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에 새로 들어온 젊은 사자가 바나나를 먹이로 받아먹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옆 우리를 보니 나이든 사자가 신선하고 먹음직스러운 고깃덩어리를 먹고 있는 게 아닌가! 젊은 사자는 너무나 불평등한 현실에 참을 수 없어서 물었다.
"당신은 고기를 먹고 있는데 나는 어째서 바나나 밖에 주지 않는 거죠?"
"이 동물원은 말야."
하고 나이 지긋한 사자가 말했다.
"적은 예산으로 꾸려가고 있기 때문에 자네는 원숭이로 등록되어 있는 거라구."
사자가 원숭이로 등록되어 있는 것, 이런 경우를 불운이라고 한다.
하지만 세상에는 이런 경우만 있는 게 아니다.
외국인 노동자는 3년 일하고 나서 재고용된 경우에 한하여 한 달 이상 출국했다가 다시 들어와서 3년을 더 일할 수 있다. 그러니까 최대 6년을 일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운 좋게도 이보다 더 길게 일하는 노동자도 있다.
필리핀 여성 카멜라가 잔뜩 긴장한 얼굴로 와서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저 필리핀 갔다가 다시 올 수 있나요?"
"왜? 누가 뭐래요?"
"예, 사장님이 저는 재입국 안된다고 해서요."
알고 보니 그녀는 2002년 말에 와서 3년 일하고 출국했다가 특이하게도 *6개월 후에 다시 들어와서 일한 케이스다. 겉으로만 보면 합이 6년이니까 재입국이 안된다.
하지만 2002년 말이면 고용허가제가 실시되기 이전이니까 내 판단으로는 *현행법의 저촉을 받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일단 고용지원센터에 문의해보기로 했다.
"외국인 등록번호 0000 필리핀 노동자 카멜라가 재입국할 수 있나요?"
"카멜라? 가만 있자, 어? 전산상에 아무 기록도 안 뜨는데요!"
그럴 리가? 컴퓨터에도 안 뜨면 밀입국했단 말인가? 황당해서 별별 생각을 다 하고 있을 때 그 공무원이 말했다.
"아, 이제 뜨네요. 전산 오류가 있었나봐요. 2006년 6월 9일에 입국해서 N산업에서 3년 동안 일했네요."
"재입국 되나요?"
"예, 됩니다. 2006년에 처음 일한 걸로 등록되어 있으니까요."
"그럼 앞으로 3년 더 일할 수 있나요?"
"물론이죠!"
그렇다면 지난 6년 플러스 앞으로 3년, 도합 9년을 일할 수 있다.
이건 행운이다. 마치 원숭이가 사자로 등록되어 있다고나 할까?
고기 먹게 생겼다.
*6개월 후 : 한 두 달도 아니고 6개월이나 간격을 띄워 다시 들어왔다면, 연속된 고용으로 보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그녀는 아마도 2006년에 다시 들어올 때 과거와 상관없이 신규 노동자로 들어왔을 것이다.
*현행법 :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이 법으로 2004년 8월 17일부터 고용허가제가 실시되었다. 그 이전은 산업연수제의 적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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