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25일 영변 핵시설에서 폐연료봉 재처리 작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25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 문답 형식으로 "4월 14일부 외무성 성명으로 선언한 데 따라 우리 시험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온 폐연료봉들을 재처리하는 작업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보관된 폐연료봉 재처리할 듯
북한 외무성은 지난 14일 발표한 성명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성명이 채택되어 6자회담 합의가 무력화됐다면서 "핵시설들을 원상복구해 정상가동하는 조치가 취해질 것이고 그 일환으로 시험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온 폐연료봉들이 깨끗이 재처리될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영변 핵시설은 2007년부터 불능화 작업이 진행됐고 작년 6월에는 냉각탑이 폭파됐기 때문에 전면 재가동을 하는 데는 최소 수개월에서 최대 1년 정도가 거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북한이 이날 선언한 폐연료봉 재처리는 핵시설이 전면 재가동되지 않아도 가능한 작업이다. 북한은 그동안 보관해온 폐연료봉을 재처리함으로써 플루토늄을 추출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핵군축 전문가인 지그프리드 헤커 스탠퍼드대 교수는 북한이 현재 갖고 있는 비밀 시설에서 몇 주 내에 플루토늄 재처리를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가 15일 보도했었다.
박의춘 외상, 러시아 외상 만난 후 중국으로
또한 외무성 대변인은 "폐연료봉 재처리는 적대세력들의 가증된 군사적 위협에 대처하여 자위적 핵억제력을 백방으로 강화해 나가는데 이바지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재처리를 통해 추출하는 플루토늄을 핵무기를 만드는데 사용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북한은 지난 23일 방문한 러시아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에게 6자회담 불참을 재확인했었다. 그에 이어 폐연료봉 재처리까지 시작함으로써 북한은 당분간 한반도에서 위기를 고조시키는 행위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북한의 입장을 간접 대변하는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24일 기사에서 2006년 7월 북한이 중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후 유엔 안보리가 대북 결의안을 채택하자 3개월만에 지하 핵시험을 실시한 사실을 거듭 상기시키며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이 압박하면 할수록 조선은 핵보유국으로서의 지위를 더욱 더 확고한 것으로 다져 나갈 것"이라고 제2차 핵시험 가능성을 시사했다.
따라서 북한은 폐연료봉 재처리를 시작으로 영변 핵시설 재가동, 제2차 핵시험 등 핵능력을 과시하기 위한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박의춘 외무상이 비동맹운동(NAM) 조정위원회 장관급회의 참석차 쿠바를 방문하는 길에 25일 베이징에 들르는 것도 북한의 향후 행보와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박 외무상은 이번 베이징 방문에서 중국 고위 관리들을 만나 로켓 발사 이후의 6자회담 거부 표명, 핵개발 재개 등에 대해 중국의 이해를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일 북한의 로켓 발사 이후 북한 고위 관리가 중국을 방문하는 것은 처음이다.
<아사히>는 "중국 공산당과 정부 내에서는 중국이 의장국을 맡고 있는 6자회담을 북한이 거부한데 대해 불만이 높아지고 있으며 특히 핵개발 재개를 강하게 경계하고 있다"며 "중국은 박 외무상에게 자제를 촉구하고 6자회담 복귀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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