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방송(MBC) 최용익 논설위원은 7일 MBC 라디오에서 방송된 MBC 논평에서 "조선일보"를 직접 거론하며 "해당 언론사라는 이름의 유령이 2009년 한국 언론가를 배회하고 있다"고 민주당 이종걸 의원의 국회 발언에 반발하는 <조선일보>를 익명 처리해 보도한 언론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문제의 '해당 언론사'가 군사독재 권력도 아닌데…"
최용익 위원은 이날 8시 라디오 뉴스 이후 방송된 '장자연 리스트와 해당 언론사의 관계'라는 주제로 방송된 'MBC 논평'에서 "(해당 언론사라는) 정체 불명의 표현은 이종걸 민주당 의원이 국회 대정부 질의를 통해 장자연 리스트에 올라 있는 유력 신문사 대표의 성씨를 공개한 뒤 등장했다"고 말했다.
최 위원은 "그러자 조선일보사는 국회 기자실에 명예 훼손에 해당될 수 있으므로 신중한 보도를 당부 드린다는 내용의, 은근히 겁을 주는 보도 자료를 뿌렸고 <오마이뉴스> 등 일부 인터넷 언론을 제외한 대다수 언론들이 조선일보 대신 해당 언론사라는 용어를 쓰기 시작한 것"이라며 "모두가 알면서 동시에 아무도 모르는 해당 언론사라는 아리송한 용어는 이렇게 나왔다"고 꼬집었다.
그는 "국회의원이 공개적으로 거론한 신문사와 대표의 이름, 또 그와 관련된 보도자료를 배포한 언론사가 어디냐는 것은 지극히 객관적인 사실일 뿐"이라며 "그런데도 언론들은 실명 공개를 꺼려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렇게 된 일차적인 책임은 물론 적극적인 수사를 회피해온 경찰에 있다"면서 "경찰이 유력 신문사의 눈치를 보고 있다느니 결국 '대어는 풀어주고 잔챙이만 엮일 것'이라느니 하는 등의 뒷말이 나오는 것도 이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군사독재 시절 정면으로 진실 보도를 하기 어려웠을 때 성행했던 것이 은유와 비유였다. 그렇게라도 진실의 일단을 보여주려 했던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 우리는 군사독재가 사라진 지도 20여 년이 흘러간 21세기 대한민국에 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제의 해당 언론사가 군사독재 시절의 권력도 아닐텐데 대다수의 언론사가 실명을 쓰지 못하는 희극적인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헷갈리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조선일보>가 반박 보도 자료를 낸 것은 엄연한 '팩트'"
최용익 위원의 이날 논평은 <프레시안>을 비롯한 일부 언론을 제외하고는 이종걸 의원의 발언을 거의 보도하지 않거나 '해당 언론사'로 익명 처리하고 있는 언론의 행태를 짚은 것이다. 또 지상파 방송 가운데에서 유일하게 언론들이 언급한 해당 언론사"가 <조선일보>라는 것을 밝힌 것.
MBC 보도국은 6일 <뉴스데스크>에서 장자연 리스트 관련 수사 상황을 전하며 보도 끝에 "한편 국회에서는 민주당 이종걸 의원이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에 오른 것으로 알려진 유력 언론사 대표의 실명을 거론해, 해당 언론사가 항의하는 등 논란이 일었다"는 정도로만 밝혔다.
최 위원은 "민주당 이종걸 의원의 발언 직후 <조선일보>가 보도 자료를 뿌렸다는 것은 엄연한 객관적인 사실, 즉 '팩트'"라며 "이러한 '팩트'까지도 보도되지 않는 것은 <조선일보>의 힘이 얼마나 센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최 위원은 "5공 때의 보도지침과 같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일종의 압력, 심리적인 공포나 두려움이 <한겨레>나 <경향신문>도 지배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 것을 언론이 모르는 것처럼 보도하고 있는 것 자체가 코미디 아닌가. 21세기형 희극이다"라고 꼬집었다.
MBC 논설위원들이 돌아가며 발표하는 MBC 논평은 논설위원 간의 회의에 따라 아이템과 대략적인 방향을 결정한다. 최 위원은 "논설주간이 보도본부 회의에 가서 다루는 주제 등을 밝히기는 하나 직접적으로 보도국과 아이템을 공조한다거나 하는 일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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