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식칼도 군축대상이냐"

로켓 발사 안보리 제재시 6자회담 불참 시사

'인공위성'을 쏘겠다며 국제해사기구(IMO) 등에 발사를 위한 사전 조치를 끝낸 북한이 발사 예고일(4월 4~8일)이 다가오면서 논리싸움과 기싸움을 시작했다.

북한은 24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발표, 우주의 평화적 이용권은 어느 나라에나 있기 때문에 '인공위성'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보리 제재가 이뤄진다면 6자회담에 불참할 수밖에 없음을 시사했다.

'안보리 제재→9.19 공동성명에 배치→6자회담 무의미' 논리 전개

외무성 대변인은 담화에서 "6자회담 참가국들인 일본이나 미국이 유독 우리나라에 대하여서만 차별적으로 우주의 평화적 이용권리를 부정하고 자주권을 침해하려는 것은 조선반도 비핵화를 위한 9.19공동성명의 '호상 존중과 평등의 정신'에 전면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러한 적대행위가 안보리의 이름으로 감행된다면 그것은 곧 안보리 자체가 9.19 공동성명을 부정하는 것으로 될 것"이라는 논리를 전개했다.

이어 그는 "9.19 공동성명이 파기되면 6자회담은 더 존재할 기초도 의의도 없어지게 된다"고 주장하고 "6자회담 파탄의 책임은 일본부터 시작하여 9.19 공동성명의 '호상 존중과 평등의 정신'을 거부한 나라들이 전적으로 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6자회담을 존속시키고자 한다면 안보리 제재 시도를 단념하라'는 경고의 의미가 담긴 대목이다.

담화는 또 "6자회담이 일부 참가국들의 적대행위로 하여 끝내 깨질 처지에 놓인 오늘의 현실은 적대관계의 청산이 없이는 100년이 가도 핵무기를 내놓을 수 없다는 우리 입장의 진리성을 다시금 검증해 주고 있다"며 "대화로 적대관계를 해소할 수 없다면 적대행위를 억제하기 위한 힘을 더욱 다져나가는 길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명박 정부 언급 없이 일본 비난에 초점

담화는 "세상에 위성을 쏘아올리는 나라가 한둘이 아니지만 안보리가 다른 개별적 나라의 위성발사문제를 취급하고 문제시한 적은 없다"며 이는 "(안보리에) 평화적인 우주연구 개발과 이용에 관한 주권국가들의 자주적 권리에 간섭할 아무런 권능도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담화는 또 "위성발사 기술이 장거리미사일 기술과 구분되지 않기 때문에 안보리에서 취급돼야 한다는 것은 식칼도 총창과 같은 점이 있기 때문에 군축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소리나 같은 억지"라고 반박했다.

담화는 "미국과 일본을 비롯하여 우리의 위성발사를 걸고드는 나라들은 모두가 우리보다 먼저 위성을 쏘아올린 나라들"인데 "위성발사 기술이 장거리 미사일 기술과 같다면 다름아닌 이 나라들이야말로 미사일 기술도 더 먼저 개발하고 더 많이 축적했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논박하기도 했다.

이날 담화는 특히 "우리 공화국에 제일 큰 죄를 지은 일본이 반공화국소동의 앞장에 서 있다"는 등 일본을 겨냥한 비난이 주를 이뤘다. 반면 이명박 정부는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은 채 "미국과 그의 일부 추종세력들" "미국과 일본을 비롯하여 우리의 위성발사를 걸고드는 나라들" 등으로 포괄인 표현만 쓴 것이 특징적이었다.

日, '미사일' 발사 대응에 오락가락

한편, 일본 정부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해 영토나 영해를 침범한다면 파괴(요격) 명령을 내리기로 방침을 정한 상태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정부 소식통은 23일 일본 언론에 "맞추지 못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혀 논란을 일으켰다. 이 소식통은 "총을 탕하고 쐈을 때 여기서도 총을 쏴서 맞힐 수 있겠느냐.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아사히신문> 등이 전했다.

이 소식통은 또 "요격 실험에 성공했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자 지금 여기서 쏩니다. 그래요 우리도 쏩니다'라는 방식으로 성공한 것"이라며 "갑자기 발사가 되면 거의 맞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24일 하마다 야스카즈(浜田靖一) 방위상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만전을 기해왔고 지금도 그렇게 노력하고 있다"고 보도를 반박했다.

하지만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나카소네 히로후미(中曾根弘文) 외상은 하마다 방위상의 발언이 있은 후에도 "(요격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한 적이 없다.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날아올지 알지 못한다"고 말해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