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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억류자' 유엔 진정, 신변 안전 포기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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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억류자' 유엔 진정, 신변 안전 포기하는 것"

외교부 "조만간 제기 예정"…"北 속성 무시하는 위험한 대응"

정부가 북한에 억류된 현대아산 직원 유모 씨 문제를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기할 예정이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엔을 통한 석방 노력이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일 뿐더러, 북한을 오히려 자극하기만 해 문제를 더 꼬이게 하고 유 씨의 신변 안전마저 위협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검토'에서 '추진'으로 기정사실화

문태영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30일 정례브리핑에서 유 씨 문제를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기하는 것에 대해 "현재 추진 중이고 조만간 (제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는 유명환 외교부 장관이 지난 23일 정례브리핑에서 "유엔을 통한 절차가 단기간에 성과가 나올 수 있을지와 법적인 효력이 있을지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말한 데서 한 걸음 더 나간 것이다. 유 장관은 22일에도 "빠른 시일 내에 절차를 밟겠다"고 말한 바 있다.

문 대변인은 "가족을 통해 (진정)하는 방법이 있고 정부가 하는 방법이 있는데 가족을 통해 하는 것은 가족과 접촉해야 하니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정부가 직접 하는 것을 추진중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외교부는 가능하면 이번 주 내에라도 유엔에서 관련 절차를 밟으려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는 29일 "최대한 서두르고 있으며 이르면 이번 주 내에 진정서 접수가 가능할 것"이라는 당국자의 말을 전했다.

▲ 현대아산 조건식 사장은 유 씨 석방 협상을 위해 사건 발생 후 한 달 동안 총 8차례 북한에 올라갔다. 그러나 정부가 이 문제를 유엔 인권이사회에 가져갈 경우 조 사장의 이같은 노력은 수포로 돌아갈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연합뉴스

북한이 가장 큰 문제, 그러나 유엔 진정은 '위험'

그러나 유엔 인권이사회가 특정 인권 문제를 다룰 때는 일반적으로 1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유 씨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실효성이 없을 거라는 지적은 벌써부터 있었다. 남북간의 문제를 국제사회로 끌고 가는 것은 적당치 않고 오히려 북한을 자극할 뿐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유엔 진정을 기정사실화하자 유 씨를 사실상 포기하는 행위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는 더 커지고 있다.

남북간 합의를 무시하고 유 씨를 한 달 이상 무작정 억류하고 있는 북한의 잘못된 조처가 가장 큰 문제지만, 그렇다고 유엔에 이를 가져가는 건 해결은커녕 문제를 악화시키는 길이라는 지적이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북한은 국제사회라는 이름으로 망신을 주면 더 강하게 나오는 나라"라며 "북한 인권 문제라는 포괄적인 주제도 아니고 구체적인 사람의 신병과 관련된 문제를 유엔으로 가져가면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서보혁 이화여대 평화학연구소 연구교수는 "국제적인 압박 여론 조성용인데 석방이라는 북한의 행동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당근책과 병행해야 한다"며 "남북간 다른 문제들과 유 씨 석방을 사실상 연계하고 있는 북한이 자연스럽게 유 씨 석방에 응하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유엔 진정은 작년 7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의장성명 파동의 재판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많다. 정부는 당시 ARF 의장성명에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사건을 넣는 한편 북측이 요구하던 10.4 정상선언 지지 문구를 빼려다가 결국 둘 다 넣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 사건은 정부가 피격 사건 관련 문구를 포기할 정도로 10.4 선언을 거부한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었다. 또한 남북간 이슈를 스스로 풀지 못하고 국제사회에 가져가 망신을 당하고 냉전 시절 남북 대결을 재현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그러나 유 씨 문제를 국제사회에 가져가는 것은 금강산 피격 문제를 가져갔던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분석도 있다. ARF 의장성명은 이미 발생한 금강산 사건의 처리와 관련된 것이었지만, 유 씨 문제는 살아 있는 국민의 신변 안전과 관련됐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북한은 지난 21일 개성 남북접촉에서 "남측 당국이 개성공업지구를 우리를 반대하는 노략 기지로 삼고 있는데 대해 유의하지 않을 수 없다"고 통지했다. 이는 유 씨를 간첩죄 등으로 처리할 수 있고, 나아가 남측 당국도 간첩 행위에 연루되어 있다는 주장을 하겠다는 것을 시사한 것이었다.

그런 마당에 유 씨 문제를 국제사회로 가져가 북한을 자극한다면 북측은 곧바로 간첩죄를 들고 나와 정식 법절차를 밟겠다고 선언함으로써 문제 해결을 하염없이 연장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인권법에 김현희 방일까지 악재 '줄줄이'…"청와대가 직접 관리해야"

하지만 외교부의 문 대변인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북한의 반발만 살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시간이 걸리든 안 걸리든 정부가 해야 할일을 하기 위해서 계속 인권위에 제기하는 것을 추진 중에 있다"고 답했다.

외교부의 이러한 행보는 유 씨 문제는 물론이고 개성공단 임금·토지사용료 등 남북관계 현안 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시각이 많다. 외교부가 이렇게 나간다면 "북한을 기분 나쁘게 하지 마라"고 했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최근 발언의 진정성도 다시 한 번 도마에 오를 수 있다.

따라서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야 하는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실이 남북현안을 종합적으로 관장해 부처에서 잘못되거나 혼란스런 신호가 나가는 걸 막은 뒤, 유 씨 석방부터 시작해 현안을 하나씩 풀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한나라당이 추진하고 있는 북한인권법, 대한항공 폭파범 김현희 씨의 일본 방문 문제 등도 남북관계를 파탄시킬 휘발성이 높기 때문에 청와대가 직접 관리해야 할 사안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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