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16일 "미디어 관련법의 원안을 굳이 고수할 의지가 없다"며 수정 가능성을 내비치자 민주당 등 야4당과 시민·사회단체는 "한나라당의 정치적 의도를 드러낸 오만방자한 발언"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홍 원내대표는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대기업의 지상파 20% 지분 참여가 옳은 지 중점 논의되는 걸로 알고 있다"며 "야당이 충분히 논의해준다면 한나라당은 원안을 굳이 고수할 의사가 없다"고 말했다.
이런 홍준표 대표의 발언은 "언론 관련법 처리를 2월 안에 마무리짓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애초 여야는 언론 관련법의 시한을 따로 못박지 않고 여야 협의가 아닌 '합의 처리를 위해 노력'하기로 약속했었다.
"원래 법안은 수정되는 것…한나라당 정치적 의도 드러내"
전병헌 민주당 의원은 17일 야4당과 시민·사회단체가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공동으로 주최한 '언론관계법 제·개정과 민주주의의 위기' 토론회에서 "홍준표 원내대표의 제안은 오만의 극치"라며 "의원입법은 원래 원안대로 통과되는 일이 한 번도 없다. 원래 제출되면 논의 과정에서 수정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병헌 의원은 "한나라당의 속셈은 옷을 살지도 결정하지 않았는데 매장에 가서 어떤 옷을 살지 골라보라는 제안과 같다"며 "일단 미디어법을 고칠 필요가 있는지, 어느 정도 고쳐야 하는지 국민적 합의를 통해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디어법의 해결책은 국민에게 있다"며 "정당과 학계, 언론계를 포괄하는 사회적 논의 기구를 구성해 국민적 대토론회를 거치고 그를 통해 국민적 합의를 이뤄가면 입법 전쟁을 방지하고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나라당의 원래 노림수 나오는 것"
시민·사회단체에서도 홍 원내대표의 발언을 강하게 비판했다. 최상재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홍준표 대표가 이야기한 것이 원래 정부 여당이 하려고 했던 법안의 핵심이라고 본다"며 "이 정권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수위를 올려 반대의 목소리를 무력화시키는 충격요법으로 쓰려 했으나 전국민적 반대에 부딪히면서 원래 꾸미려했던 제 모습이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최상재 위원장은 "그러나 홍 원내대표의 이야기는 수위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훨씬 더 위험한 내용을 담고 있다"며 "대기업과 조·중·동 등 신문 기업에게 종합 편성 채널을 허용하게 되면 지금의 정치적 영향력이 그대로 종편 채널에 전이되어 지상파 방송보다 더 큰 영향력을 갖게 될 것이다. 이들에게 종합 편성 채널을 허용하는 것은 지상파 방송을 허용하는 것만큼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학계에서도 한나라당의 타협안에 응해서는 안 된다는 견제의 목소리가 나왔다. . 이날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여한 이창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현재의 미디어 관계법은 대기업의 지상파 참여 비율을 얼마로 조정하든 본질은 공공 언론 영역에서 재벌의 세력 확대"라며 "이는 적당히 타협하거나 합의할 부분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창현 교수는 야4당과 시민·사회단체에게 "끝까지 막아내서 우리 사회의 공공 부분과 민주주의를 지키는데 노력을 다해주기 바란다"며 "수돗물을 넘길 수 없듯 언론도 넘길 수 없다. 왜냐면 언론은 자본과 경제세력이 만들어내는 위험요소를 관리 감독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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