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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으로 가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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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으로 가는 사람들

[한윤수의 '오랑캐꽃']<117>

지난 일요일 자원봉사자 C씨가 부탁했다.
"목사님, 저 베트남에 갈 수 있게 기도 좀 해주세요."
나는 흔쾌히 대답했다.
"물론이죠."
디자인을 전공한 그녀는 일주일 전 베트남 잡지사에 면접을 보고 결과를 초조히 기다리는 중이었다.
그런데 오늘 핸드폰 벨이 울려 문자판을 보니 C씨다. 내 입에서 말이 튀어나갔다.
"어떻게 됐어요?"
그녀가 말했다.
"합격했어요."
"와, 축하합니다."
그녀는 호주에 어학연수를 갔다가 외국인노동자로 일하면서 자신이 갖고 있던 외국인에 대한 편견을 버렸다. 나 자신도 남의 나라에 가면 외국인이 되니까. 매주 일요일 서울 사당역에서 버스를 타고 내려와 문서 정리를 해주던 그녀. 이제는 호치민 시에서 연봉 2만 달러를 받고 일하게 생겼다.

우리 센터에서 일했던 자원봉사자들이 외국으로 속속 나가고 있다. 몇 명 안되는 자원봉사자가 대부분 해외로 진출하는 이런 신비한 현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가장 먼저 테이프를 끊은 것은 최초의 봉사자였던 L씨다. 그녀는 러시아 말을 조금 할 줄 알아 몇 달 동안 통역 겸 상담일을 도와주었다. 일주일에 3번씩이나 수원에서 내려와서 봉사하던 그녀! 당시 우리 센터에 단 하나 있던 직원이 나가버리는 바람에 그녀는 없어서는 안될 정도로 중요 인물이 되었다. 두 달 반 후 직원 하나를 채용하여 여유가 생기자 그녀는 봉사를 그만두고 러시아로 갈 길을 뚫었다. 결국 수원에 있는 어느 교회의 학자금 지원을 받아 작년 3월 *볼고그라드 대학에 입학했다. 이미 세 학기를 마쳤는데 성적이 좋다. 덕분에 그녀는 학생인 동시에 강사가 될 것 같다. 다음 학기에 볼고그라드 대학 최초로 한국어 강좌가 생기는데 그녀가 그 강좌를 맡을 가능성이 크다.

S씨는 수원 사람으로 우리 센터의 한글학교를 만든 일등공신이다. 한글학교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서자 그녀는 캐나다로 떠났다. 캐나다는 다인종 국가이고 다문화가 발달한 곳이므로 그녀는 거기서 다(多)짜에 관한 공부를 하고 있다.

K씨는 대학생 봉사자였다. 용인대학교 문화재보존학과 4학년. 매주 수요일 용인에서 버스를 두 번 타고 와서 서류정리를 해주었다. 구석에 앉아서 말없이 컴퓨터를 치던 그녀. 그녀가 졸업할 때 나는 무척 걱정했다. 요즘 대학 졸업자들 취직이 무척 어려우니까. 그런데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놀랍게도 인도 뉴델리의 국제학교에 직원으로 채용된 것이다. 가끔 이메일이 온다. 목사님, 인도 오면 들리라고.

또 다른 L씨는 화성 조암 사람으로 서울의 K 대학생이다, 주말마다 서울에서 내려와 한글학교 중급반 교사로 일했다. 얼굴도 예쁘지만 한글을 얼마나 재미나게 가르치는지 외국인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다. 그녀는 이번 가을에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루이지애나 주립대학으로 교육학을 공부하러 떠난다.

A씨는 유일하게 발안에 거주하는 총각 봉사자로 베트남어와 영어를 잘해서 쉬는 날 틈틈이 와서 통역으로 일했다. 그는 베트남 건설회사의 관리직으로 취직이 되어 떠났다.

P씨는 홈페이지를 만들고 관리해주던 인재다. 서울에서 홈페이지를 원격 관리하다가 급한 일이 있으면 수시로 발안까지 내려오기도 했다. 태국어를 공부하면 유용하게 쓸 수 있다는 나의 충고를 받아들여 약혼녀와 함께 태국에 갔다. 벌써 넉 달이 지났으니 태국어가 많이 늘었을 것 같다. 일년 뒤에는 몰라보게 변해 있겠지.

이밖에도 앞으로 떠날 사람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왜 이렇게 봉사자들이 외국에 많이 나갈까? 신기하기도 하지만 그럴 만한 이유가 없는 것도 아니다. 외국인을 위해 봉사하다보면 외국에 관심이 많아지게 되고 그곳에 직접 가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게 아닐까?
또한 그의 선한 행실을 보고 가보고 싶은 곳에 가게 해주시는 어떤 영적인 힘이 존재한다는 사실 또한 무시할 수 없을 것 같다.

*볼고그라드 : 볼가 강변에 있는 큰 도시로 옛날 이름은 스탈린그라드. 2차 대전 당시 독일군과 대회전(大會戰)이 벌어진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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