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투위는 17일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사 앞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진실화해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우선 국가를 상대로 손해 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가 지난해 10월 21일 국가와 동아일보에 대해 "해직된 언론인들에게 사과하고 피해자들의 명예 회복과 피해 회복을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데 따른 것.
정동익 동아투위 위원장은 "총 113명의 회원 가운데 102명이 소송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상태"라며 "인혁당 사건도 진실화해위원회의 배상 결정 이후 법원에서 배상결정을 내린 것처럼 우리도 승소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동아투위는 4월 중 법원에 소장을 제출할 예정이며 동아일보에 대해서는 별도의 논의를 통해 대응 방법을 결정하기로 했다.
그는 "동아일보에서 해직된 지 34년이나 지나도 여전히 언론 자유를 걱정해야하고 이명박 정부는 언론 악법 처리를 벼르는 상황에서 노병들도 다시 언론자유 수호투쟁의 전선에 투입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동아투위는 소송 결과를 낙관하고 있다. 소송에서 이겨서 더이상 정권에 해직되는 불행한 언론인들이 더이상 생기지 않도록 마무리짓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소속 해직 기자들이 동아일보사 앞에서 '국가 상대 손해 배상 청구 소송' 기자 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프레시안 |
"동아일보 후배들이여, 무슨 일을 하고 있는가"
이들은 성명에서 동아일보의 후배 언론인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동아일보는 1970년대 후반에는 '긴급조치'가 무서워 입을 다물고, 1980년대에는 신군부의 총칼 아래서 아부를 하고, 1990년대에는 '조·중·동'의 말석에서 상업적 경쟁에 몰두하다 2000년 들어 보수 세력이 '잃어버린 10년'을 되찾는데 첨병이 됐다"며 "동아일보사가 한나라당의 기관지 같은 신문을 만들고 있는데 당신들은 회사 안에서 무슨 일을 했느냐"고 질타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고문을 맡고 있는 함세웅 신부도 <동아일보>에 날카로운 충고를 했다. 그는 "얼마전 <동아일보>를 비롯한 모든 언론들이 김수현 추기경을 예찬했다. 그런데 김수환 추기경께서 동아투위 해직기자들을 만나 '여러분이 바로 예수다. 제가 여러분을 예수처럼 존경한다'고 말한 것은 알고 있는가"라고 물었다. 그는 "스스로 예찬한 김수환 추기경이 선배 해직기자들을 '예수'라고 받드신 정신을 다시 새기길 바란다"고 했다.
언론노조 최상재 위원장은 "정부와 한국을 대표한다는 동아일보 사주는 왜 부끄러운 역사를 34년이나 끌고가느냐"고 질타했다. 최 위원장은 "기자들에게 행한 부당한 압력을 응당 사과·배상하고 진정한 화합의 길을 갈 것을 촉구한다"며 "정론직필의 펜이 꺾이는데 항거한 30대 청년 기자들의 열망과 자부심이 여기에 있다. 언론노조도 승리하는 그날까지 함께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 회견에 참석한 이해동 목사는 "34년간 이 동아일보사 앞을 지날 때마다 생각나는 일이 있다"며 옛기억을 더듬었다. 그는 "당시 '백지 광고' 운동이 한창이던 당시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조사 받고 풀려나와 부끄러운 일을 하기 위해 동아일보 사옥을 찾은 일이 있었다"며 "동아투위가 결성되기 하루나 이틀 전인데 사옥 앞에 출근투쟁을 벌이고 있는 동아투위 동지들 앞을 지나 '노동자대회는 사정상 열리지 않는다'는 딱 하나의 광고를 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동아투위 동지들이 머리가 백발이 됐다. 34년간 생계와 자녀교육의 고통속에서도 초심 잃지 않고 투쟁해온 것에 경의를 표한다"면서 "동아투위의 싸움은 끈질긴 투쟁이 될 수밖에 없음을 나이 일흔이 되어 깨닫는다. 자유는 쟁취하는 것이고 또한 지켜야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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