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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썽쟁이 데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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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썽쟁이 데니스

[한윤수의 '오랑캐꽃']<111>

'개구쟁이 데니스'란 만화 영화가 있다. 꼬마 데니스는 온 마을사람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는 개구쟁이다. 순진한 어린애이기도 하면서 때로는 골치덩어리이기도 한 데니스는 옆집 윌슨 아저씨에게 늘 피해를 준다.

필리핀 노동자 데니스 역시 말썽쟁이라 우리 직원들을 괴롭힌다. 그는 퇴직금 차액을 못 받아서 우리 센터에 처음 왔다. 하지만 그는 상담을 받다 말고 뜬금없이
"치과도 의료보험 되요?
하는 식의 엉뚱한 질문을 툭툭 던져서 분위기를 깬다.

데니스가 온 그 주일은 우리 센터가 무척 바쁠 때였다. 그에게 양해를 구했다.
"이번 주는 우리 센터가 한국 정부에 낼 서류가 있어서 무척 바빠요. 그래서 노동부에 진정하더라도 다음 주에 할 거에요. 괜찮죠?"
그는 괜찮다고 말하고 사라졌다.

그가 유명해진 것은 그 다음 주였다. 그가 우리 직원들을 야단친 것이다. 얘기인즉슨 이렇다. 데니스에게 전화가 왔다.
"나 언제 출석해요?"
"미안해요. 아직 진정서 못 보냈는데."
데니스는 호통부터 쳤다.
"아니, 아직도 안 보냈단 말예요?"
"지금 바빠서 그래요. 정부에 내는 서류가 많아서."
"진정서 쓰고 온 지가 언젠데 그래요?"
나는 전화기를 붙들고 통사정했다.
"지금 진정서 부칠게요. 그리고 출석요구서 오면 알려줄게요."
데니스는 거만하게 물었다.
"출석요구서가 언제 오는데 그래요?"
"언제 올지 모르지만, 오면 바로 알려줄게요."
그날은 그를 살살 달래서 위기를 넘겼다.

드디어 출석요구서가 왔다. 출석일시를 알려주기 위해 당장에 데니스의 핸드폰으로 전화했다. 그러나 데니스는 이틀 동안 핸드폰을 받지 않았다.

하도 핸드폰을 안 받아서 몸이 단 나는 데니스가 현재 근무하는 회사로 전화를 걸어보기로 했다. 그러나 전화번호를 알아야 걸지! 고용지원센터에 데니스의 외국인등록번호를 알려주고 현 근무처의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고용지원센터에서는 개인정보를 유출할 수 없다며 회사 전화번호를 알려주지 않았다. 별 일이다! 하여간 다른 방법으로 그 회사 전화번호를 알아내느라 무지하게 고생했다.

어쨌든 현 근무처인 안산에 있는 D전자의 한국인 관리자와 통화가 되었다. 또한 그 관리자가 데니스에게 연락을 해주어서 결국 그 회사전화로 데니스와 통화가 되었다.
"데니스, 궁금하지도 않아? 이틀 동안 계속 전화했는데 왜 전화를 안 받냐구?"
그는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 없이 자기 변명만 되풀이했다.
"오늘 저녁에 전화하려고 했다니까요."
"왜 하필 오늘 저녁이야?"
"통장에 돈 들어왔나 찍어보구 하려구요."

결국 기다리던 노동부 출석날이 왔다. Y실장이 데니스를 데리고 노동부에 갔다. 그러나 노동부에 들어서자 감독관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아니, 왜 오셨어요? 돈 받았는데."
"엥? 언제 받았어요?"
"어제 313만원 부쳤다고 회사에서 연락이 왔던데요."
기가 막혀서 Y실장이 데니스를 짠 하게 노려보았다.
"돈 받았다면서 여기 왜 왔어요?"
데니스는 천연덕스럽게 대꾸했다.
"선생님이 노동부 와야 한다고 해서요!"
도대체 이놈에겐 할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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