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는 북한의 광명성 3-2호 발사 1주일 전인 2012년 12월 5일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에서 평화네트워크 인턴 은종훈씨가 진행했다. 아래는 그와 나눈 일문일답의 주요 내용이다.
▲ 스콧 스나이더(Scott Snyder) 미국외교협회 선임연구원 ⓒ미국외교협회 |
당신은 최근 남한이 세계 안보 자원의 소비자보다는 생산자가 되고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한국이 왜, 그리고 어떻게 그것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지 간략하게 설명해달라.
나는 안보에 대한 남한의 접근에 새로운 측면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국제 안보를 제공하는 남한의 역할에 대한 보고서를 썼다. 이것은 남한이 무역 강국이 되어 나타난 결과로서 그만큼 남한의 이해관계(interest)가 넓어졌다는 사실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남한의 교역량이 증가하면서 세계의 안정에 남한은 더 많은 이해관계와 지분을 갖게 된 것이다.
예전에 남한의 외교와 대외정책은 주로 미국과 주요 강대국, 한반도 문제에만 국한되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당신은 남한 사람들이 중동에서 납치되었다가 풀려났다는 뉴스를 종종 보았을 것이다. 이런 일은 10년여 전만 해도 아마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전 세계에서 남한 사람들이 곤란에 처할 수 있는 상황이 된 만큼, 남한은 세계의 안정 증진에 있어서 구매자이면서 동시에 기여자가 되었다.
이명박 정부는 이를 두고 '글로벌 코리아'라고 설명하는데, 이러한 접근이 한반도의 상황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는가?
나는 한국 정부가 한반도에서의 안전을 확보하면서 북한과의 관계를 관리하는 것과 한반도 밖에서도 여러 일들을 하는 것, 이 두 가지를 하려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다소 놀라운 것은 국제안보에 대한 남한의 기여가 지금까지는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그것이 동아시아와 한반도에 어떤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보는가?
한국이 한반도 밖에서 한 일들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동아시아에는 어떠한 변화도 초래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나는 한국이 이렇게 세계 안보 유지에 참여하는 것이 동아시아의 안보지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남북관계에서 부정적 요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예전에 남한의 해적 퇴치 노력에 의해서 납치되었던 북한 선원들이 도움을 받은 적이 있었다. 이런 사례를 보면, 아마 몇몇 사람들은 오히려 한국의 이러한 변화가 남북관계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것이 남북관계나 동아시아 정세와는 큰 연관성이 없다고 생각한다. 결국 이는 한국의 세계 안보지형 참여에 관한 시각이 더 넓어졌음을 의미하는 것이고, 이는 사실 북한과는 크게 결부되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2010년 천안함의 침몰 때문에 한국 정부와 해군이 한반도 안보에 더 많은 신경을 쓸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렇지 않았다. 한국 해군은 천안함 침몰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한반도 안과 밖 양쪽으로 안보에 관한 노력을 해왔다.
아마 북한 문제와 관련이 있어 보이는 측면은 남한이 핵확산방지조약(NPT)을 촉진하는데 큰 관심이 있다는 것일 것이다. 그리고 이는 주요 원전 수출국으로서 한국의 역할에 의해 촉진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원전을 외국에 더 많이 수출하고자 하고 이를 위해 핵확산방지조약을 더 고수하고 이를 북한에 압박하는 선택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북한은 남한의 원전 정책을 보면서 '한국도 하는데 우리는 왜 안 되느냐'라고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
흔히 말하는 이중 잣대를 말하는 것 같다. 핵문제에 있어서 남북한 사이의 차이는 무엇이고 핵문제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북한은 이미 그런 식의 주장, 즉 미국이 이중잣대를 적용하고 있다는 주장을 많이 해왔다. 남한은 1990년대 한반도에너지협력기구(KEDO) 프로젝트 당시 북한에 원자력 발전소를 지어줄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한편 북한은 핵무기를 만들기에 충분한 핵물질을 보유할 능력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남한이 핵무장에서 북한과 균형을 맞추려고 시도했던 것 같지는 않다. 그러니까 남한과 북한, 둘 사이의 차이는 북한의 관심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국제규범의 밖에서 핵 활동을 하는 데 있었는데, 남한은 핵무기 개발의 목적 없이 IAEA와 국제규범에 부응하며 핵에너지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것이다. 한쪽은 국제사회의 규범 외부에서, 또 다른 한쪽은 내부에서 추구되었다는 것이 기본적으로 다르다고 본다.
