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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신살 뻗친 高大 농구, 이름값만으로 재활용 되는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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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신살 뻗친 高大 농구, 이름값만으로 재활용 되는 감독

[프레시안 스포츠] 총장의 미봉책 사태만 악화시켜

1979년 7월 16일. 국내 농구계를 평정하던 고대가 해군에 무너졌다. 지금이야 별 것 아닌 뉴스지만 당시에는 꽤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해군은 스타군단 고대에 전력상 많이 뒤져 있었고, 고대는 49연승 행진 중이었다.

기본적으로 패인은 고대가 해군을 얕잡아 본 것이었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후반 12분 고대 골밑을 책임지던 임정명, 이장수가 5반칙으로 물러난 게 컸다. '쌍포' 이충희와 이민현의 중거리 슛만으로는 투지 넘치는 해군을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 1990년 올스타 농구 연고 OB전에 고대 올스타로 뛰고 있는 이충희 감독(오른쪽) ⓒ연합뉴스
사라진 49연승, 무너진 자존심

고대의 49연승은 그 자체로 하나의 기념비였다. 농구팬 뿐 아니라 웬만한 스포츠팬이면 기억하는 숫자가 됐다.

하지만 지난 2008년 중앙대가 44연승 행진을 이어갈 때쯤, 고대 49연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연승 기간 가운데 패배와 두 번의 무승부가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중앙대는 52연승의 신기원을 이룩했다. 하지만 이 기록은 대학농구연맹에 의해 공식기록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중앙대가 연승 기간 중 두 대회에나 불참했기 때문에 진정한 스포츠 정신에 입각한 연승으로 보기 힘들다는 의미였다.

고대 농구 복마전의 시작

사라진 49연승은 2008년 고대 농구로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이미 고대 농구의 복마전은 2007년 진효준 감독이 학부모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사임하면서 시작됐다.

이듬 해 임정명 감독이 부임했지만 전근대적인 팀 운영과 학부모의 반발로 팀이 갈라졌다.

지난 5월 말 임 감독의 선수 폭행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하자 고대 이기수 총장은 서둘러 이 문제를 진화하려 했다. 농구부 동문회의 추천 후보들 대신 이충희 감독을 지명했다. 이 과정에서 이 총장은 임 감독에 정식 해임 통보도 하지 않았고, 이 감독에게도 정식 발령을 내지 않는 '아마추어' 행정의 진수까지 보여줬다.

여기서 문제는 끝나지 않았다. 이충희 감독은 폭행 시비에 휘말렸다. 잇따른 폭행 시비는 전임 감독과 특수관계를 형성했던 선수의 학부모가 그들과 아무 관계가 없는 신임 감독이 올 경우 '우리 아들이 피해를 보지 않을까' 하는 문제와 관련이 있었다.

대학 스포츠 팀의 감독을 지도자로 보기는커녕 내 아들의 출세를 위한 '작업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 임정명 전 감독 ⓒ뉴시스
고대 농구와 '재활용'되는 감독

하지만 학부모 탓 만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임정명 감독은 이미 2000년 선수 폭행 문제로 물러났다가 2008년 고대 농구부 감독에 복귀했다. 이충희 감독도 2003년 성적 부진으로 퇴진했다가 다시 2009년 부활한 케이스다.

같은 자리에서 이미 한 번 실패를 맛 본 감독에게 다시 기회를 줄 만큼 고대 농구 감독을 할 만한 사람이 없지는 않다. 그럼에도 고대 농구부 동문회가 추천한 사람들 대신 이 총장은 이충희 감독을 지명했다. 오히려 젊고 참신한 사람을 쓰는 게 위기국면을 일소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임정명, 이충희는 모두 70년대 후반 고대 전성시대를 책임졌던 두 주축이다. '이름값'으로만 따지면 고려대 농구 역사에서 두 사람을 능가하는 동문 감독 후보들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아직 고대 농구는 70년대의 추억에 묻혀 사는 게 아닌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고대는 70년대 신화를 아직 반 밖에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77년 가을부터 79년 여름까지 이어진 고대 농구 천하는 박한 감독이 연출 했다는 사실이다. 그는 당시 30대 초반의 혈기 왕성한 용장이었다. 그는 감독 초기 성공시대를 밑천으로 22년간 고대 벤치를 굳건히 지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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