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20일 오전, 당시의 진압 상황과 지금까지 밝혀진 사상자를 공식 발표하겠다며 기자 브리핑을 자처했다. 그러나 백동산 용산경찰서장은 "이유를 불문하고 본의 아니게 유명을 달리하신 모든 분들께 심심한 애도를 표하며 고개 숙여 명복을 빈다"면서도 경찰의 강제 진압을 정당화하고 화재 원인을 철거민에게 돌렸을 뿐만 아니라 "최종 책임자가 누구냐"는 질문에도 답을 하지 않고 자리를 피했다.
백동산 용산경찰서장은 화염병, 벽돌 등 시위대가 사용한 물품을 자세히 거론하며 "이들은 공공의 안녕에 직접적인 영향을 초래하는 행위를 계속했다"며 "계속된 경찰의 설득과 경고에도 불응하므로 더 이상 불법을 묵과할 수 없어 경찰은 금일 불법 농성장에 경력을 투입했다"고 말했다. 그는 화재의 원인을 놓고도 "농성자들이 특공대원들이 있던 (쇠파이프로 만든 3단 망루의) 1단으로 시너를 통째로 뿌리고 화염병을 던져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백동산 서장의 발표가 끝나자 기자들은 이번 진압의 최종 책임자를 따져물었다. 기자들은 "이번 진압을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이 승인했느냐", "김 청장에게 보고를 했느냐" 등의 질문을 던졌으나 백 서장은 "이것은 승인을 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아니다. 어제 대책회의를 했다"고 답했다. 그는 같은 질문이 반복됐으나 "이들은 현행범이다", "국과수와 검찰, 경찰이 정밀 감식을 하고있다"는 식의 동문서답으로 일관했다.
이번 사고가 김석기 청장이 경찰청장으로 내정된 지 하루만에 일어나 사고인데다 이번 사건에 투입된 부대는 서울경찰청 직속 경찰특공대로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의 지휘를 받는 대테러부대라는 점에서 김석기 청장의 책임을 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경찰이 농성 하루만에 특공대를 동원해 강제진압에 나선 것도 김석기 청장의 능력 과시를 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백 서장이 김석기 청장 보호에 앞장선 것.
▲ 백동산 용산경찰서장이 기자들을 피해 브리핑장에서 빠져나와 도망치고 있다. ⓒ노컷뉴스 |
백 서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브리핑장을 빠져나갔다. 40여 명의 기자들은 "이게 뭐하는 것이냐", "왜 답변을 하지 않느냐"고 따져물으며 백 서장의 뒤를 따라 서장실 앞에 몰려갔다. 좁은 공간에 많은 수의 인원이 뒤엉키면서 비명소리와 "쫓아가", "이러다 다친다"라는 고함소리도 났다.
서장실 앞에서 백 서장을 붙잡은 기자들은 "경찰 홍보하려고 불렀느냐", "왜 최종 책임자를 답하지않느냐"고 따졌고 백 서장은 "오후에 다시 브리핑하겠다"라고 변명했다. 기자들은 "지금 답하라"고 요구했고 난감해하던 백 서장은 경찰서를 빠져나갔다.
전체댓글 0