부침이 있었지만 북한의 비핵화는 현재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보나? 실패의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북한의 핵문제를 어떻게 처리해나갈 것인지는 매우 복잡한 문제다. 우리는 북한에 핵시설을 건설하면 안 된다고 압박해 왔지만 그들을 멈추게 하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다. 이 실패는 두 가지 이슈와 관련되어 있다. 하나는 그들이 핵 개발에 있어서 대단한 지속성(persistence)과 의지를 보여줬다는 것이다. 그것을 인내심(perseverance)이라고 하든, 완강함(stubbornness)이라고 하든 상관없다. 북한은 끊임없이 핵개발을 하고자 노력해왔다.
두 번째는 북한이 가진 중요한 안보상의 동기가 있다는 것이다. 그들이 핵능력을 추구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것이 남한과 미국의 공격에 잠재적으로 효과적인 억지 수단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것이 아마 핵 프로그램을 발전시키려는 북한의 고집과 의지를 강화시켰을 것이다. 적대적인 관계가 계속될수록 북핵 위기는 강해질 것이다.
그렇다면 6자회담이 북한의 비핵화에 효과적인 방법이라 보는가?
6자회담이 효과적이기 위한 전제조건은 북한이 비핵화의 길로 복귀할 의사를 가져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2005년까지는 그 경로에 있었다. 공동성명에서 그들은 핵 프로그램을 포기할 것이라 말했다. 그러나 2008년 말부터 그들은 대화에 참여하려 하지 않고 있다.
노무현에서 이명박으로의 한국 정권의 변화가 이런 변화를 초래했다고 생각하는가? 혹은 다른 변수가 있었다고 생각하는가?
잘 모르겠다. 매우 흥미로운 질문이다. 그 이슈에 관해서 나는 보통 김정일의 건강문제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정책결정자들과 많은 대화를 해보아야 한다. 내 생각에 남북관계의 결정적인 악화나 반전은 2009년 초까지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배경으로서는 떠오르고 있었다. 이명박 정부 초기에 북한은 남북관계 발전의 문을 닫지 않고 있었다. 2008년 초에 인도주의적 지원 문제로 악화되긴 했다. 하지만 다시 그때로 돌아가 복기해보아야겠다. 매우 흥미로운 질문이다. 나 또한 앞으로 변수로서 한국 정권의 변화를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어쨌든 6자회담은 북한의 비핵화에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아니다. 하지만 6자회담은 계속 유지되어야 하는 틀이다. 6자회담은 북한이 실제로 핵무기를 포기하기로 동의한 기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6자회담을 대안적인 관점에서 발전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2007년과 2008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보면, 6자회담 틀은 '추인'의 기제였고 실제로는 미국과 북한의 회담에 의해 주도되었다. 비핵화가 진전되려면 6자회담에서도 북·미 관계가 중요하다. 어느 시점에 6자회담은 북·미 접촉을 도울 수 있고 다른 국가들도 그 과정에서 또한 이행당사자이기 때문에 일종의 '우산'을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이 정말로 대화를 하고자 하는 상대는 미국이다. 중국은 독자적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왔고, 한국 정부 또한 아직까지는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해왔다. 따라서 6자회담은 여전히 성공 가능한 틀이다. 6자회담은 충분조건은 아니지만, 분명히 필요조건으로서 충족되어야 한다. 그리고 부족한 충분조건은 북·미 간의 양자 접촉을 통해서 보완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 지난 2008년 12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6자회담 ⓒ연합뉴스 |
북한의 과거 행태와 북한과 주변국들의 권력교체를 고려했을 때, 북한에 대한 효율적인 전략은 무엇이어야 한다고 보는가?
