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과 한나라당의 진수희 의원이 8일 백용호 국세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정반대의 도덕적 의식을 보여 화제가 되고 있다.
이날 청문회에서 백용호 후보자를 낙마 위기로 몰고 간 '다운계약서에 의한 탈세' 의혹에 대해 이정희 의원은 매서운 추궁성 질문을 쏟아낸 반면, 진수희 의원은 "나도 다운계약서를 쓴 적이 있는 것 같다"면서 "우리 자신들은 그런 관행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가"라며 백 후보자를 적극 옹호한 것.
이정희 의원 "본인 동의 없었다면, 다운계약서 쓸 수 없다"
이정희 의원은 백 후보자가 부동산 매매가액을 허위로 축소 신고해 거액의 부동산 양도소득세와 취득세 · 등록세 등을 탈루했다는 의혹에 대해 백 후보자가 "공인중개사가 알아서 처리했고, 다운계약서 작성은 당시 관행이었다"는 취지로 군색한 변명을 하자 매섭게 질타했다.
이 의원은 "관행이었다"는 백 후보자의 변명에 대해 "법과 관행 중에 무엇이 우선하느냐. 국민들이 후보자가 법을 확실히 집행할지 믿을 수 있겠느냐"고 포문을 열었다.
특히 이 의원은 "다운계약서가 쓰인 것을 몰랐다"는 백 후보자의 해명에 "중개업법에 따라 공인중개사는 거래 내용을 허위로 기재할 수 없고, 따라서 본인의 동의가 없었다면 다운계약서를 쓸 수 없다"고 백 후보자의 도덕성에 타격을 가했다.
또한 "탈루하려는 의사가 전혀 없었고, 적법하게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는 백 후보자의 답변에 대해 이 의원은 "위법하다는 인식이 없었다는 것이 형벌 조각 사유가 되지는 않는다"면서 "몰랐다고 책임이 없다고 말하는 건 국세청장으로서 기본적인 자격이 없는 것"이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이어 이 의원이 "몰랐다는 이유로 국민이 세금 안 내도 되는 거냐. 취임한다면 다운계약서 작성한 사람들에게 세금을 납부하게 할 것이냐"고 추궁하자 백 후보자는 답변을 못할 정도로 당혹스러워 했다.
진수희 "나도 다운계약서 쓴 것 같다"
반면 진수의 의원은 "나도 지난 97년 집을 사는데 부동산에서 권유하고 해서 작성한 계약서가 논란이 되고 있는 '다운 계약서'인 것 같다"면서 "우리의 국세청장 내정자를 향해서 법도 바뀌고 제도도 바뀐 이 제도를 가지고 추궁하는 우리 자신들은 그런 관행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또한 진 의원은 "과연 우리 사회에서 어디까지가 재테크이고 어디까지가 투기인지 굉장히 혼란스럽다"면서 "부동산이 강남에 있으면 투기고 다른 지역에 있으면 재테크인지, 결과적으로 수익이 실현됐으면 투기고 재미를 못봤으면 투기가 아닌 것인지, 이중적인 잣대가 적용되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보면서 혼란스럽다"고 논점 흐리기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결국 탈세를 사실상 시인한 백용호 국세청장 후보자에게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김종률 의원은 "고의적 탈세는 위법이고 이를 (백 후보자는) 사실상 시인했다"며 "민주당 의원들이 대책을 논의한 결과 후보자는 신뢰받는 후보로 자격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의원은 "법적, 도덕적 흠결을 가진 후보자는 고위공직자로 임명되면 안 된다는 점에서 자진사퇴 용의가 없는지 공식 요청 드린다"고 백 후보자를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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