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송민순 의원은 13일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북한 방문에 대해 "미북 협상국면의 전개에 대비하려면 우리 정부는 미북간에 일어나는 일의 의미를 축소도 확대도 할 필요가 없다"며 "있는 그대로를 당당하게" 국민들에게 밝히라고 말했다.
송민순 의원은 이날 홈페이지에 올린 논평문에서 "(한국 정부가) 클린턴의 방북이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이루어진 순수히 개인적인 성격'이며 미국의 대북정책이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만 강조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라며 이 같이 말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송 의원의 이 발언은 이명박 정부가 클린턴 방북의 의미를 애써 축소하려는 태도를 보이는데 대한 지적으로 풀이된다.
정부 당국자들은 최근 클린턴의 방북이 개인적인 활동이었다는 말 외에도, '소식통'이라는 익명의 커튼 뒤에서 "미국 정부는 북한의 태도에 의미 있는 변화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등의 말을 언론에 흘리고 있다.
이에 대해 송 의원은 "과거 유사한 경우에서의 경험에 비추어 보거나 클린턴 전 대통령의 현재 위치상, 그가 전달한 견해가 결코 '개인적 차원'이라고만 받아들일 사람은 없다"며 "압박과 협상의 병행 전략에서 협상에 무게를 더해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그의 방북이 어떻게 백악관 및 국무부와 사전 조율을 거쳤고, 그가 전달한 '개인적 견해'가 어떤 의미를 갖고 있고, 그가 듣고 온 북측 설명(비록 기존 입장으로부터 특별한 변화가 없다 하더라도)이 미국의 대북정책에 어떤 변수로 작용하게 될지 우리 정부가 잘 파악해야 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송 의원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클린턴에게 전달했을 것으로 보이는 내용을 네 가지로 간추렸다. 첫째는 핵과 미사일 문제는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에서 비롯됐다는 것이고, 둘째는 북한의 행위는 주권국가의 정당한 권리행사이며, 국제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점이다.
세 번째로 김 위원장은 6자회담에서 북한은 의무를 충실히 이행했는데 다른 참가국들이 그에 상응하는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점을 주장하고, 네 번째로 자신들은 미국과 언제든 대화할 용의가 있고 조건만 충족되면 핵을 포기한다는 것이 일관된 입장이라는 것을 말했을 것이라고 송 의원은 분석했다.
그러면서 송 의원은 미국 정부가 이 같은 김정일의 설명을 분석해 현재 준비중인 '포괄적 패키지'에 접목시키고자 할 것이라며 "이러한 정책 검토 결과를 바탕으로 미국은 금년 가을 대북정책을 구체화하기 위한 협의 목적으로 동북아 지역에 아주 의미 있는 고위급 대표단을 보낼 것이라고 한다"고 밝혔다. "동북아 지역"에는 북한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송 의원은 이러한 정세 속에서 북한의 통미봉남(通美封南)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이번 광복절에 남북대화를 위한 설득력 있는 메시지가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과 북한 사이에는 언제든 상황 진전이 이뤄질 수 있다"며 "미국은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이라는 의사를 확인'해 주었기 때문에, 북한은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해 주었기 때문에, 각각 핵폐기와 관계정상화 협상에 나선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문제는 한반도의 주인이 대한민국이라는 점"이라며 "주(主)와 객(客)이 바뀌지 않도록 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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