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전 대통령은 21일 한국외대 역사문화연구소 등이 공동 주최하는 '동아시아 공동의 역사인식 그리고 평화와 민주주의 번영을 위한 국제학술회의' 자료집을 통해 브란트 전 총리와 주고받았던 편지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 김대중 전 대통령이 21일 한국외대 학술회의에서 '빌리 브란트와 나. 동방정책과 햇볕정책'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마치고 브란트 전 독일 총리와 찍은 사진과 편지 등이 담긴 액자 선물을 받고 번쩍 들어 보이고 있다. ⓒ뉴시스 |
일례로 브란트 전 총리는 1983년 1월 26일 김 대통령 내외에게 보낸 편지에서 "당신이 워싱턴에서 보낸 편지를 읽게 돼 다행이다"며 "당신이 처한 힘든 상황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이에 김 전 대통령도 1984년 8월 3일 답장을 보내 "나의 안전과 인권을 위한 당신의 헌신적인 노력과 지지를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라며 "당신은 내가 1973년 도쿄에서 중앙정보부 직원들에게 납치됐을 때에도 나의 구조선이 돼 줬다. 배려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듬해 1월 4일자 편지에서는 브란트 전 총리의 독일 초청이 당시 한국 정부의 제한 조치로 좌절된 것을 안타까워하면서 "당신과 같은 저명한 세계 지도자들이 보내준 지지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며 자신에게 보내 준 정치적 지지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 외에도 김 대통령은 편지에서 한국인들의 시련과 투쟁에 동참하기 위해 한국에 돌아가고 싶다는 뜻을 피력했고, 당시 관절염으로 고통받던 이 여사에 대한 걱정과 쾌유를 바라는 마음을 나타내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특별강연에서도 "우리 두 사람은 독재와 싸웠고, 공산주의와 싸웠고, 분단과 싸웠다"며 1971년 대통령 출마 당시 미국을 방문해 '빌리 브란트 수상의 동방정책을 지지하고 공감한다'고 말했을 때부터 시작된 인연을 상세히 소개했다.
또한 그는 브란트 전 총리와의 인간적인 관계 외에도 동방정책과 자신의 햇볕정책이 철학이나, 정책, 실천방법에 있어서 상통하는 점이 많다고 강조했다. 분단을 거부하고 평화적이고 단계적으로 통일하자는 것, 동독과의 교류·협력에 주력했던 것 등이 유사하다는 것이다.
한편, 김 전 대통령은 최근 정세와 관련해 "미국 오바마 정권이 자리를 잡으면 올해 가을부터 본격적인 북미 대화를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북한은 초조한 것이다. 초조하니까 이왕 죽을 바에는 할 것 다 하고 죽자고 하는 것"이라며 "강자는 약자의 입장을 생각하는 도량을 가져야 하고 그런 입장에서 북한을 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현 정부가 출범한 이래 남북관계는 급속히 경색되고 날로 악화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것은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믿는다. 남과 북 모두가 대결하고 다투면 서로 손해를 보고 위험에 처하게 되지만 화해·협력하면 안정과 번영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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