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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언론들의 왜곡보도…루비니가 시장에 항복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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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언론들의 왜곡보도…루비니가 시장에 항복했다고?

루비니 "올해 경기침체 끝난다는 전망은 낙관론 아니다"

금융위기에 휘청이는 미국의 월스트리트가 언론을 동원해 여론조작에 나선 것일까. 현재 금융위기에 관한 한 최고의 쪽집게로 평가받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학교 교수가 그 희생양이 됐다.

루비니는 시장에서 '비관론자'로 악명이 높지만, 루비니 자신은 '현실주의자'라고 항변해 왔다. 자신은 이미 시장의 흐름 속에 내포된 요인들로 말미암아 얼마 뒤 표면에 드러날 수밖에 없는 예측만 한다는 것이다.

▲ 누리엘 루비니 교수. ⓒ로이터=뉴시스
월가 금융지들, '비관론자의 항복'이라는 왜곡 보도 일삼아

불행하게도 루비니는 현재의 금융위기는 쉽게 끝나지 않을 뿐 아니라 기술적인 경기침체는 종료되더라도 진정한 경제회복은 멀었다는 관점을 견지해 왔다.

반면 월스트리트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은 금융 전문지들은 최근 루비니 등 이른바 '비관론자'로 낙인찍은 경제학자들이 마침내 낙관적인 시각을 비치기 시작했다는 보도를 양산했다.

하지만 대체로 이런 보도들은 '맥락을 자르고, 자기 입맛에 맞는 대목만 뽑아 멋대로 해석하는' 전형적인 '왜곡보도'들이었다.

16일(미국 현지시각) <로이터> 통신 등 월가 금융매체들은 "루비니가 올해 경기침체가 끝날 것이라고 말했으며, 그의 경기 전망이 보다 낙관적이 되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비관론자 루비니마저 시장에 항복했다"고 단정지어 보도했다.

루비니 "내 견해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반박 성명

이때문에 이날 오전장에 시들했던 뉴욕증시는 이 보도가 나온 오후장에서 급등했다. 하지만 루비니는 즉각 이런 보도들이 '왜곡보도'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루비니 교수는 이날 증시 마감 후 내놓은 성명에서 "내가 올해 경기침체가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는 보도는 발언의 전후 맥락을 무시하고 일부만 발췌한 것"이라면서 "나의 견해는 기존 입장과 달라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그의 유명한 '터널 끝에 빛이 보인다'는 비유는 어디까지나 기술적인 경기침체의 종료와 관련된 것일 뿐, 이 빛이 마침내 터널을 다 통과한다고 해도 더블딥이 없는 경기회복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로이터>는 루비니의 반박을 반영한 정정보도 기사를 내야했다. 다음은 이 기사의 주요 내용이다.<편집자>

<로이터>의 정정보도 "루비니, 경기회복은 지지부진할 것이라고 말해"

현 금융위기에 관해 정확한 예측을 해온 극소수 이코노미스트 중 한 명인 루비니는 16일(현지시간) 최악의 시기는 지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루비니는 미국은 실업률이 10%까지 치솟으면서 올해 연말께 제2차 경기부양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 경제들은 바닥을 치고 있거나 바닥에 가까워지고 있지만 경기회복은 지지부진할 것이다. 미국은 올해 내내 경기침체에 빠져있을 것이다.

루비니는 뉴욕의 한 투자설명회에서 "터널 끝에 빛이 보이며,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가 바닥을 치고 있다. 그리고 이제 터널 끝의 빛은 들어오는 열차의 것이 아니다"면서 "여러 면에서 경제 금융 상황의 관점에서 최악의 시기는 지났다"고 말했다.

루비니가 경기침체는 올해 끝날 것이라고 말했으며, 그의 경제전망도 개선됐다는 보도들이 나온 뒤 증시는 상승했다.

하지만 루비니는 이날 오후 "이런 보도들에도 불구하고, 오늘 밝힌 내 견해는 이전에 밝힌 것과 전혀 다르지 않은 것"이라면서 "맥락 없이 내 발언을 잘라내 나의 견해라고 보도한 것"이라는 성명을 내놓았다.


루비니 "미국 고용시장 악화로, 제2차 경기부양책 필요"

투자설명회에서 루비니는 '미국의 고용시장은 올해말까지 계속 악화돼 미국 정부는 2000~2500억 달러 정도의 제2차 경기부양책을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실업률은 2009년말 10%까지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렇다고 제2차 경기부양책 규모가 2000~2500억 달러의 범위를 넘어서 너무 커도 곤란하다고 경고했다.

루비니는 "제2차 경기부양책 규모가 너무 크면, 금융시장은 미국의 재정 안전성에 대해 우려하기 시작할 것이며, 이는 채권시장에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CIT 금융그룹의 파산 가능성이 초래할 영향에 대해 질문을 받고, "CIT가 지급불능 상태라면 파산절차를 밟도록 해야 한다"면서 "CIT의 파산은 리먼브라더스처럼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루비니는 세계 주요 경제들은 전반적으로 향후 몇 년 동안 평균 이하의 회복세를 보일 것이지만, 신흥국가들은 보다 빨리 경기침체에서 빠져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지난 10년간 많은 신흥경제국들은 건전한 거시경제 정책과 공공부채 축소 정책을 시행해, 경기순환에 대응하는 능력을 처음으로 갖췄다"면서 "그 결과 경기회복이 상대적으로 빠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늘날 사람들은 신흥시장들보다 선진경제들의 시스템 위기를 더 우려하고 있다"면서 "이것은 패러다임 시프트라고 할 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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