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투표는 이뤄지지 않았다. 10일 저녁 열린 토론회에서 조합원의 반대와 비판이 거셌기 때문이다. 노중일 지부장은 "조합원들에게 혼났다"면서 "토론회에서 '차용규 퇴진 투쟁'을 계속해나가라는 조합원의 총의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OBS 노조로서는 차용규 사장에 대한 반대 투쟁에 나서기 전 한차례 홍역을 겪은 셈이다. 그간 OBS 내부에는 iTV 정파 이후 3년 여간의 기간 동안 벌여온 투쟁이 남긴 피로감, 경인 지역의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공익적 민영방송'을 모토로 내걸고 출발했지만 '역외 재전송'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으면서 경영 악화 등으로 이어진 데 대한 '실망감'이 있었다. 노중일 지부장의 다소 무모하다 싶은 '사직 결의'는 이러한 분위기를 겨냥한 셈.
실제 투표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OBS 노조는 "차용규 퇴진 투쟁에 나서겠다"고 뜻을 모았다. 그러나 OBS 노조가 전면적인 퇴진 투쟁에 나설 것인지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한 상태다. 노 지부장은 "우리 조직이 탈바꿈해 건강한 조직이 되도록 하는 싸움을 하면서 함께 '차용규 퇴진 투쟁'을 진행해 나갈 것"이라며 "조바심 내지않고 장기전을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노중일 위원장과의 전화 인터뷰 내용.
▲ 노중일 OBS 지부장. ⓒPD저널 |
노중일 : 사실 굉장히 혼났다. '위원장 혼자 다 짊어지고 갈 생각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다수였다. 위원장으로 선출한 것 자체가 투표로 힘을 실어준 것이니 차용규 퇴진 투쟁을 힘차게 전개하라는 주문이 많았다. 거의 조합원 난상토론으로 이뤄졌는데 근래 보기 어려운 뜨거운 분위기었다.
앞으로 조바심을 내지 말고 위원장에 출마할 때 약속했던 것처럼 우리 조직이 탈바꿈해 건강한 조직이 되도록 하는 싸움을 하며서 차용규 퇴진 싸움을 병행해나갈 것을 약속드렸고 조합원들은 박수로 마무리했다.
프레시안 : 조합원들도 노 위원장이 "회사를 떠나겠다"며 '사직'을 내건 것에 당황스러웠을 것 같다. '사직'이라는 배수의 진을 친 까닭은?
노중일 : 사실 OBS 희망조합원들은 두려움이 많다. 3년간의 실직 기간 동안 이미 투쟁을 해봤기 때문에 막상 투쟁에 들어가면 얼마나 힘든 과정이 펼쳐질지 잘 알고 있다. '차용규는 퇴진해야한다'는 주장에는 찬동하지만 현실을 고민하는 것이다. 또 집행부는 단순한 '동력'의 문제가 아니라 OBS에 대한 애정의 문제가 아닌가 라는 생각도 많이 했다.
그러나 토론회에서 조합원들은 '걱정하지 말고 힘내어 투쟁에 나서달라'고 촉구해 아직 집행부가 단견이고 많이 부족한 것을 때닫고 반성도 많이 했다. 한순간에 확 분위기가 올라오지는 않겠지만 차용규 씨가 OBS를 이끌만한 인물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회사 내에서 확고한 여론으로 자리를 잡은 상태이기 때문에 동력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조합은 총의에 따라 움직이는 것 아닌가.
프레시안 : 사실 OBS 희망조합은 대주주인 백성학 영안모자 회장을 비롯해 OBS 이사회가 차용규 사퇴를 결정할수 있다는 기대가 컸는데 반대로 나왔다. 이사회에 대한 생각은?
노중일 : 이사회는 결의문에서 '차용규 사장 선임은 합법'이라고 하는데 날치기도 합법이라고 하면 합법이 아닌가. 차용규 씨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했고 이사회의 결의가 가장 손쉬운 방법임에도 이뤄지지 않은 점은 매우 아쉽다. 그러나 사실 뒤집어보면 '합법 재확인'이라는 말처럼 우스운 것도 없다. 이사회 역시 합법을 재확인할 만큼 정당성의 부족을 느꼈기 때문에 급히 임시 이사회까지 열어 결의문을 채택한 것 아닌가.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회사가 급하긴 급했나보다' 등의 이야기도 나온다.
대주주로서 백성학 회장은 나름의 합리적 프로세스를 채택했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이번 사태에서 백 회장이 '공익적 민영방송'을 약속했다는 사실이 다시 부각되는 것을 보며 느끼는 것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본인이 당초 사회나 국민들에게 약속했던 것을 지키지못했다는 비판을 계속 받게 될 것이라는 점도 알아야한다.
프레시안 : 차용규 사장이 자진 사퇴하는 것만이 답인가?
노중일 : 그렇다. 본인도 굉장히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사실 이번 투쟁 과정에서 '차용규 검증 토론회' 등도 열리면서 무능, 성희롱 의혹 등 상당히 많은 것들이 드러나지 않았나. 사실 노조는 더 심각한 사실도 확보하고 있으나 노조나 창준위가 이야기하기엔 민망한 것이라 공개하지 않은 것도 있다. 본인이 살아온 삶을 사회적으로 의미있게 정의내리고 싶다면 자진 사퇴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다.
프레시안 : OBS경인TV 창립 이후 창준위와의 거리가 소원해졌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번 사태를 거치며 지역사회와의 관계가 복원될 수 있을까?
노중일 : 차용규 사장 퇴진 투쟁 과정에서 창준위가 적극적으로 결합했다.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도 다양한 활동을 같이 하게 될 것이다. 언론노조 파업 등이 겹쳐서 아직 못했는데 이번 달 내에 11기 집행부 출정식을 준비하면서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차용규 퇴진 의지를 다지는 자리를 만들려 한다.
1400만 명 시청자가 힘을 모으고 400여 개 시민·사회단체가 결합해 탄생한 OBS는 태생부터 남다르다고 생각한다. 건강성이 확보되어있는 방송사다. '공익적 민영방송'의 핵심인 '소유와 경영의 분리'의 싹을 유지하는 것은 한국 방송 전체의 건강성을 유지하는 데에도 중요한 시금석이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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