북한은 역사적으로 국제적 분열을 자신의 이익을 관철하는 수단으로 이용해왔다. 과거에는 소련과 중국의 사이에서 그러했다. 오늘날에도 북한은 미국과 중국 사이, 그리고 남한과 중국 사이의 명백한 대립을 이용하는데 관심이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 북한을 상대하는 것은 보다 효과적인 외부적인 조율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만만치 않은 일이다. 하지만 북한이 포위된 것처럼 느끼게 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한국 정부 또한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이를 원치 않을 것이다. 대북 전략에 있어서 북한에 출구가 있다는 점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나는 다른 국가들이 북한이 변화하게끔 유인을 제공하고, 북한뿐 아니라 북한의 주변국들에 이득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조금씩 북한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즉, 윈윈(win-win)이 되는 방향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그런 방향성을 형성한다면 북한의 새로운 지도자인 김정은이 미국과 대화를 할 것으로 생각하는가?
아마 그럴 것이다.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를 발전시키고 싶어하지만 그들은 또한 불편함을 드러냈고 주도권이 미국에 있다는 느낌을 명백하게 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가 봤을 때 주도권은 분명 북한에 있다. 그런데 그들은 주도권이 우리 쪽으로 넘어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적절한 해결책을 찾는 것이 난망하다. 김정은이 미국과 대화하길 원하고 정상 차원에서 보다 긍정적인 교류가 있을 것이라고 상상할 수 있는가? 그런 가능성을 배제해선 안 되지만 이 시점에 미국의 입장에서 북한에 대한 불신의 골은 상당히 깊기 때문에 북한이 내부적으로 개혁에 착수하는지가 일종의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다. 미국은 김정은이 북한 주민들을 위해 이전과는 다른 리더십을 보여주길 원한다.
미국이 지금 북한에 관여하는 데 있어서의 장애물은 현실정치이기도 하지만 도덕적 이슈이기도 하다. 북한의 통치는 너무나 형편없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이 변화하길 기대하고 있다. 국가가 모든 것을 통제하지 않고 개인의 삶이 경제적으로 보다 향상될 수 있도록 개혁하는 것이 그 변화에 포함된다. 또한 그것은 정치적 변화를 동반해야 한다. 그것이 첫 번째 단계이다. 미국과 중국은 체제의 큰 차이가 있었지만 관계를 정상화했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북한이 체제의 변화 없이 미국과 외교관계를 정상화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흔히 북한이 문제아처럼 행동한다고 한다. 끊임없이 도발한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북한이 이렇게 나오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또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전략상 도발할 유인이 있기 때문에 북한이 문제아가 되는 것 같다. 하지만 북한 체제가 정치적 통제를 유지하기 위해서 세계를 적대시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들은 적대적인 환경을 불평한다. 하지만 그들은 적대적인 환경을 필요로 한다. 그들은 단지 당당한 태도로 누군가에게 걸어가서 "넌 나를 좋아하지 않아, 저리 꺼져!"라고 말한 뒤, 그 누군가를 한 대 때리는 것과 비슷하다. 그럼 당연히 그 누군가는 "제길, 난 너를 좋아하지 않아. 날 때렸잖아"라고 말할 것이다. 그래서 이는 매우 상대하기 어려운 전략이다. 이런 종류의 상호작용이 매우 거북하기 때문에 미국은 이런 방식을 바꾸고 싶어한다. 우리는 다른 방식으로 하길 원한다. 북한의 도발이 멈추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도 당신과 비슷한 그런 생각을 정책에 반영할 것이라 생각하는가?
