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홍보 영상'에 '민망한 나레이션'
<시사기획 쌈>의 이날 프로그램은 거의 대부분 이명박 대통령의 현장 방문이나 라디오 연설, 국정 연설 등 청와대 홍보 자료를 방불케 하는 영상으로 채워졌다.
영상에 덧붙여진 나레이션은 듣기에 민망한 수준. "집권 2년차를 맞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길은 바쁘게 현장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예전과는 달리 확신에 차 있습니다", "한나라당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나서서 당내 결속을 하지만 당내 결속은 두고 볼 일입니다", "시간은 넉넉치 않지만 피부에 닿는 성과물을 내놓아야 하는 필요와 책임감이 있습니다" 등이다. 또 이러한 멘트 뒤에는 바로 이명박 대통령의 연설이나 현장 발언 등이 덧붙여져 효과를 증폭시켰다.
또 <시사기획 쌈>은 이명박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는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대신 이 대통령을 지지하는 보수단체, 소망교회, 대통령을위한기도시민연대와 같은 보수 기독교 단체를 찾아가 이 대통령을 적극 지지하는 이유를 물었다.
이 프로그램은 "행동하는 보수단체가 온몸을 던져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앞으로 남은 임기동안 대통령에게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반핵반김국민협의회의 박찬성 대표를 인터뷰했다.
또 지난 22일 소망교회 주말 예배에서 "이명박 대통령 장로님을 민족의 지도자로 세우신 아버지. 장로님을 지켜주시고 지혜와 명철로 인도하여 주시옵소서"라는 기도문을 자막까지 넣어 소개하는가 하면 "MB님 힘내세요. 할렐루야"를 외치는 한 보수 기독교 단체의 구호를 자세히 전했다. 이어 나레이션으로 "이들의 기도회는 국가 권력은 하나님으로부터 나온다는 믿음과 지지가 담겨져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 KBS <시사기획 쌈> 24일자 방영 화면 "대통령 취임 1년-남은 4년의 길' 화면. ⓒ한국방송공사 |
반면 지난 1년간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촛불 집회, 용산 참사 등은 프로그램 첫 부분에 이명박 정부의 '소통 부재'를 위한 사례로 간단히 지적됐고, 이마저도 뒤이어 한미 쇠고기 협상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 연설을 붙여 시민사회의 문제제기보다 대통령의 사과에 중점을 뒀다.
또 용산 참사에서의 경찰의 과잉 진압 문제, 이명박 정부의 재개발 정책 문제, 국민의 건강권을 도외시한 한미 쇠고기 협상의 문제 등 이명박 정부의 정책 오류를 짚는 목소리는 일절 나오지 않았다. 또 이명박 대통령이 '법과 원칙'을 강조하는 데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나 악화된 대북 관계 등에 관한 문제제기는 프로그램 후반부 10여 분 동안 간략하게 제기됐다.
"무슨 종교방송인줄 알았다"
23일 방송이 나가자마자 시청자들의 비판 글이 줄을 이었다. 한 시청자는 "오늘부터 이제 KBS를 보지않겠습니다"라는 글을 올려 "이런 방송하니까 사장 인사를 낙하산 인사라고 비판하는 것"이라며 "공영방송 KBS 쪽팔린 줄 아세요. 아무리 국민들을 멍청하다고 생각해도 이런 방송은 정말 국민 호도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다른 시청자는 "지금 방송을 보니 미디어 법을 왜 반대하는지 알 것 같다"고 했고 또 다른 시청자는 "이거 '땡전뉴스'냐. KBS가 언제부터 국영방송이 됐나. 앞으로 KBS도 조·중·동과 함께 대한민국에서 사라져야 할 언론이 됐다"고 비판했다. 한 시청자는 "너희들이 공영방송이냐, 무슨 종교방송인줄 알았다"고 비꼬기도 했다.
KBS 내부에서도 이번 방송을 두고 문제제기 하는 목소리가 높다. KBS의 한 기자는 "이런 프로그램이 데스크에서 걸러지지 않고 방송이 됐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이렇게 하기위해 이병순 사장이 탐사보도팀을 없애려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담당 팀장 "공영방송다운 중립적 프로그램"
이번 프로그램을 만든 KBS 보도제작국 권순범 탐사보도팀장은 '이명박 정부에 지나치게 우호적인 방송 아니냐'는 질문에 "국민의 방송이자 공영방송인 KBS에 맞게 중립적인 방송이었다고 자평한다"고 밝혔다.
한편 KBS 심의실에서는 이 프로그램 오프닝에서 역대 대통령의 취임 1년차 기자회견을 나열하고 이에 덧붙여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1년차 기자회견을 하지 않는 것을 대조하고 뒤이어 용산 참사 추모집회, 촛불 시위 등이 나오는 것을 보고 "너무 MB를 비판하는거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권순범 팀장은 "정치적 사안을 다루는 프로그램의 편향성이나 중립성 문제는 보는 사람들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달라지는 것 아니냐"며 "KBS 심의실에서는 오히려 '너무 MB를 비판하는거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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