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필리핀에서 온 편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필리핀에서 온 편지

[한윤수의 '오랑캐꽃']<84>

재입국시켜 주겠다는 회사의 약속만 믿고 출국했다가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필리핀 노동자가 있다. 이름은 죠세핀.

그녀가 퇴직금을 받아달라고 우리 상담실장에게 영어로 된 위임장과 함께 이메일 편지를 보내왔다. 편지를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S 선생님께

안녕하세요 저는 로멜라의 동료였던 죠세핀입니다. 우린 똑같이 2005년 7월 12일부터 2008년 7월 12일까지 H(가명) 하이테크에 근무하였습니다.

선생님이 도와주셔서 로멜라가 퇴직금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저도 좀 도와주세요. 저는 아주 열심히 일했고 사장님이 저에게도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금 일을 못하고 있어서 수입이 없어요. 돈을 받게 되면 가족을 돕는 데 쓸 겁니다. 꼭 도와주세요. 로멜라에게 필요한 서류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귀국할 때 왕복 비행기 티켓을 구입했으나 현재까지 편도 비행기 티켓값을 반환받지 못했습니다. 그 당시 회사에선 왕복 티켓을 취소했다고 하더군요. 그러나 아직 환급받지 못했습니다. 제발 도와주세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죠세핀 나티
외국인등록증 번호 690202-6760295(*)


어떻게 된 심판인지 자세한 내용을 몰라서 그녀의 친구 로멜라에게 물어보니 조세핀은 속아서 출국한 것이었다.
불법체류자를 고용했다가 적발되면 그 회사는 최소 1년 내지 3년은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할 수 없다. 따라서 그 회사와 재계약한 노동자도 한 번 출국하면 다시 돌아올 수 없다. H하이테크는 그 즈음 불법체류자를 고용했다가 적발되었기에 죠세핀은 걱정이 되어서 물었다.
"갔다가 한국에 다시 들어올 수 있나요?"
그러나 A(가명)과장은 큰소리를 쳤다.
"걱정 말고 갔다 와. 올 수 있어!"
만일 이렇게 말한 게 사실이라면 그는 새빨간 거짓말을 한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사기(詐欺)지! 왜 그랬을까? 오로지 퇴직금을 안 주기 위해서?

회사에 전화했다.
"가서 못 오는 건 어찌할 수 없다 하더라도 퇴직금은 줘야 할 것 아닙니까?"
하지만 A과장은 억지를 썼다.
"*간 사람 퇴직금까지 줘야 합니까?"
"물론이죠."
그는 한 술 더 떴다.
"왜 외국인 편만 드는 거죠?"
적반하장이라더니, 퇴직금 떼어먹고 오히려 큰소리다.
"편을 드는 게 아니라 외국인이 퇴직금 받아달라고 편지와 위임장을 보내왔어요. 도와달라는데 안 도와줍니까?"
"하여간 저희는 퇴직금 지급할 수 없습니다."

바로 당신 같은 사람들 때문에 대한민국의 명예가 떨어진다구! 소리가 목구멍까지 치밀었지만 꾹 참고 다시 말했다.
"어허, 퇴직금은 주셔야죠."
"못 줍니다."
"그래요? 그러면 노동부에 진정해도 되죠?"
"맘대로 하세요."

나는 알고 있다. 오래 걸릴 싸움이라는 것을. 지금 여기 한국에 있는 로멜라도 9개월이나 걸려서 겨우 퇴직금을 받았는데, 한국에 없는 조세핀 퇴직금을 그리 쉽게 주겠는가!
완전히 무대뽀 회사다.
왜 이런 회사가 있어가지고 대한민국의 명예를 실추시키나 분노가 치민다.

솔직히 이런 회사와는 얼마나 오래 싸워야 할지 가늠이 안된다. 하지만 끝까지 갈 것이다.

(*) 이메일 편지 원문은 다음과 같다

Dear Ms So,
Anyonghaseyo!! Iam Josephine Nati From Philippines and i am a co worker of Romella Flores.
We both from at H(가명) Hightech from July 12, 2005 to July 12, 2008.
Romella told me that you help her file a case against our former employer and because of your help my boss paid her i hope ma'm you could help me too.
I worked so hard in our company so i think they should give what is due to me.
I have no worked here in hte Philippines and the money supposed to be given to me, i will used that to help my family.
Thank you very much and i hope you could help me. I already send the papers needed to Romella.
And also Ms. So until now they did not give the refund of our plane ticket because when we go home our plane ticket is two-way.
they say it was already cancel but they do'nt give back the money. Please Help me

Respectfully yours,
Josephine Nati
Alien card # 690202-6760295

*간 사람 퇴직금 : 외국에 나간 사람의 퇴직금은 안 줘도 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일한 대가는 반드시 줘야 한다. 그리고 주었다는 사실의 입증책임은 회사에 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