미국 정부는 이미 북한에 대한 신뢰를 수 차례 잃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조치를 취하기 어려울 것이다. 북한이 미사일을 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가 곧바로 미국의 뒤통수를 친 2.29 합의가 좋은 사례다. 당신이 한 대 맞으면 관계를 개선하기가 어렵고 다른 사람들이 첫 조치를 밟기도 어려워진다. 북한은 "우리는 작고 당신은 크다. 그래서 당신이 먼저 답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북한은 지속적으로 도발을 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를 해결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분명히 해결해야 하는 문제인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북한으로 하여금 어떻게 평화를 추구할 수 있게 하겠는가? 무엇이 유인이 될 수 있겠는가?
이것은 매우 중요한 질문이다. 그들이 평화를 원하지만 실제로 그것을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 주된 논란거리이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그들은 평화체제에 대해 말하자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평화를 위한 조건을 먼저 만들고 나서 그것을 추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평화를 먼저 선언하면 상황이 바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미국과의 평화에 관해 대화하고 싶어하지만 서로 총구를 겨누고 있는 남한과 북한이 평화를 유지하지 않으면 평화는 정착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남북관계가 그런 이슈들을 다룰 수 있는 지점이고, 미국은 이를 지원할 수 있다. 남북관계에서 기존 자세의 변화가 평화에 필요한 조건들을 만들 것이다.
평화를 위한 환경구축에 관한 구체적인 아이디어는 있는가? 한국에서는 정전체제를 평화협정체제로 전환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 점에 대해선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북한이 지금까지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은 그다지 실용적이지 않았다. 최근에는 평화협정체제 등에 관한 진지한 고민이 있지 않았다. 그저 예전에 북한이 양 쪽이 무기와 병력을 상호감축하자는 식으로 오래전에 제안했던 것 같은 이야기들이 아직까지도 나오고 있는 것이다. 아직도 이런 오래된 이야기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러한 접근은 실용적인 접근도 아니었고, 실제로 상호적이지도 않았다.
어쨌든 평화협정 논의가 있으려면 상호성이 필수적이다. 양쪽이 조심할 수 있게 기본적으로 신뢰구축조치(CBM)에 기초한 접근이 필요하다. 그것은 상향식 체제에서나 가능한 일이지만 북한은 하향식 체제이다. 그래서 북한의 경우 지도자부터 무언가 선언하기를 바란다. 만약 지도자가 동의한다면 무엇이라도 가능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변화시키는 것은 매우 어렵다. 따라서 앞으로 다양한 논의를 해보아야 할 것이다.
북한에서는 김정은이, 중국에서는 시진핑(習近平)이 새로운 지도자가 되었다. 북·중 관계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가? 이전과 어떻게 다를까?
지금 당장은 중국이 북한을 꽉 붙들어 매고 있다. 아마 중국이 싫어하는 행동을 북한이 하지 못하도록 막으려는 시도인 것 같은데, 그다지 효과적이지는 않았다. 북한의 모든 주변국 중에서 중국이 지난 10년간 정책을 가장 빈번히 바꾼 나라이다. 중국은 북한이 2006년 핵실험을 할 때까지 경제적 유인을 통해 북한에 관여하려 했다. 그리고 첫 핵실험부터 두 번째 핵실험 사이, 즉 2006년부터 2009년 사이에 중국은 발을 뺐다. 2009년에는 다시 북한을 껴안았다. 하지만 내게 남는 질문은 '북한이 다시 극적인 방식으로 도발한다면 중국이 정책을 또 바꿀 것인가'이다. 중국이 전술적으로 가장 변화무쌍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일관적이지 않았고, 현시점에서 어떤 방식으로 북한을 대할 것인가는 예측하기 매우 어려울 것 같다.
▲ 김정은(왼쪽)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시진핑(오른쪽) 중국 공산당 총서기 ⓒAP=연합뉴스 |
오바마는 재선 직후인 11월 19일에 버마(미얀마)를 방문해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평화를 선택한다면 미국은 도울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러한 오바마의 연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에 손짓을 보내고 북한이 세계의 한 부분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려고 한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변화하고 국제사회에 합류할 것인지는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과정일 것이다. 오바마가 그 과정을 지원하고 손을 뻗길 원한다는 것을 확실히 했지만, 양쪽 모두의 행동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핵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북한이 당장 핵을 실제로 포기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더라도, 북한이 핵문제 해결을 향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오바마의 연설이 관계를 덜 적대적인 쪽으로 변화시키겠다는 의지의 표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협조가 필요하다. 결국 북한에 변화의 의지를 드러내라고 요구한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은 변화하고 있다고 보는가?
