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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기싸움' 시작…대화로 가는 관문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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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기싸움' 시작…대화로 가는 관문되나

거친 말싸움 속에서도 태도 변화 감지돼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핵실험, 그리고 그에 따른 유엔과 한·미·일의 제재로 얼어붙었던 한반도 정세가 서서히 꿈틀거리고 있다.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지난 19일 언급한 '포괄적 패키지'(comprehensive package)에 대해 북한이 23일 첫 반응을 내놓으면서 양측은 대화의 실마리를 찾은 듯한 분위기다.

그러나 실마리를 찾은 것 치고는 북한의 입이 거칠었다. 포괄적 패키지의 내용이 아직 분명치 않고 자신들의 선제 행동을 요구하는 등으로 인해 기꺼이 받기 어려운 측면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도 그간의 강경 태도를 갑자기 돌리기엔 부담스러운 면이 있어서인지 북한 못잖게 강경한 단어를 입에 올렸다.

하지만 말싸움을 하더라도 양측이 하나의 화두를 붙잡았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언쟁을 하며 기선을 제압하려는 것은 그들 앞에 대화의 문이 놓여 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는 것이다.

北 "포괄적 패키지 말도 안 돼"…美 "그들은 부랑아"

캠벨 차관보의 19일 메시지는 "북한이 핵과 관련해 중대하고 비가역적인 조처를 취한다면 미국을 비롯한 관련국은 북한이 매력을 느낄 수 있는 포괄적 패키지를 제공할 수 있다"였다.

이에 대해 태국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중인 북한 대표단의 리흥식 외무성 군축국장은 23일 "포괄적 패키지는 말도 안 된다"며 "현재의 위기는 미국의 적대정책이 원인"이라고 주장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리 국장은 또 미국이 포괄적 패키지 제공의 전제로 내세운 '비가역적 비핵화'에 대해 "부시 정부에서 나왔던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핵폐기)를 그대로 넘겨받은 것"이라고 내쳤다.

그는 이어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포기하지 않고 우리의 안전과 평화가 보장되지 않은 채 어떻게 패키지를 얘기할 수 있는가"라고 되물으며 "담보 없이 안전과 자주권을 몇 푼 돈으로 바꿀 수 있겠는가"고 말했다.

그 시각 평양에서는 외무성 대변인이 나와 최근 자신들을 "관심을 끌려고 보채는 꼬마이자 철부지 10대"라고 비하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을 강력 비난하기도 했다.

외무성 대변인은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힐러리가) 취임 벽두부터 가는 곳마다에서 우리에 대해 직분에 어울리지 않는 속된 발언들을 연발하고 있는데 허튼말이 너무 많다"며 클린턴 장관의 발언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미국도 겉으로는 여전히 냉랭했다. 로버트 우드 국무부 부대변인은 22일(미국 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당연히 취했어야 할 조치를 취하는데 대해 우리는 보상하지 않을 것"이라며 원칙적인 입장을 강조했다.

우드 부대변인은 또 북한이 협상으로 복귀하지 않을 경우 "그때까지 북한은 국제사회의 부랑자(outcast)와 버림받은 자(pariah)로 남게 될 것"이라고 험담에 가까운 말을 했다.

<AP> 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클린턴 국무장관은 23일 태국에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이 북한의 미사일 실험과 관련된 유엔의 제재 조치를 적극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기존의 강경 행보를 이어가는 것이다.

힐러리 '관계정상화' 언급…北도 "대화 반대 안 해"

그러나 클린턴 장관이 22일 저녁 기자회견에서 한 말은 뉘앙스가 달랐다. 그는 '포괄적 패키지'의 내용을 묻는 질문에 "북한이 비가역적인 비핵화에 나선다면 미국과 파트너들은 보상과 북미관계 정상화 기회 등이 포함된 패키지를 진전시킬 것"이라며 "북한이 완전하고 비가역적인 비핵화에 동의하면 우리는 관계정상화를 논의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캠벨 차관보가 처음 언급한 포괄적 패키지와 같은 맥락이다. 비록 여전히 북한의 선제 행동을 요구하고 있기는 하지만 북미관계 정상화를 언급했다는 점에서 캠벨보다 한 걸음 나간 측면도 있고, 따라서 미국이 대화 쪽으로 서서히 몸을 틀고 있음을 알리는 것이었다.

한편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은 23일 미 국무부의 한 관리가 북한이 비핵화에 동의하면 이전의 보상과 함께 새로운 인센티브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역시도 미국의 변화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과 미국은 최근 뉴욕 채널을 통해 북한에 억류된 미국 여기자들의 문제 등을 논의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따라서 북미 양국의 이 같은 변화된 태도는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기 위한 전조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태국 기자회견에서 포괄적 패키지를 거부한 북한 리흥식 국장이 "미국과의 대화는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한 게 예사롭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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