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구속된 노종면 언론노조 YTN 지부장의 석방을 촉구하기 위해 기획된 자리였으나 전날 밤 이춘근 MBC <PD수첩> PD가 검찰에 체포되면서 '언론자유를 석방하라'는 촛불문화제로 커졌다.
"언론 자유를 석방하라는 말은 공기를 석방하라, 물을 석방하라, 하늘을 석방하라는 말과 똑같은 말이다. 하늘과 땅과 물이 그렇듯 언론자유는 자연이다. 자연을 억압하는 저들에게 이 자연의 가장 핵심인 민중들이 모여 울면서 뚜벅뚜벅 정권을 향해 걸어가자"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요즘 눈물이 많아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용산참사가 나던 날, <MBC 스페셜>에서 일제고사에 반대하다 쫓겨난 거리의 교사들을 보며, 그리고 노종면 위원장의 '나를 위해 투쟁하지 말라'는 이야기에 또 눈물이 났다"며 "없는 사람은 없어서 울고, 일하는 사람은 억울해서 우는 수많은 사람들이 또 한 사람의 기자가, 한 사람의 PD가 끌려가고 연행되는 과정을 보며 눈물을 흘린다"고 했다.
▲ 지난 주말 경찰에 체포됐다 풀려난 YTN 조승호, 현덕수, 임장혁 기자 ⓒ언론노보 |
이날 문화제에서도 목이 메어 어렵게 발언을 이어간 사람은 적지 않았다. 임장혁 YTN <돌발영상> 팀장은 "사실 노종면 위원장의 아이가 셋이다. 그 중 한 아이가 오래전부터 많이 아팠다. 투쟁을 오래 이끄느라 아픈 딸아이 얼굴조차 자주 보지 못했다. 그 아이가 오늘 입원해서 내일 수술을 받는다. 그런데 아빠는 철창안에 있다"고 말하고 콱 메인 목을 가다듬지 못했다. 문화제에 참석한 이들 사이에서도 탄식이 흘러 나왔다.
임 팀장은 제일 앞줄에 영정을 들고 앉은 용산참사 유가족들을 보며 "물론 우리가 앞에 계신 용산 가족분들 앞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 민망하고 죄스럽다"면서 "어쩌다 이 나라가 억울하고 가슴아픈 사연이 많아졌는지 모르겠다. 우리가 싸우는 이유, 공정방송을 지키는 궁극적인 목적은 억울한 사람, 가족 때문에 가슴 미어지는 사람 없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 이근행 MBC 노조위원장. ⓒ언론노보 |
이날 오전 서초경찰서에서 서울 중앙지검으로 이송되는 이춘근 PD의 모습이 동영상으로 방영된 이후 무대에 오른 이근행 언론노조 MBC 본부장도 "아버님 돌아가신 이후에 울지 않겠다고 했는데"라며 착잡한 심정을 내보였다.
이날 동영상에는 "언론자유를 보장하라"고 외치는 이 PD의 모습과 그를 향해 "춘근아, 와이프가 왔어"라고 한 동료의 목소리가 담겼다. 이근행 본부장은 "이것이 과연 21세기 문명국, 한때 국민소득 2만불 달성을 자랑했던 OECD 국가에서 대낮에 벌어지는 일이냐"며 "종로를 시민들과 벅찬 가슴으로 달려갔던 22년 전과 지금이 달라진 것이 무엇인가. 이 나라는 민주주의가 됐나. 그로부터 한발치라도 나아갔느냐"고 성토했다.
그는 "미친 소를 수입하더니 미친 고기를 먹고 이명박 정권과 경찰, 검찰이 미처버린 세상"이라며 "슬퍼서 눈물이 나오는게 아니라 어처구니가 없고 역사가 돌아가는게 한심해서 눈물이 난다. 그러나 무릎꿇고 앉아 밥을 먹을 자신이 없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이춘근, 노종면 구하자고 싸우는게 아니다. 이명박 정권 무너지는 그날까지, 철거민 가족들 하루에 8시간씩 공부하다 밤늦게 돌아오는 어린 자식, 농약 먹고 죽는 할아버지들을 위해 우리는 이 세상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 '브이 포 벤데타'의 주인공으로 분장하고 참석한 시민. ⓒ프레시안 |
▲ 시민들이 "노종면을 석방하라", "지켜줄게 PD수첩" 등의 피켓을 들고 참석했다. ⓒ프레시안 |
용산철거민 사태의 유가족도 무대에 올랐다. 그는 "여기 계신 언론인들이 열심히 보도하고 있지만 진실은 하나도 밝혀지지 않았다. 사태가 발생한지 66일째에 이르고 있지만 아무것도 밝혀진 것이 없다"면서 "열심히 투쟁해달라. 우리도 끝까지 흐트러지지 않고 투쟁하겠다"고 당부했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노종면 위원장의 체포 소식을 듣고 이명박 정부가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옛말에 '미인 박명'이라고 했는데 '명박 박명'이라고 바꿔야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지금 증거 인멸, 도주의 우려가 있는 것은 누구냐"라고 물었다.
▲ 한 시민이 직접 만들어 온 피켓 ⓒ언론노보 |
그는 "노종면 위원장의 구속을 보며 '아 이제 나도 감옥에 들어갈 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언론사 노조위원장이 감옥갈 정도면 나머지는 온전하게 살 수 있을 것 같느냐"며 "그러나 감옥이 가득차면 청와대 무너진다. 우리는 역사가 가르쳐준대로 싸울 것이다. 임기를 마친 독재정권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최상재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용산 참사 유가족들, 조중동에 '테러범'으로 매도된 전국철거민연합회 회원 여러분, 신일고 국어선생님이었던 이수호 최고위원, 신문사·방송사 기자들" 등 이 자리에 참석한 이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이들이 모두 우리의 동지들"이라고 했다. 그는 "이 사회가, 이 정권이 언론 노동자의 피를 요구하면 두려워하지 않고 피흘리고 투쟁하겠다"면서 "언론 자유 수호하자"고 외쳤다.
▲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과 언론노조 각 지본부 위원장들이 함께 "언론자유 수호하자" 구호를 외치고 있다. ⓒ언론노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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