 납품하는 사출 회사가 있다. 이 회사의 사업주가 작년 12월 노동자들에게 보낸 한글과 영어로 쓴 편지가 있다. 왜 영어로 썼냐 하면 이 편지는 전체 노동자 12명 중 9명인 필리핀 노동자를 겨냥했기 때문이다.
1. 직원 여러분 죄송합니다.
Staff everybody is sorry.
2, 전 세계의 경제 불황으로 당사의 거래업체인 현대, 기아, 르노삼성 자동차 회사들의 판매 저조로 우리 회사도 경영상태가 어렵습니다.
Today when is transactions enterprise of the headquarters of a party in economic depression of hole wold, our company the management condition is difficult with sale of Kia and Hyundai and Samsung auto companies,
3. 이러한 이유로 직원 여러분의 1월 급료를 평균 27 % 삭감하여 지급하게 되어 여러분의 이해를 구합니다.
Also 2009 January salary reduces with average and 27 % is made to provide and everybody's understanding gets.
4. 직원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하며 다음 2월 급료는 정상적으로 지급하여 드리겠습니다.
Does not suit in the expectation of staff everybody's to be sorry not to do the next February salary to provide normally.
5. 회사의 모든 경비를 절약하여야 하며 생산량 증대와 불량 감소를 이루어 이익을 창출합시다.
Must economize all expenses of the company, accomplish a production volume augmentation and defectiveness decrement and create a profit.
6. 직원 여러분의 노력에 감사드리며 안전과 건강에 각별히 유의하여 주세요.
Thanks give in effort of staff everybody's and particularly consider safety and health.
간혹 보이는 오자(誤字)가 옥의 티지만, 구구절절이 주옥같은 문장이다. 하지만 사장님의 의지를 개개의 노동자에게 너무 일방적으로 강요한데 문제가 있다. 며칠 전부터 사장님과 상무님 입에는 <고통분담>이라는 단어가 많이 올랐는데 <고통분담> 차원에서 월급을 깎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뭐가 고통분담이냐고 필리핀 노동자들이 웅성거리자 사장님이 말했다.
"나도 내 월급 깎았어. 봐! 200만원인데 27프로 깎아서 146만원만 받는다니까."
사장님이야 자기 회사니까 자기 월급 깎아도 손해 볼 건 없지만, 당하는 노동자들은 환장할 지경이었다. 하지만 창자가 뒤집혀도 노동자들은 삭감안에 싸인할 수밖에 없었다. 왜 싸인했냐고 묻자 필리핀 여성 파이란(가명)이 말했다.
"싸인 안 하면 나가라고 할 것 같아서요."
1월 임금을 받은 결과는 비참했다. 파이란은 106만원을 받아야 할 것을 77만원만 받았다. 29만원을 삭감당한 것이다,
진짜 문제는 2월에 발생했다. 2월부터는 정상적으로 지급하겠다고 약속해놓고 계속 삭감한 것이다. 회사에 돈이 없으니 고통분담을 좀 더 하자고 하면서! 파이란은 이해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주문도 적잖게 들어오고 제품도 계속 출하되었기 때문이다. 회사는 자주 잔업을 할 만큼 원활히 돌아가고 있었다. 따라서 회사에 돈이 없다는 것도 믿을 수 없었다.
3월에 또 임금을 삭감하자 파이란 등 몇 사람이 월급을 깎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들은 척도 안 했다.
4월에 또 깎았다.
5월에 또 깎았을 때 노동자들은 일을 하지 않겠다고 버텼다.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눈치 챈 사장님은 5월 삭감분만 돌려주었다.
파이란을 포함 세 사람이 퇴직 후 나를 찾아왔다. 나는 사장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장님은 말했다.
"억울합니다. 근로자들이 고통 분담에 동의했거든요."
"그래요? 만일 동의했다 하더라도 *그 동의는 무효입니다. 최저임금보다 덜 주고, 덜 받겠다고 한 건 근로기준법 위반이니까요. 만일 싸인 안했다면 더 큰 문제구요."
"근로자들이 싸인한 동의서가 있습니다."
"그래요? 일단 그거라도 있으면 팩스로 보내주세요."
사장님이 보낸 서류는 동의서라기보다는 회사의 삭감안에 노동자들의 싸인을 일괄적으로 받은 것이었다.
하지만 좋다. 설령 그것이 제대로 된 동의서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사장님은 고통분담의 명목으로 뗀 돈을 한 푼도 남김없이 다 돌려줘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 돈은 최저 임금이니까!
*그 동의는 무효 : 최저임금은 강행규정이므로,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사업주와 노동자가 최저 임금 이하로 받겠다고 합의해도 효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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