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정연주 전 한국방송(KBS) 사장 해임에 결정적 계기가 됐던 강성철 KBS 이사 선임이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이경구 부장판사)는 26일 신태섭 전 KBS 이사가 대통령과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낸 임명 처분 무효 확인 청구 소송에서 강 교수의 이사 임명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정 전 사장의 해임 과정이 법률적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한 것으로 현재 서울행정법원에서 진행 중인 정 전 사장 해임 무효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신태섭 전 이사는 지난해 6월 20일 KBS 이사직 사퇴를 거부하다 교수 자격이 박탈됐고 같은해 7월 18일 이를 이유로 KBS 이사직 자격을 박탈당했다. 이후 강성철 부산대 교수가 보궐 이사로 선임돼 친여 성향의 이사가 이사회의 다수를 이룬 상황에서 KBS 이사회는 야당 측 이사들이 퇴장한 가운데 정연주 전 사장의 해임 제청을 의결했다.
법원은 신 전 이사의 해임에 빌미를 제공한 동의대 교수직 해임 결정을 두고 "신 전 이사 임명 당시 환영 현수막을 내거는 등 묵시적으로 이사직 임명을 승인한 사실이 인정됨에도, 이사직을 맡은 뒤 2년 가까이 지난 2008년 겸직 금지 의무 위반 등을 근거로 교수직 해임 징계를 했다"며 "징계 사유가 일부 존재하지 않음에도 징계의 재량권을 넘어선 것으로 무효"라고 밝혔다. 신 교수는 지난 1월에도 동의대를 상대로 낸 해임 무효 처분 취소 소송에서 1심 승소 판결을 받았다.
이어 법원은 "신 전 이사에게는 KBS 이사 결격 사유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으므로 그의 이사직 상실을 전제로 한 강 교수에 대한 임명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했으며 방통위가 강 교수를 임명하는 과정에서도 "신 전 이사에게 사전 통보하지 않고 회의를 비공개로 진행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재판 결과를 두고 이명박 정부의 KBS 장악 논란이 일었던 KBS 사장 교체의 불법성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많다. 그러나 청와대나 방송통신위원회가 항소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과 재판 기간 등을 두고 볼 때 정연주 전 사장의 사장 해임 자체가 무효화, 원상 복귀 할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올 11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이병순 KBS 사장에게는 법률적 정당성이 흔들리는 계기가 될 수밖에 없으리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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