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OBS는 이사회, 주주총회를 잇달아 열어 차용규 사장 선임 건을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OBS 이사회는 이날 오후 2시 회의에서 사장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한 차 후보를 1인 후보로 확정했고, 3시 주주총회에서 별다른 반대나 토의 없이 차 후보를 사장으로 결정했다.
"특보 출신 온다고 경영 상태 좋아지나"
전국언론노조 OBS 희망조합지부(지부장 김인중)는 주주총회가 열린 사옥 앞에서 "공정방송 사수", "차용규 반대"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피케팅을 벌였으나 직접 주주총회를 봉쇄하지는 않았다. YTN의 경우 조합원들이 모두 소액주주라 총회장에 입장해 발언할 권리가 있었으나 OBS 조합원들은 소액주주가 아니다.
이들은 노조위원장과 사무국장 등이 대표로 주주들에게 '주주와 이사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전달하려 했으나 사측은 노조와의 접촉 자체를 회피해 이마저도 이뤄지지 않았다. 사측은 회의장에 접근하는 모든 출입문을 잠궜으며 조합원들은 "주총장에 난입하려는 것이 아니다. 의견서만 전달케 해달라"며 문을 지키는 경비 업체 직원들과 실랑이를 벌였다.
이들은 이 글에서 "특보를 사장으로 앉혔으니 정권에서 OBS에 떡고물이라도 주지 않겠느냐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단언컨대 절대 그렇지 않다"며 "차용규 씨는 대통령의 특보라고 하기에는 낯부끄럽다. 현재 기업들의 주머니를 여는 것은 어디서 들어보지도 못한 특보의 명함이 아니라 유능한 경영 능력을 가진 인물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차용규 사장이 울산방송 대표이사를 사직하는 계기가 된 27억 원 횡령 사건을 들어 "차 씨가 유능한 경영 능력을 가진 인물인가도 회의적"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들은 "울산방송은 OBS경인TV보다 규모가 작은 방송사"라며 "그런 방송사에서 부하 직원이 약 27억 원을 횡령하기까지 아무 것도 몰랐다면 과연 그의 경영 능력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라고 비판했다.
▲ 차용규 사장 선임 반대 시위를 벌이는 OBS 조합원들. ⓒPD저널 |
▲ OBS 최대 주주인 백성학 영안 모자 사장이 OBS 조합원들 앞을 지나고 있다. ⓒ프레시안 |
김인중 위원장은 "우리는 차용규 씨를 사장으로 인정할 수 없다. 우리는 사장 선임 철회까지 싸울 것"이라며 "나부터 차용규 철회까지 천막 단식 농성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조봉규 조직국장은 "정권 한번 잘못 찍었다가 여럿 고생한다"며 "다른 방송사도 그렇고 우리는 피해가나 싶더니 결국 이런 상황이 됐다"며 "그러나 우리는 지난 3년간 싸워오며 쌓은 경험도 많고 더 조직적이고 가열차게 싸워갈 것"이라고 말했다.
OBS 사측 "낙하산이 아니라 능력보고 뽑은 것"
반면 OBS 사측은 차용규 신임 사장이 '낙하산 사장'이 아니라는 주장을 폈다. 노동조합의 시위를 지켜보던 권영만 부사장은 "차 사장을 선임한 것은 특보 출신이라서가 아니라 울산방송을 6년간 이끌어온 경력과 경험을 높이 산 것"이라며 "특보 출신 사장에 반대하는 YTN과는 상황이 다르다" 주장했다.
그는 "출발 단계의 지역 방송사를 이끌어본 경험이 OBS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노조로서는 YTN 등에서 특보 출신 사장 반대 운동이 거센 상황에서 가만히 있기 어렵겠지만 현재 OBS의 가장 큰 문제는 경영 위기 아니냐. 말하자면 불이 난 상황에서 불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소방수를 부른 것으로 봐달라" 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OBS의 최대 주주인 영안모자의 백성학 사장은 이날 주주총회에서 "회사 재정 상태가 어려워 나를 믿고 투자해준 주주들에게 미안하다"고 발언했다. 또 주철환 전 사장은 "나는 씨앗을 뿌린 역할을 했으니 이제 거름도 주고 키워주길 바란다"며 "나는 이제 학교로 돌아갈 것 같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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