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 체제로 출범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이진강)를 두고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 7일 새로 취임한 이진강 위원장이 '신속한 심의'를 내세우며 '특위 축소' 등 기구 개편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판자들은 "이런 '특위 축소'가 자칫 견제 없는 '정치 심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신속한 심의" 위해 '민간 참여' 특위 축소?
방통심의위는 26일 전체회의에서 방송 심의시 분과별 특별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본위원회에 즉각 상정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특위는 교수, 언론인, 변호사 등 민간 위원으로 구성된 기구로 보도·교양, 연예·오락, 광고 등 방송분과 3개와 통신분과로 이뤄져있다.
특별위원회는 정치적 성격이 짙은 방통심의위에서 유일한 '독립기구'라는 평가를 받아왔으나 방통심의위는 현재의 특위 체제를 방송, 통신, 광고 특위로 축소 개편하고 특별위원 숫자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심의위가 내세우는 이유는 '신속한 심의'다. 심의 절차를 간소화하겠다는 것. 이 위원장은 지난 7일 취임사에서도 "시의성을 결여한 심의는 생명력을 잃을 수 있다"면서 "심의할 내용을 신속, 정확하게 파악함으로써 시의에 맞는 심의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25일 기자 간담회에서는 "모든 사안을 본위원회가 심의 하기 전에 특별위원회가 미리 심의하도록 하는 것은 위원회의 독립성에 위배되는 것"이라며 "특별위원회는 본래 자문기관이고 그 역할을 명확히 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민간 참여 제고' 특위 강화시켜야"
문제는 이러한 개편이 1기 체제에서 논란이 되어온 '정치 심의'를 구조적으로 강화시킬 수 있다는 것. 특히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으로 꼽히는 이진강 신임 위원장이 취임하자마자 특위를 폐지하는 전면적인 개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더하고 있다.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는 25일 심의위에 △특위 강화 △특별정족수 도입 △심의 범위 축소 등의 방통심의위 개편에 관한 제안서를 전달했다.
미디어운동본부는 "방통심의위가 민간 독립기구로 설립된 것은 정부 혹은 정치권이 내용규제에 직접 개입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한 장치이며, 이를 실질적으로 견제하기 위해 다양한 민간참여형 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한 것"이라면서 "이러한 설립 배경을 무시한 채 특별위원회의 역할과 권한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민간의 참여와 개방성 제고를 위해 특위의 역할과 권한을 강화시켜야 한다"며 소위원회와 특별위원회를 통합시키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들은 "더불어 좀 더 많은 수의 특별위원의 참여를 보장하여 민간독립기구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공노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지부도 26일 성명을 내 "특위의 심의 기능이 없어진다면 정치적으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심의가 모두 이뤄져 민간의 다양한 의견 반영이 어려워진다"면서 "특히 이 위원장은 '신속성'을 강조하고 있으나 사후 심의는 신속성보다는 신중성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간과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방통심의위 노조는 "사회통념에서 벗어나거나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신속한 심의는 오히려 늦추거나 안하는 것보다 못할 수 있다"며 "이는 언론의 자유를 옥죌 수 있고 위원회에 또다시 '정치 심의'의 오명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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