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331억 원 대의 재산을 기부하기로 발표하자 각 언론은 1면 기사와 사설 등을 통해 이를 중요하게 다뤘다. 대부분 "이 대통령의 약속 이행을 높게 평가한다"(<조선일보>), "아름다운 일이다"(<동아일보>) 등의 '칭송'을 내놓으면서도 이 일로 인해 재산이 많은 선출직 후보에게 '압박'으로 작용할 것을 우려했다.
이런 보도에서 사회 지도층이나 상류층의 기부를 당연하게 여기는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확산에 대한 두려움이 읽힌다. 또 일부 보수 신문은 "정치인이 선거운동 와중에 재산 헌납을 약속하는 것은 정상이라고 할 수 없다"(<조선일보>), "선거 당시 이 발표로 정치적 이익을 얻은 사실은 부인하지 못한다"(<중앙일보>) 등 뒤늦은 질책도 늘어놓았다.
"돈 많은 선출직 후보들에게 '심리적 압박'되면 곤란"
<조선일보>는 "이 대통령 재산 기부로 보통사람 기부 시대 열리기를"이라는 사설에서 "이 대통령의 약속 이행을 높게 평가한 일"이라면서도 "정치인이 선거운동 와중에 재산 헌납을 약속하는 것은 정상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사실상 이 대통령의 재산 환원을 어쩔 수 없이 한 '강제 기부'로 규정한 것이다.
이 신문은 "자본주의의 근본 원리는 사유 재산과 재산 상속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유 재산 인정의 원리는 자유민주주의의 토대 구실을 하는 것"이라며 "대통령 후보가 선거를 앞두고 재산 환원을 발표하고 물의를 일으킨 기업가가 거액 기부를 약속하는 것이 관행처럼 돼버려, 이것이 사회 구성원들에게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하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도 비슷한 주장을 냈다. 이 신문은 홍찬식 수석논설위원이 '횡설수설'에 쓴 "청계 장학재단"이라는 글에서 "이번 사례는 더 미묘한 여운을 남긴다. 앞으로도 재산 많은 후보들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수 있을 터이고 그들이 선거의 중요한 고비에서 재산의 사회 환원 카드를 스스로 내밀거나 혹은 떠밀리듯 내밀어야 하는 일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우려했다.
이 신문은 "대통령 선거는 유능한 국가지도자를 뽑는 일이다. 오늘날 지도자의 능력은 재산의 많고 적음과 관련이 없다. 가난한 후보라는 이유만으로, 혹은 돈 많은 후보가 재산을 사회에 내놓았다고 해서 점수를 더 받을 이유가 없다"며 "대통령을 꿈꾸는 이들이 재산을 기부하는 일이 또 있더라도 선거와 직접 연관을 짓지 않는 방향으로 진행됐으면 한다"고 했다.
<중앙일보>도 "MB 재산 헌납, 기부 문화 확산 계기 되길"이라는 사설에서 이 대통령의 재산 헌납 약속이 BBK 의혹이 한창이던 때 나왔다는 점을 지적하며 "선거 당시 이 발표로 정치적 이익을 얻은 사실을 부인하지 못한다"며 "기부는 아름다운 일이지만 정치적 이해관계와 연결해 그 뜻을 흐리는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기부 포퓰리즘 선례되선 곤란하다"
<매일경제>도 이러한 내용을 사설의 주제로 삼았다. 이 신문은 이날 '공직자 재산 기부 이 대통령으로 끝내야'라는 사설에서 "지도층 기부 문화 정착 위해선 매우 귀중한 첫발이지만 기부 포퓰리즘 선례돼선 곤란하다"는 주장을 폈다.
이 신문은 "정말 큰 용단으로 칭송한다"면서도 "공직자 재산 기부는 약속을 끝까지 지킨 이 대통령으로 마무리 짓는 게 옳은 시대정신이라고 본다"고 선을 그었다.
이 신문은 "좀 더 냉정한 시각으로 사안을 바라볼 필요도 있다고 본다"며 "'조건'에 의해 강제되거나 후대에 '선례'가 돼선 곤란하다는 사실"이라고 했다. "가령 수조 원을 가진 기업가 출신이 차후 대통령이든 다른 광역단체장에 출마할 때 '당신은 왜 기부 약속을 하지 않는가'라는 식으로 가선 안된다는 점이다. 그렇게 하면 찍어주고, 그렇지 않으면 찍어주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변하면 정말 곤란하다"는 주장이다.
이 신문은 "차라리 선출직에 나서기 전에 사전 기부하는 행위가 훨씬 우아하고 뜻깊은 문화 정착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 대통령도 그런 정신이 정착되기를 원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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