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해명은 나경원 의원이 8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언론 관련법 개정에) 산업적으로 접근하는데 있어 일자리 갯수와 관련한 예측에 다소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우리의 근거를 뒤집는 일이라고 생각지 않는다"며 궁색한 대답을 내놓은 것이 전부다.
그러나 이마저도 "KISDI 통계를 바로잡을 경우 4만 2000개의 일자리가 오히려 줄어들 것"이라는 민주당 변재일 의원의 반박을 넘어서지 못한다. 오히려 나 의원의 "GDP나 방송시장에 적용된 환율이 같아 결과적으로 비율은 같다"는 해명은 "각각 다른 통계에서 적용된 것으로 말도 안되는 반박"이라며 '거짓 해명' 논란까지 부추긴 상황.
이러한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모르쇠'는 지난해 12월 KISDI 보고서 내용이 공개된 이후 한나라당이 미디어 관련법 통과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효과를 광고하는데 이 통계를 두루 사용해왔던 것에 비하면 정부여당 답지 않은 책임없는 태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화부, 한나라당 위해 7억 짜리 '왜곡' 광고
가장 대표적인 것이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달 26일부터 1일까지 전국 58개 매체에 게재한 언론 관련법 홍보 광고. <프레시안>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문광부는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언론 관련 법이 통과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 광고를 집행하는데 7억 1450만 5000원의 예산을 썼다. 이 광고는 <조선일보> 등 일간지 12개 매체, <매일경제> 등 경제지 8개 매체, <강원일보> 등 지방지 38개 매체에 게재됐다.
▲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달 26일부터 1일까지 전국 52개 매체에 게재한 정책광고. 문광부는 KISDI의 잘못된 통계에 근거한 내용이 들어간 이 광고에 7억 1400만원이 넘는 예산을 썼다. ⓒ문화체육관광부 |
국가 차원에서 시행되는 정부 정책이 아닌 일개 정당의 정책을 문화부가 7억원 상당의 국민 세금을 들여 광고하는 것 자체가 논란이 되는 사안. 전국언론노조(위원장 최상재)는 "귀중한 국민의 혈세로 한나라당의 언론악법을 홍보하며 나팔수를 자임하고 나선 유인촌 장관과 문화부를 강력 규탄한다"며 "언론법 개악안 홍보를 위해 한나라당의 당비도 아닌 정부 예산을 멋대로 집행한 사유를 국민 앞에 명백히 밝혀라"라고 규탄했다.
게다가 이 광고는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하다. 임시방편으로 해결할 수 없다. 우리는 고교 졸업생 84%가 대학에 진학하는 고학력사회다. 버젓한 일자리가 필요하다. 미디어 관련 법은 젊은 이들이 선호하는 좋은 일자리 2만 개를 새로 만든다"며 KISDI의 통계를 근거로 삼고 있다.
"미디어법은 우리의 일자리" 지하철·버스에 널린 '거짓' 광고들
이미 한나라당은 '일자리'를 주제로 언론 관련 법을 홍보해왔다. 지난 2월부터 서울 부산 등 5대 도시의 시내버스 70개 대와 지하철에 게재한 정책 광고가 가장 대표적. "미디어법은 우리들의 일자리입니다"라는 문구가 쓰인 이 광고에는 숙명여대, 서울여대 등 방송 관계 학과 재학생 4명이 직접 모델로 참여했다.
한나라당은 이 광고에서 "미디어법 개정으로 2만 개의 일자리가 늘어납니다. 대한민국 젊은이들이 땀 흘리며 일할 수 있는 나라 미디어법 개정으로 가능해집니다"라고 주장했다. 당시 한나라당은 2월 한달 광고를 게재하는데 5000만 원을 쓴 것으로 보도됐다.
▲ 한나라당이 지난 2월부터 게재한 버스 광고 ⓒ한나라당 |
또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 1월 30일 SBS TV 특집 프로그램 <대통령과의 원탁 대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에 출연해 "융합되면 바로 일자리 2만 명, 무궁무진한 새로운 일자리로 젊은이 위한 일자리가 많이 생긴다. 늦을수록 세계 경쟁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 무조건 안된다면 시대에 따라가지 못한다. 하루 하루가 급하다"고 밝힌 바 있다.
안상수 원내대표도 지난달 26일 의원총회에서 "미디어 산업이 제대로 발전해서 일자리 창출 3만개 나온다고 한다. 청년 일자리 나온다고 한다. 그것으로 인해서 경제적 이익이 수 조 원이 된다고 한다"라며 KISDI 보고서보다도 1만 개 많은 3만 개 일자리 창출론을 제시하기도 했다.
'일자리 2만 개' 홍보하던 조·중·동, 통계 조작 논란엔 '조용'
또 KISDI 보고서가 발표될 당시 2만개 일자리 창출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던 <중앙일보> 등 보수 언론들은 KISDI 보고서 통계 조작, 왜곡 논란은 보호하지 않고 있다.
특히 <중앙일보>는 지난해 12월 31일 KISDI 보고서를 입수해 1면에서 "개정된 방송법 통과·시행되면 일자리 2만 6000개 생긴다"라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의 <프레시안> 기고로부터 촉발한 통계 조작 논란은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이는 <조선일보>나 <동아일보> 등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2월 31일 <중앙일보> 1면 기사 중 일부. 당시 KISDI 보고서를 1면에서 대대적으로 보도했던 <중앙일보>는 이후 KISDI의 통계 조작 논란은 일절 보도하지 않았다. ⓒ중앙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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