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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일린 열풍'은 허상?… 주지사 사퇴 전격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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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일린 열풍'은 허상?… 주지사 사퇴 전격선언

이코노미스트 "차기 대선 도전 위한 승부수로 보기 어려워"

새러 페일린 미국 알래스카 주지사가 1년반의 임기를 남긴 지난 3일(현지시간) 오는 26일 주지사에서 사퇴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그 배경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 주지사가 임기를 한참 남긴 시점에서 중도 사퇴를 선언한 것도 이례적이지만, 그는 지난 2008년 미국 대선에서 존 매케인 공화당 대선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전격 발탁돼 '신데델라 정치인'으로 급부상했다는 점에서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페일린이 이날 성명을 통해 차기 주지사직에도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는 점에서, 이번 사퇴 결정이 2010년 상원의원 선거 도전 또는 2012년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나서기 위한 정치적 승부수라고 보기도 한다.
▲ 지난 3일 새러 페일린 알래스카 주지사가 주지사직 사퇴를 전격 선언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현역 주지사에서 조기 사퇴함으로써 전국적인 지지세 확산을 위한 활동에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점과 공화당의 잠재적 차기 대권주자인 팀 폴렌티 미네소타 주지사도 최근 주지사 선거에 재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 사실상 대권도전을 선언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는것이다.

"돌연한 사퇴 선언 납득시킬 명분은 없어"

하지만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4일 'An Alaskan mystery'라는 분석 기사를 통해 이런 관측이 사실로 되기에는 의문스러운 점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페일린이 차기 대선에 도전할 의도가 정말 있다고 하더라도, 첫 주지사 임기를 18개월이나 남겨두고, 차기 대선 역시 3년반이 남은 시기에 돌연 주지사직 사퇴를 선언할 만큼 급한 선택을 설명해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 기사에 따르면, 페일린은 자신의 가정에 대한 지나친 관심으로부터 보호하고 싶다고 강조했지만, 만일 그가 대선에 출마한다면 가정에 대한 관심은 더욱 극단적이 될 뿐이라는 점에서 앞뒤가 맞지 않는다.

페일린은 레임덕에 걸린 주지사가 되는 것을 피하고 싶다는 점도 말했다. 하지만 모든 대통령이나 주지사는 레임덕 시기를 겪게 되며, 차기 대권에 도전하려는 다른 주지사들은 사퇴를 선언하지 않고 있다.

<베네티페어>의 폭로 기사가 한 원인?

이 잡지는 "페일린이 주지사 직을 사퇴하는 이유는 정치판을 떠나기 위해서이며, 차기 대선에 출마할 뜻도 없다는 것이 드러날지 모른다"면서 "만일 그렇게 될 경우 <베네티 페어>의 토드 퍼듐이 최근에 쓴 뛰어난 기사가 발행된 것이 하나의 이유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베네티페어>의 기사는 매케인-페일린 팀 내부의 심각한 갈등을 파헤친 것이다. 'It Came from Wasilla'라는 이 기사에서 퍼듐은 "존 메케인의 핵심 선거 참모들은 요즘 지난 대선에서 페일린을 부통령으로 선택한 것은 재앙이었다는 점을 그 어느 때보다 솔직하게 털어놓고 있다"면서 "현대 정치판에서 가장 노련한 처세로 정치생명을 이어온 매케인이 어떻게 부통령 후보로 턱없이 자격미달인 페일린을 러닝메이트로 선택함으로써 자기자신마저 대통령 후보로서의 자격조차 의심하게 만드는 선택을 했는가"라면서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그는 "선거운동이 외부 요인으로 곤경에 빠진 것처럼 보인다면, 내부 사정은 훨씬 더 나쁘다는 것은 정치판의 철칙"이라면서 "매케인-페일린 재앙도 이 철칙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글에 따르면, 매케인은 페일린을 처음 만난 지 불과 몇 시간만에 그녀를 부통령 후보로 결정했고, 페일린도 매케인을 신뢰하지 않았다. 이처럼 상대방이 누구인지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갑작스러운 정략결혼을 하면 반드시 충돌이 나게 마련이다.

실제로 문제는 즉각 터졌다. 페일린의 고교생 딸이 임신했다는 소식이 널리 알려졌으며, 언론들은 페일린의 식견 부족을 질타했다. 게다가 페일린은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이후 고급 상점에서 자신과 가족들이 입을 옷을 15만 달러 어치나 사들였다.

이런 소동 속에서 매케인 측근들 사이에서는 페일린에 대한 불만이 커져간 반면 페일린은 누구를 믿을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희생양이 될 것을 우려하면서 훗날을 대비를 하기 시작했다.

"페일린이 개혁적 정치인이라는 선전은 포장에 불과"

매케인 진영이 페일린을 선택한 이유로 내세웠던 얘기들 -알래스카의 석유업체들과 부패한 공화당 기득권체제에 도전하고, 초당적인 지지 속에서 주지사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신선한 개혁적 정치인-은 겉치레에 불과한 것이었다.

퍼듐은 최근 알래스카를 방문해 취재한 결과 페일린에 대해서 정반대의 이야기들을 쉽게 접할 수 있었다. 이런 이야기들이 오히려 지배적이다. 알래스카는 "미국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외국땅"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질적인 곳이다. 지속적인 기관으로서의 정부에 대한 개념이 희박한 이 곳에서는 연간 90일에 불과한 의회 회기가 끝나면 의원들은 사무실을 정리하고 모든 서류를 집으로 가져간다.

이처럼 자원이 풍부한 개발도상국 같은 지역에서 정부 조직이나 감시 기구가 유명무실하기 때문에 부패와 비리는 적발되지 않은 채 쉽게 자행된다. 따라서 듣는 사람을 당혹스럽게 만든 페일린의 발언 중 가장 곤혹스러운 말은 "나를 믿어주세요. 알래스카는 미국의 축소판 같은 곳이에요"라는 것이다.

페일린이 부패와 위선에 가득찬 정치인이라는 이런 비판은 <허핑턴포스트> 등 진보진영의 정치사이트 등에서 구체적인 폭로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일부 블로거들 "페일린, 곧 연방 검찰 기소당할 처지" 주장

섀닌 무어스 등 일부 블로거들은 <허핑턴포스트>에 "페일린을 둘러싼 소문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며, 그가 주지사로서 권력을 남용하는 등 비윤리적인 행위를 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면서 "그의 주지사직 사퇴 발표는 자신에 대한 연방 검찰의 부패혐의 기소를 앞두고 타격을 최소화하려는 대응책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페일린은 지난 1996년부터 2002년까지 알래스카 주 내 주민이 6300명인 작은 도시 와실라의 시장을 지냈으며, 2006년에는 알래스카 주지사에 당선됐다.

하지만 페일린은 깨끗한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는 허상일뿐, 실제로는 와실라 시장 재직 시절과 주지사 재임 기간 동안 각종 부패와 직권 남용을 저질렀다는 추문이 끊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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