내부적으로 변화하는 분위기가 있지만 그것은 주변부에 국한되어 있다. 김정은은 2012년 4월 15일 태양절 연설에서 인민의 경제상황을 발전시킬 필요성에 대해 긍정적인 언급을 했다. 하지만 북한이 효과적으로 경제 문제들을 다루기 위해 정책을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믿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북한은 체제를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중앙 계획경제를 포기하고 주민들이 더 많은 경제적 역할을 할 수 있게 권리를 부여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정치적 의사표현에 관해 더 많은 독립성과 자율성을 증진해야 한다. 우리는 그것을 보길 원한다. 체제로서의 북한이 그런 조치를 취하길 원한다는 조짐을 보인 적은 없다. 현 체제에서 생산성을 증가시킬 수 있는 특정 정책들을 손보려 했지만 현 체제는 이미 파산선고를 받았다. 이미 실패했다. 중앙정부가 주민들에게 경제 활동에 참여할 권리를 이양하는 조치야말로 우리가 변화의 증거로 볼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이 정말 북한을 세계 속에 발을 들여놓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아마 북한이 그렇게 하도록 중국이 도울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 중국이 했던 방식을 북한이 따라갈 수 있을 것이고 중국 또한 그것을 원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들은 '안정 대 개혁'의 역설에 사로잡혀 있다. 북한이 개혁을 원하더라도 최우선은 바로 안정이라는 것이다. 개혁은 불안정의 씨앗을 내포하고 있으므로 본질적으로 위험하다. 중국이 북한을 개혁의 방향으로 이끌어가려 하다가도 불안정의 징후를 발견한다면 중국은 다시 후퇴할 것이다. 그것이 중국의 협조를 기대하는 방법이 가지는 문제점이다.
중국과 미국 관계는 어떻다고 보는가?
지금 당장은 복잡하다. 물론 지금 이 시점에서는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정책에 대한 염려가 크다. 솔직히 말해서 중국은 미국과 공조를 강화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러한 공조는 한반도 문제 등을 통해 가능할 것이다. 반면에 중국의 새로운 지도부는 미국과의 관계에 있어서 오히려 한 단계 물러날 수도 있다. 중국은 새로운 지도부가 구성되었고 그들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상하기는 어렵다. 물론 대체적으로는 미국과의 관계를 안정시키려 할 것이다. 미국과 중국은 모두 미·중 관계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예측하지 못한 일이나 충돌이 발생할 수 있고, 이는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 또한 우리는 중국과 여러 이슈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오바마 2기 행정부가 아시아에 조금 더 집중할 거라는 예측이 많은데, 동아시아나 한반도가 정책의 중점일지, 남중국해 등 동남아 쪽이 포커스일지?
답하기 어렵다. 누가 정책을 담당할지 아직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원론적으로 오바마 정부는 아시아에 대폭 관여하고 우선순위를 부여하는 재균형(rebalance)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시아에 우선순위를 둔다는 것이 북한문제를 우선시한다는 뜻은 아니다. 사실 오바마 정부는 북한이 해결을 원하지 않는다면 북한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다. 북한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지 않는다면 오바마 정부도 그다지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 것이다. 북한 측에서 변화를 향한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
마지막 질문이다. 미국이 한반도 통일도 바란다고 생각하나?
2009년 6월의 한미 공동성명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기초한 한반도의 통일에 대한 미국의 공식입장을 포함하고 있다. 그것이 미국이 수용할 수 있는 비전이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그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 과연 많은 일을 하려 할지는 명확하지 않다. 결국 한반도의 통일에 있어서는 한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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