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관 전국언론노조 기독교방송(CBS) 지부장은 27일 서울 목동 CBS 사옥 1층 로비에서 열린 파업 출정식에서 "CBS 노조 240여 조합원, 수는 적다. 그러나 불의한 모습에 나서지 않을 수 없다. 선한 싸움에 나설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방송을 사랑합니다. 대한민국 사랑합니다. MB악법 꼭 막아내겠습니다"라는 구호도 외쳤다.
CBS 노조가 한나라당의 언론 관계법 기습 상정에 반대하며 언론악법 저지 전면 제작거부 총파업에 들어갔다. 전국언론노조가 26일 오전 6시를 기점으로 총파업 돌입을 선언했지만 사실상 전면 총파업에 돌입한 지부는 MBC 뿐이었던 상황. 그러나 CBS지부도 전면 총파업에 나서면서 파업 전선이 확대됐다.
CBS노조는 지난해 12월 30일에도 언론악법에 반대하며 이틀 간 전면 파업에 돌입했으며 지난 2000년에는 권호경 전 CBS 사장의 퇴진과 재단법인의 개혁을 요구하며 9개월 간 파업을 벌여 방송계 최장기 파업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3월 2일은 봄개편 날이지만…의로운 싸움"
이날 출정식에 참석한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은 "국회가 또 긴박한 상황에 처했다. 김형오 국회의장이 일방적으로 본회의를 취소하고 경찰을 동원해 야당과 시민사회의 간담회를 가로막았다"며 "이는 막장국회를 만들겠다는 것이며 명백한 일당 독재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 위원장은 "우리가 지금 이 법을 막지 못하면 이를 되돌리는데에는 시민들의 몸에서 엄청난 피땀이 흘러나와야 한다"며 "마지막 순간까지 싸우자. 만약 3월 2일 한나라당이 직권상정을 강행해도 우리의 투쟁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정권 퇴진 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그는 "CBS노조가 앞장선다면 결코 지지 않는다. 우리 사회의 소금이 되달라"고 했다.
▲ CBS 사옥 1층에서 열린 CBS 노동조합 총파업 출정식에서 조합원들이 "한나라당은 해체하라" 구호를 외치고 있다. ⓒ언론노보 |
연대 발언에 나선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이미 민주노총의 절반이 무너졌고 시민사회의 대부분도 무너진 상황"이라면서 "MB악법에 맞서 조직된 유일한 곳은 언론 노동자밖에 없다. 그중 MBC가 외롭게 일어섰고 이제 CBS가 동참했다. 작은 촛불들이 모여 광야를 불태웠듯 이 작은 깃발들이 모여 활활 타오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출정식에서는 CBS의 부위원장들이 나와 잇달아 결의발언을 했다. 이광호 편성국 부위원장은 "3월 2일은 봄 개편일이고 방송국에서 개편일은 새 프로그램을 내놓는 잔치날인데 파업에 돌입하게 되어 마음이 복잡했다"면서 "그러나 힘들면 지난번 노동자 대투쟁때만큼 힘들겠나 생각이 들었다. 열심히 싸우면 악법 통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선태헌 PD는 "가수 하덕규 씨의 노래에 가장 아름다운 풍경은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이라는 말이 있다"며 "우리가 제자리가 아닌 로비와 아스팔트에 나와 앉아있는 것은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어떤 것의 자리를 찾기 위해서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의를 위하여 핍박받는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바로 그들의 것이다"라는 성경 구절을 인용하기도 했다. .
"CBS 기반 지키기, 노사가 따로 없다"
CBS 노조는 이날 발표한 파업 출정 선언문에서 "CBS가 지금까지 지켜온 가치와 앞으로 이뤄나갈 비전, 나아가 CBS의 경제적 존립 기반까지 그야말로 CBS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송두리째 파괴하는 이 정권에 맞서기 위해 처절한 투쟁을 시작한다"고 했다.
이들은 "이명박 정권은 이번 언론노조의 총파업을 또다시 '불법 정치 투쟁'으로 탄압하러 들 것이나 이번 CBS 노조의 파업 투쟁은 CBS 노동자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투쟁이며 약육강식의 친자본적 방송 환경 속에서 포기되기 쉬운 독립 언론, 공정방송을 지키기 위한 투쟁으로서 정당하고도 합법적인 이유를 가지고 있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사측에 대해서도 "재벌과 수구족벌신문에게 방송을 내어줄 경우 이들에게 광고를 몰아주기 위해 서둘러 광고 시장을 전면 자유화하게 되고 결국 CBS를 비롯한 종교방송과 지역방송의 광고는 더욱 신속하게 재벌방송과 조중동 방송으로 흘러가 CBS의 존립기반 자체가 무너질 것"이라며 파업을 방해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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