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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과의 접점'을 한번 체크해보세요

예종석의 'CEO에게 보내는 편지'<6> 고객만족경영

K사장님!

이제 아침 저녁으로 찬 바람이 부는 것이 여름의 맹위도 한걸음 물러 서는 듯 합니다. 잘 지내시죠? 저는 요즘 연구년을 맞아 제 관심 분야의 한일비교 연구를 위해 일본에 체류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요즘 고이즈미의 압승으로 끝난 선거의 열기가 아직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모든 언론이 아직도 선거 후일담 보도에 상당한 시간과 지면을 할애하고 있는 실정이죠.

오늘은 제가 최근에 이곳에서 겪은 일과 함께 고객만족경영의 허와 실에 관해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우선 며칠 전 긴자의 중심가에서 겪은 낭패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도심 한복판에서 길을 찾다가 경찰초소에 들어가서 인근지역 지도를 하나 얻자고 요청을 했습니다. 제가 과거에도 여러 번 지도를 얻은 일이 있는 그 초소는 항상 도심의 지도를 쌓아놓고 관광객들에게 나누어 주거나 친절하게 길을 가르쳐 주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그랬더니 근무 중이던 젊은 경찰관 한 사람이 기분 나쁜 눈초리로 저의 아래위를 훑어보더니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묻더군요. 그래서 한국사람이라고 했더니 묘한 미소를 지으며 뜬금없이 여권을 보자더군요. 동네 지도 하나 얻자는데 왜 그러느냐고 했더니 무조건 여권을 내놓으라는 겁니다. 숙소에 놓고 왔다니까 위협적인 말투로 법규위반이라고 윽박지르면서 신분증과 숙소, 그리고 여행목적 등을 대랍니다. 그래서 영어로 답을 하니 이번에는 왜 일본말을 알면서 영어로 말하느냐고 콧방귀를 뀌면서 난리를 칩니다. 일어를 잘 모른다고 해도 들은 척도 않고 계속 범인 심문하듯 고압적으로 따지더군요.

우여곡절 끝에 신분을 밝히고 일본 공공기관의 초청으로 연구를 위해 왔다고 하니까 조금 수그러들었지만 그래도 규정위반임을 몇 번이나 강조하며 계속 죄인 다루듯 합니다. 그 경찰관의 너무나 오만불손한 태도에 심경이 편치 않던 저는 만약의 경우를 생각해서 성명을 좀 알려 달라고 했더니 그는 이름을 가르쳐 주기는 고사하고 오히려 종이와 펜을 내밀면서 절더러 이름과 소속기관을 적으라고 하더군요. 옥신각신 끝에 결국 그의 이름은 알아내지 못하고 조서에 서명하듯 저의 인적사항만 적어주고 발길을 돌리고 말았습니다.

돌아서는데 정말 만감이 교차하더군요. 아무리 양보해서 생각해봐도 그의 태도는 정도를 넘어선 것이었습니다. 설사 제가 테러용의자나 불법체류자로 보인 최악의 경우라 하더라도 말이죠. 여행을 많이 다녀봤지만 이런 경우는 단 한번도 없었는데 어쩌다 일본에 와서 이런 꼴을 당하나 싶기도 하고 일본말이라도 잘했더라면 한바탕 해 줄 텐데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습니다. 아무튼 일본에 대해 갖고 있던 약간의 호감이 일순간에 사라지더군요.

저는 그 동안 일본에 대해 과거의 역사에 근거한 감정적 편견은 갖지 않으려 애를 써 왔습니다만 이번 일로 일본인은 친절하다고 생각 해 온 평소의 제 고정관념은 상당히 영향을 받을 듯 합니다. 물론 그 젊은 경찰관 한 사람의 태도 때문에 모든 일본사람에 대한 인상이 바뀔 만큼 저의 사고가 미성숙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사람이 이런 일을 겪고 나면 그 기억이 뇌리에 자리 잡게 마련이고 그렇게 형성된 잠재의식이 추후의 사고와 행동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건 인지상정이죠.

그러나 제가 개인적인 경험을 장황하게 늘어놓는 것은 일본 이야기를 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이런 경우를 타산지석으로 삼자는 뜻에서 입니다. 이런 일은 사실 우리 기업의 현장에서도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한때 우리 기업들이 유행병처럼 앞 다투어 추진했고 지금도 진행 중인 고객만족경영도 고객과의 접점에 있는 구성원들의 사소한 실수로 소기의 목적달성은 고사하고 오히려 기업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거창한 고객서비스가 아니라 일상적으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사소한 예를 두 가지만 들어 보겠습니다. 우리 기업을 방문하다 보면 주차장에서 불쾌한 경험을 하게 되는 경우가 흔히 있습니다. 요즈음 점점 심해지고 있는 주차난 때문이겠지만 주차장 관리요원들이 방문객을 대하는 태도는 불손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일단 외부차량의 주차를 막는 것이 자신의 임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실제로 고객을 최초로 맞이하는 접점이지만 그들에게 고객만족은 중요한 관심사가 아닙니다. 그러나 고객은 그들의 응대로부터 그 회사에 대한 최초의 이미지를 갖게 되는 것입니다. 주차장에서부터 불쾌한 경험을 한 고객이 우호적인 고객이 되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기업의 전화응대는 더욱 안타까운 수준입니다. 기업에 전화를 걸어보면 전화 받는 사람이 부서와 성명을 먼저 밝히는 경우는 드뭅니다. 통화하고 싶은 사람의 부재 시에 메모를 받아 주는 경우는 더욱 드물죠. 직급이 높을수록 전화 응대는 비례해서 불친절해지는 것이 상식입니다. 전화를 걸어오는 경우에도 높은 분들은 비서를 시켜 전화를 건 뒤 상대방을 대기 시켜놓고서야 점잖게 나타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전화를 거는 쪽에서 기다리는 것이 기본적인 예의인 줄 뻔히 알면서도 말이죠.

이처럼 최고경영자의 경영철학이 실제로 대고객 서비스의 현장에서 왜곡되는 경우는 너무나 많습니다. 정부 차원에서는 한일우정의 해 임을 강조하는데 노상에서는 한국인을 괄대하는 그 일본 경찰관처럼 말이죠. 이렇게 사소한 일에서부터 무례한 경우를 당한 고객이 그 기업에 호감을 갖거나 나아가서 애정을 갖게 되지는 결코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불쾌한 경험은 그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와 불평행동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그리고 불평은 항상 빠른 속도로 확산되는 법이죠.

기네스북에 오른 전설적인 세일즈맨 죠 지라드는 그의 유명한 250명의 법칙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내가 1주일에 고객을 평균 50명 만나는데 그 중 두 명이라도 나의 태도에 불만을 갖게 된다면 그들에게 영향을 받아서 나를 손가락질 할 사람은 한달이면 2000명, 1년이면 2만4000명, 10년이면 24만 명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그는 이와는 반대로 만나는 고객마다 그의 서비스에 만족하게 해서 결국 세계 최고의 판매왕이 되었습니다.

이렇듯 고객 접점에서의 서비스는 기업의 운명을 좌우하기도 하는 것입니다. 최고경영자의 의지가 조직의 구석구석에서 살아 숨쉬게 하는 것이야말로 고객만족경영의 핵심이며 CEO의 사명이 아닐까요.

추신: 지금이라도 사장님 회사의 주차장 관리와 전화 응대를 한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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