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소위 '장자연 리스트' 수사에서 발을 빼는 모양새다.
탤런트 고 장자연 씨가 자살 전에 남긴 문건에 언론·연예계, 재계 유력 인사들이 술·성 접대 대상으로 거론되어 논란을 일으키고 있으나 경찰은 '리스트' 유무를 두고 '말장난'에 가까운 번복만 거듭하며 수사 촉구 여론을 회피하고 있다.
"리스트와 '관계자 실명'은 별개"?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 성남분당경찰서의 오지용 형사과장은 19일 오전 브리핑에서 "(장자연) 리스트는 없다"고 밝혔다. 지난 15일 "(장자연 씨가 남긴 문건에) 소속사로부터 폭행을 당했으며, 성 상납과 술 접대를 강요받았다는 내용과 접대 받은 인물의 실명이 거론돼 있다"고 발표한 내용을 뒤집은 것.
오지용 과장은 "전 매니저인 유모 씨 진술에 따르면 문건은 총 7장으로 되어 있는데 KBS로부터 제출받은 4장에는 리스트가 없었다"며 "나머지 3장 중에 (리스트) 내용이 있을 수 있겠지만 현재 우리에게는 (리스트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확보하고 있는 문건에 당시 상황을 묘사한 내용과 실명이 적혀있는 것과 관련해선 "문건에는 일부 관계자가 나와 있으나 리스트가 아닌 다른 것으로 판단했다"며 "당초 리스트가 있다고 이야기한 것은 관계자 및 추정 가능한 이름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경찰은 문건에 실명으로 거론된 인물들과 성상납 의혹 수사대상인 '리스트'는 별개라고 접근하고 있는 셈. 경찰은 이미 16일 "문건에 언급돼 있는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관련 수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착수할 것"이라며 성 상납 대상자들에 대한 수사를 뒤로 미뤄놓은 상태.
게다가 경찰은 19일 "확보하지 않은 3장 중에 소위 리스트라는 것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으나 장 씨가 자필로 쓴 이 문건에 별도로 성 상납 대상자 이름과 혐의가 나열된 '리스트'가 있을지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경찰은 17일에도 '확보한 증거 중 폭행, 범죄 행위, 성 상납 관련 정황이 드러난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압수물 중에는 현재까지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결국 경찰이 재계, 언론계 유력인사를 공식적인 수사 대상에 올리는데 따른 부담에 수사를 회피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성 상납 혐의가 제기된 일부 유력인사 측에서 경찰에 압력을 가한 것 아니냐는 외압 의혹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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